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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신혼 향기 폴폴~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 신혼 일기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3. 21

지난해 10월 결혼한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는 요즘 신혼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두 사람에게 ‘혼자보다 둘이 좋은 이유’를 들었다.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 신혼 일기

지난해 10월 결혼한 KBS 윤인구 아나운서(36)는 여덟 살 연하의 플로리스트 전경은씨(28)와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노총각을 구제해준 고마운(?) 신부를 위해 날마다 출근 전 뽀뽀를 해주고, 되도록 저녁식사는 아내와 함께하려 애쓴다. 아내 역시 그런 남편을 위해 주말마다 특별 메뉴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결혼하기 전 아내가 요리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까 다 엄살이었더라고요. 주말마다 요리책을 보면서 뚝딱뚝딱 음식을 차려내는데, 그 맛이 처음 만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맛있어요(웃음).”
서울 서초동 전씨가 운영하는 플라워 숍에서 만난 두 사람은 넋두리로 시작했다가 결국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끝나는 신혼이야기를 들려줬다. 유난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내 전씨는 인터뷰 뒤 사진촬영을 하면서 “웨딩촬영 때 포즈가 뻣뻣하다고 많이 혼났는데, 어색한 웃음을 또 짓게 될 줄 몰랐다”며 수줍게 웃었다.

수시로 청소기 돌리고 설거지 함께 해주는 자상한 남편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 신혼 일기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전씨가 이화여대 성악과에 다닐 때부터 그를 아껴온 선생님이 윤인구 아나운서와도 친분이 두터워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것. 윤 아나운서는 처음 만나기로 한 날 마침 저녁에 비가 내리자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오면 작은 우산을 함께 쓰기로 결심하고 약속장소에 나갔다고 한다. 반면 전씨는 어른이 소개시켜준 자리인데다 상대가 대중에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만남이 다소 부담스러웠다고. 하지만 결국 그날 두 사람은 각자의 한쪽 어깨를 적시며 작은 우산을 나눠썼다고 한다.
“첫인상이 좋아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어요. 형제관계부터 좋아하는 색깔, 즐겨 쓰는 화장품까지 다 물어봤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때는 아내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와서도 혹시나 잊어버릴까봐 휴대전화에 아내의 신상을 다 저장해뒀어요(웃음).”
첫 만남에서 전씨에게 마음을 빼앗긴 그는 다음 날 바로 전씨가 일하는 작업실로 찾아갔다. 마침 호텔 디스플레이 준비로 꽃꽂이에 여념이 없던 전씨는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당황했지만 함께 술 한잔 하자는 그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한다.
“데이트하면서 둘이 술을 정말 많이 마셨어요. 남편이 서로에 대해 빨리 알아가기 위해서는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좋다며 자주 술을 마시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술을 마시면 언제나 남편이 먼저 취했어요. 맥주 반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술을 잘 못하거든요. 그래도 끝까지 정신 차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죠(웃음).”
거의 매일 전씨의 작업실로 퇴근하다시피 한 윤 아나운서는 만난 지 딱 한 달 되던 날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자신의 마음이 확고한 만큼 결혼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 그는 “4월5일에 나무 심는 마음으로 프러포즈를 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뒤 준비해간 목걸이를 내밀면서 ‘결혼해줄래’ 하고 물었어요. 명색이 아나운서인데 프러포즈하기 전 날 거울을 보고 연습을 하면서도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요. 목걸이를 걸어주는데 손이 벌벌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서 혼났어요(웃음).”
“만난 지 한 달 된 기념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프러포즈를 해서 많이 당황했어요. 제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난감해하니까 남편이 ‘나는 이 자리에서 대답을 듣고 싶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대답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모기만 한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해버렸어요(웃음).”
그러나 전씨의 고민은 그날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때까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데다 부모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난감했던 것. 당시 그의 부모는 두 사람이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긴 했지만 윤인구 아나운서가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제가 삼남매 중 맏이라 아들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위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아들처럼 허물없이 대하시지만 한동안은 남편한테 말을 놓지 못하시더라고요. 꼬박꼬박 ‘인구씨’라고 부르며 많이 어려워하셨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버지가 평소 TV를 보면서 남편을 괜찮게 생각하셨다는 거예요. 남동생이 군대 가 있을 때부터 남편이 진행하고 있는 ‘청춘! 신고합니다’를 즐겨 보셨거든요(웃음). 결국에는 부모님 모두 남편의 듬직한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 신혼 일기

윤인구·전경은 부부는 앞으로도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양가 부모의 허락이 떨어지자 결혼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결혼 준비기간이 길지 않다 보니 의견차로 다툴 틈도 없이 엉겁결에 모든 걸 해치웠다고 한다. 더군다나 전씨는 결혼식과 플라워 숍 오픈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었기에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르고 한 달 뒤, 긴장이 풀려서인지 지독한 몸살에 걸려 병원 침대에 서로 마주보고 누워 링거주사를 맞아야 했다.
“신혼여행 다녀와서 집안 어른들께 인사 다니고, 집들이도 몇 번씩 하려니 힘들더라고요.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식이 뭐 별거냐’ 싶었는데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이제 하나의 가정을 이룬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내조 등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지만 오롯이 내 편이 있다는 게 행복하고, 매사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애기간이 짧아서인지 아직도 두 사람이 한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는 윤인구 아나운서. 그는 평소 미니진공청소기를 들고 다니며 먼지가 보이는 대로 수시로 청소를 하는 등 집안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집안 정리정돈은 물론 손님이 다녀간 뒤에는 앞치마를 두르고 아내와 함께 설거지를 하는 자상한 남편인 것. 하지만 세심함을 요하는 일은 아내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남편이 손끝이 무뎌서 잘 못하는 일도 많아요. 벽에 못 박는 일, 화장실 변기 뚫는 일 등은 주로 제 차지죠. 사실 플라워 숍 인테리어도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여동생과 여동생 남자친구가 거의 다 했고 남편은 거의 마지막 단계에서 의자 조립해준 게 고작이에요. 이제는 남편이 잘하고 못하는 게 뭔지 확실히 알기 때문에 무리겠다 싶은 건 요구하지 않으려고요(웃음).”
가끔 말다툼을 하고 서로 토라지는 일이 있을 때는 아내가 먼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한다. 이유는 남편이 먼저 풀 것 같지 않아서라고.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윤인구 아나운서는 “내가 먼저 풀려고 하는데 매번 아내가 먼저 풀어서 그렇다. 대신 뒤끝은 없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이어 그는 처음부터 전씨의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마음에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처음 만난 날 자기가 보기와 달리 고집이 세고 예민하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굳이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처진 눈매 때문에 성격이 온순하기만 한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아니니까 미리 말해줘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연애할 때는 물론이고 결혼해서도 아직까지 아내가 고집 부리는 걸 못 봤어요. 저보다 나이도 어린 사람이 많이 참고 양보해주니까 고맙죠.”

“남편이 귀엽고 소년 같은 면 많아 나이 차이 못 느껴요”
KBS 아나운서 윤인구·전경은 부부 신혼 일기

실제로 두 사람은 나이 차를 그리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흘러간 노래를 들을 때 각자 즐겨 듣던 시대가 언제였는지 비교할 때 말고는 특별히 세대 차를 느낀 적이 없다고. 전씨는 “남편이 의외로 귀엽고 소년 같은 면이 있다”며 “방송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거울도 자주 보고, 스스로를 ‘자뻑’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며 까르르 웃었다. 한편으로는 아나운서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직업인지를 잘 알기에 건강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결혼하고 한동안은 아침마다 식사를 챙겨주기도 했는데 속이 불편한 것 같아 선식으로 바꿨고, 요즘은 홍삼차와 과일을 건넨다고.
두 사람은 함께할 운동도 구상 중이다. 남편은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반면 아내는 정적인 걸 좋아해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 더욱이 결혼 후 두 사람 모두 살이 많이 쪄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아내가 몸도 가냘퍼 보이고 운동을 싫어한다고 해서 체력도 약할 거라 생각했는데 신혼여행 가서 그게 아니란 걸 알았어요. 살인적인 스케줄을 저보다 더 거뜬히 소화하더라고요. 하와이 50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릴 때도 저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반면 아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즐거워했거든요(웃음). 사실 플로리스트란 직업도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가시에 찔리고 가위에 손가락이 베인 걸 보면 많이 안쓰러워요.”
아이는 빨리 가질 계획이다. 각자 원하는 아이의 수는 남편은 셋, 아내는 넷인데 아내의 경우 두 번 다 쌍둥이를 낳을 경우의 얘기라고 한다. 두 사람은 아이 문제만큼은 서두르거나 조바심 갖지 않고 하늘의 뜻에 맡기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99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신인시절 ‘연예가 중계’ 리포터로 활약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쌓은 윤인구는 현재 KBS 교양 프로그램 ‘사미인곡’ ‘생방송 세상의 아침’ 진행을 맡고 있으며 지난 학기에는 숙명여대에서 ‘방송진행과 아나운싱’ 수업을 맡아 처음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만나면서부터 일이 많아져 어른들로부터 아내가 ‘복덩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해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앞으로 누구나 부담감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그는 아내 외조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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