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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버지는 강하다

발달장애아 키우는 아빠 이상우 감동 인터뷰

글·김유림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05.23 15:50:00

지난해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 승훈이와 함께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감동을 안겨준 가수 이상우가 복지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승훈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장애아동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것. 승훈이를 “스승 같은 아들”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지난날 흘렸던 눈물,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들었다.
발달장애아 키우는 아빠 이상우 감동 인터뷰

인기 가수에서 연기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온 이상우(45)가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복지재단법인 설립을 계획 중인 것. 평소 남의 일에 관심 없고 자기밖에 몰랐다는 그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된 것은 전적으로 큰아들 승훈이(14)의 영향이다.
발달장애를 겪으면서도 수영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승훈이는 지난해 이상우와 함께 KBS ‘인간극장’-‘고맙다 아들아’ 편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아들 덕분에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됐다는 이상우는 오래전부터 승훈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돕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장애아동을 위한 복지재단 설립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재활센터, 직업양성소, 생태공원 등을 만드는 게 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제가 승훈이를 키워보니 격리 시설이 아닌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재활전문가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주는 거더라고요. 승훈이만 보더라도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저희 부부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14년째 매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니 아내는 등이 딱딱하게 굳었고 저는 목 디스크에 걸렸어요.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재단을 만들 겁니다.”

발달장애아 키우는 아빠 이상우 감동 인터뷰

이상우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둘째 도훈이를 ‘한국판 마이클 잭슨’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복지재단 설립에 앞서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운영비용 마련일 터. 그는 정부지원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지사업에 비즈니스를 접목시켜 고정적인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올 2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컬처 엠(Culture M)’ 문화공연. ‘컬처 엠’은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획기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로 10개 공연 중 보고 싶은 공연을 골라 볼 수 있는데 가격은 2개를 볼 경우 12만8천원, 4개를 볼 경우 18만7천원이고 동반 1인은 무료다. 지난 2월 SG워너비와 빅마마가 콘서트를 마쳤고 앞으로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소프라노 조수미, 윤도현 밴드, 뮤지컬 ‘시카고’ 등의 공연이 차례로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심수봉·박강성 공연에 발달장애아 1천 명을 초청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승훈이가 없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제가 아들을 키운 게 아니라 아들이 저를 키운 거죠. 그래서 저희 부부는 승훈이를 보고 ‘스승 같은 아들’이라고 해요. 처음 승훈이가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무척 괴로웠는데, 지금은 신께서 저희에게 승훈이를 맡겨주신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요.”
아이의 건강 상태를 알고 한동안 웃음을 잃었던 그가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건 아내 이인자씨(41)의 강한 의지 덕분이다. 생후 30개월이 지나도록 말문을 열지 않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간 그는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병원 문을 열고 뛰쳐나갔고, 한동안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 매일같이 술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의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는 결국 그를 변화시켜 차츰 육아에 동참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인생이 힘들긴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왜 우리는 마음까지 괴로운 걸까’ 하는 자문을 했죠. 그러고 승훈이를 봤는데 삶에 지쳐 힘든 엄마아빠와 달리 아이는 무척 행복해보였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람은 자식이 행복해지는 건데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라는걸요. 승훈이가 비장애 아이들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니까 저나 아내가 더 이상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죠.”
그날부터 그는 아이가 발달장애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유치원에 함께 다니며 수업에도 참여하고, 아들을 경기도 수원에 있는 기독교 재단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회에서 실시한 아버지 참여 수업에 1년 동안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고. 승훈이가 열 살 되던 해에는 4년 만에 처음 아이가 다니는 수영장을 찾아 가슴 벅찬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일곱 살 때부터 집중력을 높이는 재활훈련으로 수영을 가르쳤는데 아이한테 남다른 재능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승훈이가 수영을 잘한다고 아내가 말은 해왔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죠. 하지만 승훈이가 비장애아들과 경기를 해 이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제게 아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좀 있다 대회도 나갈 거다~’ 하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계획대로 지난해 8월 비장애인과 겨루는 대회에 나갔는데, 예선과 본선을 하루에 다 치르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져 최종 4위를 기록했어요. 조금 아쉽긴 했지만 예선 때 2등하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어요. 또 얼마 전에는 경기도지사대회에서 500m 부문 금메달을 땄고요(웃음).”

“모든 것이 느리지만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잊지 못할 감동을 줘요”
신발 신는 데 2개월, 윗도리 입는 데 6개월, 대소변 가리는 데 1년이 걸린 승훈이는 매 순간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처음으로 그를 ‘아빠’라고 부르던 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던 날, 세 가족이 북한산을 완등한 날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기억이 가득하다.
“승훈이는 말이 늦어 전반적으로 모든 발달이 느려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박수를 치지 못했는데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승훈아, 아빠 오셨다. 준비해’ 하는 거예요. 그러자 아이가 침대 위에 올라가더니 힘겹게 두 손을 부딪치며 ‘반짝 반짝 작은별~’ 하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렀죠. 아이가 또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는 기쁨과 함께 박수 하나 가르치기 위해 오랜 시간 아이와 씨름했을 아내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현재 중앙기독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승훈이는 끊임없는 반복 학습으로 웬만한 일상생활은 가능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혼자 학교 갈 채비를 하고 가게에서 물건 사는 일, 시계 보는 법 등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이상우는 “올해 목표는 혼자 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발달장애아 키우는 아빠 이상우 감동 인터뷰

승훈이가 다니는 학교는 ‘공동체 교육’을 지향하는 곳으로 전교생의 10% 정도가 장애아다. 한 반에 두세 명꼴인데 보통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는다거나 격리된 느낌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교부터 이 학교를 고집했던 이유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함께 생활한다는 점 때문이에요. 평범한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장애인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수업에 방해된다’고 싫어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장애인 친구와 함께 공부하면 비장애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몸이 불편한 친구에 대한 배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친구를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도 되지 않을까요. 어른들의 잘못된 편견이 아이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어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아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희로애락’이 있고, 그들만의 세상이 있는데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정상’ ‘비정상’을 나누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나 장애인을 둔 가족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당사자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승훈이는 뭐든 돌아가는 것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보통사람들이 감미로운 노래를 들으며 기뻐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승훈이가 ‘스승 같은 아들’이라면 둘째는‘선물 같은 아들’이에요”
요즘 이상우·이인자 부부의 새로운 삶의 활력소는 네 살배기 둘째 아들 도훈이다. 첫째 낳고 10년 만에 얻은 아이라 온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데, 아빠를 닮아서인지 음악가적 기질이 다분하다고 한다. 돌 지나면서부터 옹알이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해 지금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드럼까지 친다고. 이상우는 가방에서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도훈이의 연주 장면 동영상을 보여주며 상기된 목소리로 “아이가 벌써부터 리듬을 안다. 한국판 마이클 잭슨으로 키우고 싶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부부는 둘째를 낳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무엇보다 둘째도 장애를 갖고 태어날 확률이 15%나 됐기에 선뜻 낳을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 설령 정상으로 태어난다 해도 언젠가는 둘째 아이에게 승훈이를 떠넘기게 될 것 같아 두려웠다고 한다.
“둘째를 낳기로 결심한 사람은 아내예요. 저야 늘 둘째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아내를 더욱 힘들게 할까봐 선뜻 아이를 갖자는 말을 못하고 있었죠. 갑자기 아내가 둘째를 낳겠다고 했을 때 반가우면서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어?’ 하고 묻자 아내는 ‘둘째 역시 장애아로 태어난다 해도 잘 키울 자신이 있어’라고 하더군요. 순간 내 아내지만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둘째를 갖기로 결심한 뒤 아내가 바로 임신을 해 건강한 아이를 낳았죠.”
부부는 요즘 승훈이 때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던 육아의 기쁨을 도훈이를 통해 새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남자아이인데도 말이 빨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단어를 구사해 부부를 놀라게 하는데 며칠 전에는 느닷없이 “난 아빠가 참 좋아. 아빠는 참 착해”라고 말해 두 사람을 감동시켰다고. 그런 아이를 보고 아내는 “승훈이가 ‘스승 같은 아들’이면 도훈이는 ‘선물 같은 아들’”이라고 말하며 즐거워한다고 한다.
지난날의 눈물은 잊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각하고 싶다는 이상우는 이제는 두 아이에게 더욱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 추진 중인 복지재단 설립 사업을 잘 마무리지어 내년쯤에는 복지재단 시설을 개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집 한 칸만 남겨놓고 전 재산을 복지사업에 쏟아부었어요. 앞으로 벌 돈도 그럴 거고요. 사실 처음에는 저희 부부가 죽고 난 뒤 승훈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복지사업을 구상했는데, 이제는 승훈이뿐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장애아를 위해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요.”
이어 그는 현재 운영 중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부사장에게 넘기고 자신은 오로지 복지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훗날 승훈이가 안락한 공간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걸 생각하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에게서 진한 부성애가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8년 5월 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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