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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정윤숙 기자의 Shopping Essay

파파라치 사진 속 선글라스 정복기

일러스트·정윤숙

2008. 05. 14

파파라치 사진 속 선글라스 정복기

바야흐로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는 계절이 돌아왔어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운 거리를 산책하고 싶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죠. 이때 꼭 필요한 트렌디세터들의 필수품이 있으니 바로 선글라스예요. 할리우드 배우들의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선글라스로 맨얼굴을 감싸고 외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포착되곤 하지요. 옷차림보다 선글라스 덕분에 그들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얼마 전까지 파파라치 사진의 전형적인 스타일은 한손에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들고 화장 안 한 맨얼굴에 선글라스를 쓴 채 걸어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모습이었잖아요. 마치 뉴요커의 상징이기라도 한 듯한 이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따라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답니다. 트렌드를 이끄는 선글라스 브랜드나 디자인 역시 이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전 세계로 유행처럼 퍼지고 있죠.
한동안 짙은 렌즈에 빅사이즈 프레임이 특징인 레트로풍 선글라스가 인기를 끌다가 공군 조종사들의 선글라스를 본떠 만든 보잉 선글라스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레트로풍, 보잉 스타일 2가지 디자인에 컬러가 가미된 스타일이 인기더라고요. 프레임을 화이트·핑크·레드 컬러 등으로 감싼 디자인부터 다리 부분만 컬러가 들어간 것 등 디자인도 다양하고요. 프레임 전체가 비비드한 컬러로 된 80년대 디스코풍 디자인은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요(이건 아마도 10대들의 패션 아이콘인 빅뱅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영향 때문이겠지요).
원래 선글라스는 눈부심을 막고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성 제품이에요.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글라스는 패셔니스타들의 상징처럼 굳어졌죠. 마치 ‘나는 연예인이랍니다’를 광고하듯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스타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도나도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답니다.
저 역시 선글라스만큼은 놓칠 수 없는 쇼핑 아이템 중 하나예요. 눈부심 현상 때문에 자주 쓰고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선글라스가 외출할 때 필수품이 되었거든요. 이번 여름을 겨냥해 슬슬 선글라스를 하나 지를까 생각하던 저는 컬러 프레임 선글라스의 매력에 흔들리고 말았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연한 베이지톤이 프레임 전체를 감싼 C사의 레트로풍 선글라스. 웬만해서는 만나기 힘든 우윳빛 베이지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그런데 이 제품은 눈으로 볼 때와 달리 직접 써보니 느낌이 달랐어요. 아무리 봐도 얼굴이 하얀 금발 미인에게만 잘 어울릴 것 같은 컬러라고나 할까요? 머리가 까만 제가 쓰기에는 아무래도 튀어 보였죠. 거기에 3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을 보자마자 바로 패스~. 그 다음 제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아이보리 컬러의 사각형 프레임에 무광 메탈로 군데군데 포인트를 준 또다른 C사의 선글라스. 딱 봐도 쓰기만 하면 바로 트렌디세터가 될 수밖에 없는 아주 멋진 아이템이었죠. 30만원대 후반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탐이 났지만 결국 포기했어요. 골드 컬러가 너무 튀었고 금세 싫증을 낼 것 같은 디자인이었거든요. 고가인데도 오래 쓰기에 불가능할 것 같은 디자인을 고르는 것은 저의 쇼핑원칙에 어긋나므로 패스~.
마지막 제 눈을 사로잡은 아이템은 가는 화이트 프레임이 돋보이는 R사의 보잉 선글라스. 가볍고 쓰기 편할 뿐 아니라 캐주얼이나 세미 정장까지 두루두루 어울리는 실용적인 아이템이었어요. 시원해 보이는 화이트 컬러 프레임에 놀러 가서 쓰기에도 제격인 디자인이더라고요. 가격은 10만원대. 이렇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마지막 아이템을 선택하게 되었고, 멋지게 쓰고 외출할 날만을 고대하며 매일매일 렌즈를 닦고 있답니다.
제가 선글라스를 살 때마다 느끼는 건 바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느냐 하는 점이에요. 주위에서 “누가 썼더니 예쁘더라, 연예인이 쓴 그 선글라스 어디 거냐” 같은 말이 들릴 때마다 저는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사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정도예요. 연예인은 뭘 입고 뭘 써도 예쁜 게 사실이거든요. 얼굴형도, 얼굴 크기도 다른 사람들(할리우드 배우들은 머리색과 얼굴색까지 모두 다르잖아요)이 써서 예쁘다고 모두에게 잘 어울리 건 아니니까요. 현실직시. 선글라스 쇼핑 때마다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있어야 할 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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