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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미국 명문대 입시 성공기 2

컬럼비아대 합격한 하승준

SAT 작문 만점 받고~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현일수 기자

2008. 03. 12

지난해 치러진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작문과목 만점을 받은 하승준군은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와 영국 명문 런던정치경제대에 복수 합격했다. 중학교 시절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그를 만나 뛰어난 영어 실력을 쌓은 비결을 들었다.

컬럼비아대 합격한 하승준

지난해 12월 미국 아이비리그 컬럼비아대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각각 합격 통보를 받은 하승준군(19)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로 손꼽히는 두 대학 가운데 어디를 선택할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 그가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디서 공부하는 것이 국제관계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인가”다. 그는 유학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죽 명문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왔다고 한다.
“중학생 때 TV에서 한·일 어업협정에 관한 뉴스를 보다가 분통이 터진 적이 있어요. 협상이 일본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돼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거든요. 그날 어린 마음에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국제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죠.”
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온 승준군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려면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해외 유학을 생각했고, 중학교 졸업 뒤 한국외대부속외고에 진학했다.
“전 유학에 대한 꿈이 확고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미국 대학의 학점을 미리 이수하는 AP 수업을 열심히 들었어요. 미국 명문대에서는 입학 심사 때 AP 과정을 몇 개나 이수했는지, 어떤 학점을 받았는지 등을 주의 깊게 보거든요. AP 수업에서 비교정치학·미국정치·세계사 같은 과목을 공부하면서 내가 원하는 걸 배우려면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게 좋겠다는 것도 알게 됐죠.”
승준군은 고교 3년 동안 AP 과목을 11개나 이수해 한국외대부속외고 유학반에서 가장 많이 수업을 들은 학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1년에 2~3개 정도 이수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컬럼비아대 합격한 하승준

희망 전공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하고 개성 강한 에세이를 쓰는 등 여러 노력 끝에 컬럼비아대에 합격한 하승준군.


그는 영어공부도 꾸준히 했다. 승준군의 SAT 성적은 2400점 만점에 2320점. 시험과목인 독해·작문·수학 가운데 작문에서 800점 만점을 받은 게 우수한 성적의 밑거름이 됐다. 1년간 어학연수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그는 작문 실력을 쌓은 비결로 “좋은 글을 많이 읽은 것”을 꼽았다.
“영어로 된 소설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표현과 구문을 익힐 수 있어요. 저는 역사소설을 좋아해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많이 읽었고, 좋은 문장이 나오면 적어두거나 암기하려고 노력했어요. 평소 영자 신문·잡지를 많이 읽은 것도 생각의 폭을 넓히고 문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죠.”

영어소설 많이 읽고 좋은 문장 암기한 것이 SAT 작문 만점의 비결
그는 교내 영어토론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했다고 한다. 영어토론대회는 미리 주제를 주고 충분히 준비한 뒤 토론하도록 하는 방식과 현장에서 주제를 제시한 뒤 바로 생각을 정리해 토론하도록 하는 방식 두 가지로 열렸는데, 그에게 더 도움이 된 것은 후자였다고 한다.
“SAT 작문시험 문제 중엔 25분 안에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라는 게 있어요. 주제를 보자마자 제 입장을 정하고 논리를 세워 글을 써야 하는데, 평소 토론대회에 참가하며 순발력을 기른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죠.”
승준군은 시험을 앞두고는 스스로 주제를 정한 뒤 25분 안에 A4용지 2장 분량의 글을 쓰는 훈련도 했다고 한다.
그는 컬럼비아대에 입학원서와 함께 제출한 자기 소개 에세이를 쓸 때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흔히 하듯 “내 관심사는 국제관계학이고, 지금까지 이런저런 과외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제가 해온 일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에세이 주제를 ‘아버지와 나’로 잡고 제 성장기를 담았죠. 어릴 때 아버지가 제게 들려주시던 이야기들과, 그 가르침 속에서 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담담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는 “미국 명문대에 입학원서를 내는 아이들 가운데서 눈에 띄려면 나만의 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내 장점을 과시하지 않고 성장과정을 보여준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승준군이 과외활동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그는 고2때 부터 국제투명성기구 서울지부에서 보도자료를 영어로 번역하는 봉사활동을 했고, 2006년 5월 지방선거 때는 공약중심선거를 표방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승준군은 “누구나 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내 관심사에 바탕을 둔 활동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입학지원서를 쓸 때도 나의 이런 개성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는 모든 학생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2학년 때까지는 강도 높은 교양교육을 시킨다고 들었어요. 그 점이 좋아서 컬럼비아대에 진학하는 쪽으로 거의 마음을 굳혔습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려면 철학·문학 등 기초분야의 기본기를 충실히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꿈은 나라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이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일단은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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