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꽃이 핀 복숭아나무, 1888, 캔버스에 유채, 48.5×36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봄이 오면 아름다운 꽃이 산과 들을 수놓아 기분을 들뜨게 만듭니다. 예쁘고 화려한 꽃을 보고 있노라면 온 세상이 행복하게만 보입니다.
반 고흐도 봄꽃이 피면 행복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특히 남프랑스 아를에 머물렀을 때는 밝고 화사한 풍경에 매료돼 유난히 꽃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아몬드꽃에서 시작해 살구꽃과 자두꽃, 복숭아꽃, 배꽃, 사과꽃 등 피는 순서에 따라 놓치지 않고 화폭에 담았습니다.
‘꽃이 핀 복숭아나무’는 그 가운데서도 아주 매력적인 그림입니다. 화사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 수줍고 아리따운 시골 소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작은 복숭아나무는 홀로 서 있지만 꽃이 핀 지금 결코 외롭거나 쓸쓸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여쁜 나비가 날아와 탐스러운 꽃과 어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꽃과 나비가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서양화가들은 꽃을 그릴 때 나비와 함께 그리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런 표현은 동양의 전통 예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 고흐는 일본 판화를 좋아해 많이 수집했는데, 일본 판화의 섬세한 꽃 표현에 반해 자신의 그림에도 적용했습니다. 유화지만 동양화의 감성이 아름답게 살아 있습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언젠가 예쁜 꽃처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장 이해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젠가 반드시 발견될 거라 생각했지요. 나비가 꽃을 찾아내듯 진실과 아름다움은 끝내 발견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더~ 옛날 일본 사람들의 생활상과 풍경을 담은 판화를 우키요에라고 합니다. 이 판화는 유럽 화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는 무려 4백장 가량 수집했습니다. 이 우키요에로 인해 당시 유럽에서는 일본 미술 바람이 일었는데, 이를 ‘일본주의(자포니즘)’라고 합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뉴욕의 미술관들에 관해 쓴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을 펴냈고, 재미화가 강익중씨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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