세잔,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 1894년 혹은 1895년, 캔버스에 유채, 80×64.5cm, 취리히 에빌 뷔를르 미술관
올해 초 스위스의 한 미술관에서 총 가격이 1천5백억원대에 이르는 미술품 여러 점이 도난당했다가 돌아온 일이 있습니다. 이 미술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세잔의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입니다. 이 작품 하나의 가격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르지요.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훔쳐간 사람도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설령 거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산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드러낼 수 없는 작품이지요. 도난 미술품을 산 사실이 알려지면 경찰에서 가져가버리는데다 처벌도 받아야 하니까요.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은 한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무언가 뚫어져라 생각하는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못지않게 사색의 표정이 잘 살아 있습니다. 차분한 얼굴 표정과 배경의 보랏빛 감도는 회색, 조끼의 빨간색, 셔츠의 흰색이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자아냅니다.
오른팔이 다소 길어 보이는데, 제대로 그릴 줄 몰라서가 아니라 화면 전체의 균형과 구성을 생각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린 것입니다. 세부 묘사를 섬세하게 살리기보다는 툭툭 던지는 붓질로 면을 살려 기하학적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어찌 보면 털털하게 그린 그림 같지만 세잔은 이런 인물화를 그릴 때 매우 세심하게 작업했다고 합니다. 세잔과 친했던 메를로 퐁티라는 학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잔은 하나의 정물화를 완성하기 위해 1백회의 작업을 했고, 초상화를 그릴 때는 모델을 1백50번이나 자리에 앉혔습니다. 우리가 세잔의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엄청난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그런 지대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렇듯 보기 편하면서 매력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 한 가지 더~ 미술품은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도난당했던 적이 있지요. 그러나 이처럼 유명한 작품은 팔 데가 없어 되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폴 세잔(1839~1909) 반 고흐, 고갱과 더불어 3대 후기 인상파 대가 중 한 사람입니다.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하고 붓 터치를 살린 그림으로 뒷날 입체파 미술과 추상미술이 나오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