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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6

‘아기’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란 쌍둥이 관찰기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 일러스트·최은영

입력 2008.03.18 14:18:00

‘아기’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란 쌍둥이 관찰기

우리 쌍둥이들이 더 이상 ‘아가’가 아님을 느끼는 몇몇 순간이 있다. 졸릴 때나 짜증날 때 “안아줘~”라고 해서 안기는 것까지는 같은데, 안고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원활히 그들을 핸들링하지 못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의 키가 자라서인지 그들의 다리가 내 배, 내 허리 이하로 내려오기 때문에 어지간히 높이 올려 안지 않으면 안 된다. 처음엔 내 허벅지가 왜 이렇게 간지럽나 했는데 그게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주 아이들의 발과 부딪치기 때문이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쌍둥이들
이제는 배려라는 것도 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밥상을 차려놓으면 알아서 잘 떠먹고, 흘리는 양도 많이 줄었다는 것은 느꼈지만, 언젠가부터는 옆에 앉아 있는 아빠에게도 한 숟가락씩 건넨다. “아빠 아~” 하며 입을 벌리라는 사인을 보내줄 때, 비록 그들이 배가 불러서 하는 장난임을 잘 알지만, 기쁘다.
가끔 보면 아이들이 원초적 배설이나 대사작용의 사회적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는 듯한 찰나도 있다. 예전에는 생각 없이 방귀를 끼고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들이 뀌어놓고 약간은 창피한 듯, 키득키득 웃는다. 심지어 아빠가 생각 없이 뀌는 틈에도 어느샌가 뒤로 달려들어 “아빠 방구 뿌웅~(뀌었네)” 혹은 “아우 내앰새~” 하며 엉덩이를 가리키며 자지러진다.
그들의 ‘머리 굴리기’ 또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어른들과 별 차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민정이는 화가 나면 유정이를 깨무는데, 여러 번에 걸쳐 그 순간마다 “누가 언니를 깨물어!” 하고 주의를 줬더니 그 다음부터는 엄마아빠가 보지 못할 때만 노려서 깨물곤 한다. 유정이 울음소리를 듣고 가보면 어김없이 이빨 자국이 있어, 이번엔 자국을 가르키면서 혼을 낸다. ‘이젠 도저히 벗어날 구멍이 없다’고 느꼈는지, 다음부터는 깨물지 않고 화가 날 때마다 언니 팔등에 침을 묻힌다.
‘아기’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란 쌍둥이 관찰기

다음달이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쌍둥이들. 개인용 칫솔과 크레파스, 스케치북 등 준비물을 미리 챙겨뒀다.(좌) 아빠가 그려준 만화 캐릭터에 색을 칠하는 유정·민정이.(우)


유정이는 민정이의 특성을 캐치한 뒤,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민정이는 블록이건 그림책이건 뭐든 정리정돈을 해놓는 게 취미 이자 특기인데, 뭔가가 흐트러지면 울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민정이가 블록을 예쁘게 쌓아놓고 마지막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 어느샌가 유정이가 다가가 블록을 일거에 해체시켜 놓거나 마지막 부속물을 뽑아서 달아난다. 그러곤 마치 미식축구선수처럼 도망간다. 유정이와 민정이의 쫓고쫓기는 줄달음이 시작되지만, 싸움을 말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니들도 이제 다 컸구나’는 감상이 먼저 든다. 아파트 밑 층에서는 급기야 인터폰이 온다. “아이들 뛰는 소리에 잠을 못 자겠어요.”
“아니, 아기들이 뛰면 얼마나 뛴다고 그러세요”라고 말하려다 보니 오늘 아침 재본 아이들 신체지수가 생각난다. “(그래, 키도 5cm 모자란 1m에 몸무게 합이 30kg인데…, 울릴 만도 하겠다) 네…, 아유 죄송합니다. 주의시킬게요!”

‘아기’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란 쌍둥이 관찰기

이제 밥상을 차려놓으면 알아서 잘 떠먹고 아빠에게 맛있는 음식을 권하기(?)도 하는 쌍둥이들.(좌)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는 유정이의 키를 재며 즐거워하는 엄마아빠.(우)


아이 앞에서는 행동도 조심
자기들끼리 서로를 나무라는 광경은 너무 진지해서 때론 우스울 지경이다. 깔끔한 민정이는 자꾸 밥풀을 흘리고 우유를 흘려놓는 유정이가 못마땅한지 엄마 목소리와 제스처를 그대로 흉내내 “자꾸 흘리면 어떡해, 엄마 힘들잖아!”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발치만 멀리 보면, 정말 대단한 모방이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말이고 행동이고 조심해야지’라는 각성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이번달부터 다닐 Y유치원의 만 3세반에서 얼마 전 카드가 왔다(입학금을 먼저 냈기 때문일지도…). “민정아 유정아, 집에서 잘 지내고 있지요? 선생님이 너희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몰라요”라는 내용이었다. 카드 내용을 읽어주자 아이들이 “빨리 유치원에 가야 한다”며 배낭을 메게 해달라는 제스처를 쓴다.
하긴, 그동안 기저귀 완전히 떼는 게 많이 늦었는데, 유치원이 효과적인 자극제가 된다. “유치원 가면 친구들이 전부 다 기저귀 떼고 있는데 유정이 민정이만 차고 있을 거야? 기저귀 떼야 유치원에 가지”라고 말하면 시키지 않아도 “떼고 있을래”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래, 기저귀까지 확실히 떼면 이제 ‘어린이’까지는 몰라도 ‘아기’ 대열로부터는 승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기’에서 ‘어린이’로~ 훌쩍 자란 쌍둥이 관찰기

기저귀를 떼고 아기 변기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 유정·민정이.


하지만 아이들도 그동안의 ‘습관’이 있는지, 쉽지만은 않다. 평소엔 쉽게 “오줌 마려, 변기로 가요”라고 말하던 민정이도 울음이 나올 땐 소리없이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한다. 유정이도 응가할 때는 워낙 마루 구석진 모처에 자리 잡고 힘을 준 채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금방 티가 나는데, “유정아~ 아빠처럼 변기 가서 싸면 되잖아” 하고 말을 걸어도 볼 일 보는데 다가오지 말라는 듯, 손을 가로저으며 “아이, 싫어”라고 되받는다.
중학교 때 읽었던 피천득 선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이 떠오른다. 쌍둥이들과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변화와 발전이 있기에 물론 일상(日常)이라고만 칭하기에는 왠지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지겠지.

조인직 기자는…동아일보 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여간 일했으며 현재는 동아일보 정치부를 거쳐 산업부에 재직 중이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이제 32개월이 돼 곧잘 말도 하고 아빠를 타이르기도 하는 쌍둥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열혈’ 아빠다.

여성동아 2008년 3월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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