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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7

좌충우돌 시끌벅적~ 쌍둥이의 즐거운 외식 나들이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 장소협찬·파머스베니건스 압구정점(02-517-5007) ■ 소품협찬·파파스체어(www.papaschair.com)

2008. 05. 13

좌충우돌 시끌벅적~ 쌍둥이의 즐거운 외식 나들이

집이 죽전(경기도 용인시)이다보니 자칫하면 몇 주 내내 아이들이 잘 때 출근하고 잘 때 퇴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주 못 보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을 보고 ‘둘 다 어느새 저렇게 키가 컸지?’하고 느껴질 때면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 민정이가 “아빠, 부엉이는 아울아울하고 울어서 아울(owl·부엉이)이래요”라며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쓴 고난도 언어 구사력을 보여줄 때는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된다.
최근에는 손놀림이 서툴고 말이 아직 짧은 유정이가 어느 때인가부터 능숙하게 숟가락질을 마치고 어른처럼 트림을 ‘꺼억~’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역시 숟가락질 정도는 배가 고프면 다 해결되는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제 아이들이 몸도 제법 커지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데다가 자신들이 알아서 밥도 잘 챙겨 먹고 있다. 계절도 본격적으로 바뀌어 따스한 햇살이 수시로 비쳐든다.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외식을 하며 가족애를 다지고 싶다. 언제 어디로 가면 좋을 것인가.

쌍둥이들과 함께 외식할 곳 찾아 삼만리
좌충우돌 시끌벅적~ 쌍둥이의 즐거운 외식 나들이

최근 반복된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외식할 때 따져보아야 할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장 먼저 점검해보아야 할 조건은 가고자 하는 식당에 ‘아동 친화적(키즈 프렌들리)’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실내에 놀이방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보자마자 웃어주는 젊은 종업원들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동 친화적인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일부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3~5세의 ‘키즈’가 아니라 8~10세의 ‘차일드’가 공간을 장악하는 일이 많은데,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곳들은 더욱 지양해야 할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같이 만 3세 전후의 딸을 둔 부모 입장에서는 몸집은 제법 크면서 유아들 옆으로 몸을 점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한 놀이방과 놀이기구만 붙어 있지, 이를 관리하는 보모가 없거나 놀이기구에도 먼지와 때가 가득한 곳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절대 집에 들어오는 광고전단만을 보고 장소를 결정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아무리 뜨거운 불판이 날아다니는 한식집이라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환대해주는 종업원이 있는 곳이라면 OK다. 불편한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먼저 꺼내주는 정도의 센스가 있는 종업원이 있는 곳이라면 일단 합격!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키즈 프렌들리’ 업소를 판별하는 기준은 아이들 전용 세팅-말하자면 아이들 전용 의자나 스푼, 포크, 접시, 물컵 등이 별도로 나오느냐 아니냐이다.
공간적으로 보자면, 아이들은 30분 이상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자리에 앉았다가’를 반복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이지 않는 곳이 좋다. ‘돌아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좌충우돌 시끌벅적~ 쌍둥이의 즐거운 외식 나들이

그런 데가 어디 있을까. 우리 가족이 매우 가끔씩 거금을 투자해 찾아가는 곳으로, 일단 컨셉트만은 참고해볼 만한 몇 곳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신라호텔의 뷔페식당 ‘파크뷰’를 들 수 있다. 리노베이션을 한 뷔페식당으로 5~7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방이 있어서 좋다. 뷔페식당의 경우 아이들이 음식 구경은 많이 할 수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항상 자리에 붙어 있는지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런 점을 보완한 곳인 것 같다.
서울 압구정동 도산대로변에 있는 ‘베니건스’도 가볼 만 하다. 키즈 전용 메뉴가 많은 편이고, 4층 전 층은 생일이나 돌잔치 행사도 할 수 있어 편리할 듯 하다. 키즈 메뉴로는 한입에 들어갈 만한 앙증맞은 모양의 햄버거나, 유기농 잡곡을 갈아 만들었다는 오곡셰이크 등이 아이들 메뉴로 괜찮다.
성수대교 남단의 ‘삼원가든’은 야외에 형형색색의 잉어가 펄떡이는 저수지가 있고, 폭포 장식이 있어서 좋다. 잉어에게 새우깡 주는 재미, 폭포에서 물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들과 시간 보낼 수 있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외식할 때는 영양섭취까지 꼼꼼히 따져 골라야
좌충우돌 시끌벅적~ 쌍둥이의 즐거운 외식 나들이

장소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메뉴판을 보고 균형 있는 영양섭취가 가능한지를 잘 살펴야 한다. 물론 영양만을 너무 따지다보면 애써 시킨 음식이 ‘그림의 떡’이 되는 수도 많다.
아이들의 입맛대로 고르자면 역시 스파게티나 자장면 같은 밀가루 음식은 10번 중에 9번은 성공이고, 고기류 중에는 달착지근한 양념이 가미된 불고기도 호평 받는다. 새우나 감자의 경우 사실 영양가는 높지만 아이들이 선뜻 입에 안 대는 경우가 많은데, 민정이의 경우에는 케첩소스를 묻혀주면 잘 먹는다.
돈가스 집에서 자주 보는 ‘돈가스나베’에는 당근이나 양파가 함께 들어가 있고, 쇠고기덮밥에도 달걀과 양파가 듬뿍 들어 있어, ‘야채 좀 먹여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권할 만하다.
그러나 애써 시킨 메인 메뉴 외에 유정이는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빵에만 집착한다던지, 후식으로 나오는 고구마 맛탕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아예 아이들 시야에서 이런 음식들을 치워놓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식사 예절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매너 교육’같은 것은 솔직히 시킬 여유가 없다. 다만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다른 테이블로 뛰어나가려고 할 때, “누가 밥 먹는데 이렇게 뛰어다녀요? 여기 유정이 민정이 주변에 일어서 있는 사람 있어요? 전부 다 앉아 있는데 유정이 민정이만 일어서요?”라고 지적을 하면, 자기들도 뭔가 어색한지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제자리에 앉기도 한다.
아이들이 밥 먹는 일에만 집중하려면 사실 그럴 여건이 되어야 한다. 어른들도 가끔은 지겨운데, 30분 이상 한자리에서 버틴다는 게 이제 세 돌도 안 된 아이들로서는 힘든 일이다. 이럴 때는 아이들이 어떤 한두 개의 장난에 ‘필’이 꽂혀주면 좋다. 투명 물컵에 숟가락이랑 포크를 넣고 이리 휘젓고 저리 휘젓고, 또 시간이 나면 얼음을 건져서 밖에 내다놓는 그런 장난이 대표적이다. 물이 이산화탄소로 인해 뿌옇게 변해가는 과정을 어른들이 계속 보고 있기란 마뜩찮지만, 그래도 시간은 잘 간다.
미리 색칠공부세트를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인테리어에 특별히 신경을 쓴 식당 안에서, 아이들은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의 그림을 그리거나 벽에 걸려 있는 예쁜 그림을 바라보며 밥도 한 숟가락 떠먹기도 한다. 이런 광경을 보노라면 아이들의 예술적 감성에도 틀림없이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외식을 자주 하면서 만고불변의 진리 하나를 또다시 깨닫는다. 아이들은 뭔가를 오물오물 집중해서 잘 씹어 먹는 순간이 참 예쁘다는 것. 딸들은 어릴 때부터 몸매관리 시켜야 한다는데, 정작 “또 줘” “더 줘” 하는 소리가 안 나오면 서운하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 여간 일했으며 현재는 산업부에 재직 중이다. 2002년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이제 36개월이 돼 활발히 활동을 시작한 쌍둥이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만점짜리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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