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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행복

시험관아기 시술로 예쁜 딸 낳은 싱글맘 허수경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8. 02. 22

2007년 마지막 날 방송인 허수경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아이, 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혼 후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허수경의 감동 출산일기.

시험관아기 시술로 예쁜 딸 낳은 싱글맘 허수경

아이 낳고 3일 만에 퇴원한 허수경은 아직 붓기가 덜 빠진 상태였지만 얼굴표정 만큼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 후 당당히 싱글맘을 선언했던 허수경(41)이 드디어 엄마가 됐다. 당초 출산 예정일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건강한 딸을 낳은 것. 당시 집에 혼자 있던 그는 새벽에 양수가 터지자 직접 운전해 병원으로 갔다고 한다. 앞서 그는 12월28일 열린 SBS ‘연예대상’에서 만삭의 몸으로 ‘라디오 스타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 “정말 긴박한 상황입니다. 방송 최초로 ‘수상 분만’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라고 말한 뒤 수상소감으로 “요즘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임신 10개월째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아이 낳고 3일째 되는 날 병원에서 만난 그는 붓기가 다 빠지지 않아 다소 푸석해 보였지만 아이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서는 모습만큼은 밝고 경쾌했다.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제주도에서 한 걸음에 달려온 친정어머니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날 그는 “아이가 바람대로 나를 많이 닮았다. 아기 이름은 아버지가 짓는 중”이라고 말했는데, 이후 은서로 정해졌다고 알려왔다.

“머리카락, 손가락 모두 저를 닮았어요”
그의 출산 소식은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SBS 러브FM ‘김승현, 허수경의 라디오가 좋다’ 청취자들에게 가장 먼저 전해졌다. 함께 진행을 맡고 있는 MC 김승현이 라디오 생방송 중 아이를 낳은 후 병원에서 회복 중인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 것. 김승현은 라디오 진행을 마친 뒤 바로 병원을 찾았는데 허수경과 포옹을 나누는 모습이 오누이같이 다정해 보였다. 이날 두 사람이 나눈 속 깊은 대화는 며칠 뒤 SBS 아침방송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
라디오 진행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허수경은 김승현을 보자마자 방송 얘기부터 꺼냈다. 아이가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후임자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승현이 혼자 진행을 맡게 되자 미안한 마음이 컸던 것. 이어 시작된 아이 얘기에 그의 얼굴은 금세 화색이 돌았다.
“별이(태명)가 반곱슬이어서 ‘나를 닮았구나’ 했는데, 다시 보니 머리카락이 약간 갈색인 것까지 닮았더라고요. 엄마 말로는 제가 어렸을 때 머리카락이 옅은 카키색이어서 참 예뻤대요(웃음). 손가락이 긴 것도 저를 닮았고요. 저의 분신이자 제가 낳았다는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기뻐요.”
노산이라 걱정했던 것과 달리 7시간 진통 끝에 자연분만한 그는 아이를 낳는 동안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분만을 도와주는 간호사들이 산모가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힘이 빠지고 스트레스 기운이 아이한테 전달될 수 있다고 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힘만 줬다고. 또한 그는 진통이 올 때마다 아이의 심장 박동이 급하게 뛰는 걸 느끼면서 ‘내가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잘 나오도록 돕기만 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 밖으로 나왔고 탯줄이 잘린 뒤 바로 그의 가슴에 안겼다.
“자연분만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아이와 고통을 함께하며 기쁨을 맛볼 수 있어 더욱 감사했어요. 금방 태어난 생명이 가슴 위로 올라왔을 때 그 감격이란…. 사실 그동안 운전을 하다가도 아이 낳는 상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꿈이 현실로 되자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기쁘더라고요. 계속 눈물만 났어요.”
두 번째 이혼 후 어머니의 권유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은 그는 아이를 낳기 전까지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아기는 그의 배속에서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줬다. 입덧도 심하지 않았고 배가 많이 부른 뒤에도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한다.
“임신해서 하루에 다섯 끼 정도 먹었어요. 눈만 뜨면 먹을 생각 밖에 안 들더라고요(웃음). 방송국에도 책상 앞에 늘 먹을 게 쌓여 있었어요. 제가 하도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니까 스태프들이 알아서 과자며 떡, 케이크 등을 준비해 뒀죠. 많이 먹어서인지 배도 많이 불렀어요. 오죽하면 사람들이 쌍둥이 아닌지 다시 한번 검사해 보라고 놀렸다니까요(웃음).”

“아이와 어느 정도 대화 될 때 솔직하게 모든 걸 얘기해 줄 거예요”
시험관아기 시술로 예쁜 딸 낳은 싱글맘 허수경

처음에는 그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별이가 아들인 줄 알았다고 한다. 아들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고기가 당기고 친정부모의 태몽 또한 아들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먹고 싶은 음식도 바뀌더니 배가 나온 모양을 보고 딸 일거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같은 여자로서 아이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줄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대돼요. 남자 아이면 사춘기 때 제가 감당하기에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제가 저희 엄마한테 친구가 됐듯이 별이도 제게 친구가 돼 줄 거라 믿어요.”
허수경은 자신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아빠의 부재를 채워주고 싶은 마음은 처음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에게 아빠에 대해 설명해줘야 하는 힘든 숙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 그는 “앞으로 아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타인에 의한 상처는 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될 수 있을 때 솔직하게 다 얘기해 줄 거예요. 제가 간절히 별이를 원했던 이유, 그리고 별이가 제게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요. 하지만 아이가 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외부에서 받는 충격이 분명 있을 거예요. 아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거나 아빠 없는 아이라며 가엾게 여기는 분들이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일 테지만 그런 주관적인 판단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별이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엄마,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매우 많아요. 세상을 살다보면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을 수도 있고, 엄마 아빠가 다 있어도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의 아이들도 있잖아요. ‘불쌍하다’는 생각을 안 하시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자라면서 겪을 상처의 반이 줄어들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아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말처럼 그는 별이를 낳고 바로 다음날 어머니께 용서를 빌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기 고집대로 살아온 점, 그로 인해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 모든 것이 죄송하고 부끄러웠다고. 무엇보다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자신이 과거 부모에게 했던 것처럼 별이한테 똑같이 당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별이가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외치면 나는 나의 부모님처럼 아이를 묵묵히 지켜봐 줄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훗날 아이한테 존경받는 엄마 되고 싶어요”
그가 지난해 여름 처음 임신 사실을 밝혔을 때 대중의 의견은 분분했다. 용기 있는 선택이라며 그의 손을 들어준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도의적으로 옳지않다며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역시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박수 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의 인생은 생각지도 않고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저를 질책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선택한 길이고 적어도 저 자신은 그 결정이 옳다고 믿고 싶어요. 때문에 아이를 배속에 품고 있는 동안 좋지 않은 생각은 되도록 안하려고 했어요. 상처 받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이와 저 모두에게 약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감사한 것은 저를 비난하시는 분들보다 용기 주신 분들이 더 많다는 거예요. 그 분들이 보내주신 격려를 생각하며 별이를 잘 키울게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기 전 그의 기도도 무조건적이지 않았다. 아이를 진심으로 원하지만 신의 뜻에 합당하지 않다면 어떤 좌절과 절망을 겪어도 좋으니 실패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아빠 없이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혼자 쉽게 결정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시작한 기도는 아이가 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제발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게 해 달라’는 간절함으로 바뀌었고, 결국 그는 어여쁜 딸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제는 별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별이 하나만으로도 족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이를 통해 자신이 더 이상 연약한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앞으로 아이가 어떤 마음의 상처도 받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겠다는 다짐도 섰으며 엄마로서 하기 힘든 부분이 있더라도 기필코 다 해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아이한테 처음부터 큰 짐을 지어줬지만 절대 아이 혼자 힘들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이와 시작한 긴 항해를 무사히 마칠 거예요. 그리고 훗날 아이한테 존경받는 엄마가 되는 것, 그게 지금 저의 간절한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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