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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Art & Culture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

-양정수 주부와 딸 수민이의 전시회 체험기

기획·김동희 기자 / 구술정리·송정화‘자유기고가’ / 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08.02.13 14:47:00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

일리아 레핀, 타티야나 마몬토바의 초상, 1882(좌) 캔버스에 오일, 77×57.5cm ⓒ 2007,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레핀은 부유한 상공업자이자 예술 후원가였던 마몬토바 집안 사람들을 여러 명 그렸다. 마몬토바의 조카인 이 소녀는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에 비해 우울하고 불우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레핀이 심리묘사에 탁월한 작가임을 알 수 있다.
아이바조프스키, 폭풍, 1857(우) 캔버스에 오일, 100×149cm ⓒ 2007,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에 대해 십자가를 들고 감사드리는 뱃사람의 모습이 성난 바다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엄마, 칸딘스키 그림 보러 가요.”
딸 수민이(9)가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을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칸딘스키는 수민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몇 안 되는 화가 중 하나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우러 다니던 YWCA 건물에 칸딘스키 그림 복사본이 걸려 있었는데 색상이 화려해서인지 관심을 갖고 보며 좋아했다. 그 후 비슷한 추상화를 볼 때마다 ‘칸딘스키, 칸딘스키’ 하며 아는 체해왔던 수민이가 진짜 칸딘스키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다. 마침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 놀러온 조카 성수(13)·지수(9)와 함께 미술관 구경에 나섰다.
이른 시간에 미술관을 찾았는데도 전시장은 북적였다. 수민이 또래 초등학생부터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대감에 찬 표정이었다. 우리는 도슨트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면서 러시아 거장들의 명화를 감상해나갔다.

사진보다 더 섬세한 초상화와 풍경화에 깜짝 놀라
“초상화는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러시아의 일리야 레핀이라는 화가는 인물화를 특히 잘 그렸는데, 무조건 아름답고 예쁘게 그리기보다 사람의 성격과 심리상태를 묘사하려고 애썼어요. 그래서 심리학자라고 불릴 정도였지요. 여러분도 이 그림을 보면서 인물이 어떤 직업을 가진 어떤 성격의 사람일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도슨트는 레핀이 그린 ‘타티야나 마몬토바의 초상’을 가리켰다. 그림 속 아름다운 소녀는 화려한 머리 장식에 우아한 옷을 입고 있지만 얼굴에서는 우울하고 괴팍하며 고집 센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이들은 그림 속 인물의 직업이랑 성격을 게임하듯 서로 맞춰가며 즐거워했다.
다음은 풍경화를 모아놓은 방으로 들어섰다. 화가들이 러시아의 춥고 황량하고 거친 풍광을 주로 그렸으리라 생각했는데, 푸릇푸릇 자연의 생명력이 물씬 느껴지는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평생 바다 그림만 6천여 점이나 그렸다는 아이바조프스키의 그림 ‘폭풍’에서는 거장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어서 전쟁과 혁명을 겪으며 불안했던 러시아의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는 역사화, 풍속화를 감상했다. 앞서 본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어놓은 듯 섬세하고 사실적이면서, 그 시대정신을 표현하려고 애쓴 작가의 마음이 드러났다. 전시장 곳곳에는 그림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문구들이 적혀 있는데 특히 베레샤긴이라는 화가가 전쟁의 참상을 그린 ‘불의의 습격’ 옆에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었다. “나쁜 평화더라도 뜻있는 전쟁보다 항상 낫다”(러시아 속담).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

보그다노프-벨스키, 암산, 1895(좌) 캔버스에 오일, 107.4×79cm ⓒ 2007,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의 갖가지 표정이 재미있다. 그림 속 선생님의 모습은 화가의 스승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바실리 칸딘스키, 구성 #223, 1919(우) 캔버스에 오일, 126×95cm ⓒ 2007, The State Russian Museum, St. Petersburg 칸딘스키는 인간의 이성이 아닌 감정과 직관, 영혼의 섬세한 흐름에 관심을 기울였다. 러시아 혁명기 불안한 시대상황 속 화가의 격정적인 감정과 복잡한 심리상태를 느낄 수 있다.


91점의 다채로운 그림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라
“얘들아, 여기 좀 봐. 수학공부하는 애들 그림이 있는데 재미있다!”
성수가 가리킨 건 보그다노프-벨스키가 그린 ‘암산’이라는 그림.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로, 누구나 이 그림을 보면 웃게 된다는 도슨트의 설명이 뒤따랐다. 칠판에 적힌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끙끙대는 아이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이 생생히 드러났다. 수민이와 지수도 그림 속 표정을 따라 해보며 까르르 웃어댔다.
마지막 방에 들어서자 기다리던 칸딘스키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수민이는 원화를 보게 된 기쁨에 설레는 표정이었고 나도 덩달아 들뜨는 느낌이었다. 러시아 혁명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을 담았다는 ‘블루 크레스트’는 색감도 화려하고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문양이 눈에 띄어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듯했다. ‘구성 #223’은 ‘블루 크레스트’보다는 탁한 색감이지만 그래서인지 가운데 자리한 빨간색 새 같은 형상이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듯하다.
“이모, 나는 ‘블루 크레스트’보다 이 풍경화가 더 좋아요.”
조가 지수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칸딘스키가 그린 조그마한 풍경화 두 점이 있었다. 강렬한 색상의 ‘여름 풍경’과 잔잔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가을 강’이었는데 힘차고 싱그러운 느낌이 들었다. 91점에 달하는 그림을 다 보고 나니 2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관람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수민이와 지수는 물론 처음엔 시큰둥하던 성수까지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시장을 나왔다.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

양정수 주부와 수민이가 보그다노프-벨스키의 ‘암산’에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흉내내고 있다.(좌)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칸딘스키의 ‘블루 크레스트’를 보고 있는 주부와 아이들.(우)


전시기간 ~2월27일 오전 11시~오후 7시(1월28일·2월25일 휴관)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제 3·4 전시실 입장료 어른 1만2천원, 만 12~17세 9천원, 만 6~11세 7천원 문의 02-525-3321 www.2007kandinsky.com

여성동아 2008년 2월 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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