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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식객’에 세 식구가 함께 출연해 눈길 끈 정은표·김하얀 부부

글·김유림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 장소협찬·헤이리 예술인마을 아타카

입력 2008.01.23 14:31:00

배우 정은표가 영화 ‘식객’에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출연해 화제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네 식구가 함께 촬영장을 오가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는 정은표·김하얀 부부에게 영화 촬영 에피소드와 열두 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언제나 신혼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식객’에 세 식구가 함께 출연해 눈길 끈 정은표·김하얀 부부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영화 ‘식객’에는 숨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극중 천재 요리사 성찬(김강우)의 고향 선배 호성으로 등장한 정은표(42)가 실제 자신의 아이들과 출연한 것.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월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정은표의 여섯 살배기 아들 지웅이가 갑자기 무대로 올라와 주연배우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알려졌다. 이날 행사장에 있던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은 아이의 귀여운 행동에 한바탕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들의 갑작스런 행동을 바라보던 정은표·김하얀(30) 부부는 “드디어 사고를 치는구나”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고 한다.
“사진촬영을 하기 전에 먼저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지웅이가 무대 맨 앞에서 ‘아빠 파이팅, 아빠 힘내요’라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 결국 제가 사진 찍는 차례가 되자 쏜살같이 무대 위로 올라오더라고요. 그 바람에 저도 어쩔 수 없이 아들의 포즈를 따라 하며 파워레인저 흉내를 냈어요(웃음).”
사실 지웅이가 이처럼 구김살 없이 자란 데는 부부의 남다른 육아법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정은표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소심한 성격이 싫어 늘 아이들만큼은 당당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제가 어렸을 적에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달란 말을 못해 울기만 했는데, 어느 날 지웅이가 옆집 형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보고는 울기만 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그때부터 아이들을 활발하게 키우려고 애썼어요. ‘안 된다’ 같은 부정적인 말은 최대한 아끼고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건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줬죠. 흙바닥에서 뛰어놀다 옷을 버려도, 집 안이 어지러워져도 말리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지웅이, 하은이(4) 모두 제 성격을 닮지 않고 밝게 자라고 있어요.”

영화 ‘식객’에 세 식구가 함께 출연해 눈길 끈 정은표·김하얀 부부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들의 행동을 옹호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 도를 넘어섰다 싶으면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쭐을 내죠. 자유로운 것과 버릇없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요. 결국 남편은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악역은 주로 제가 맡아요(웃음).”
연기 데뷔로 따지면 하은이가 오빠 지웅이보다 선배라고 한다. 2006년 정은표가 주인공을 맡았던 KBS 드라마시티 ‘돌대가리 2차방정식’에 하은이가 그의 아들로 출연한 것. 당시 돌잔치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마침 하은이가 비슷한 시기에 첫돌을 맞아 흔쾌히 출연 제의에 응했다고 한다. 아내 김씨는 하은이가 남자아이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어릴 적에는 너무 못생겨서 다들 남자아이 같다고 했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이번 영화에 두 아이가 함께 출연한 것도 우연이라고 한다. 전윤수 감독이 그의 지갑 속에 들어 있던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함께 출연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 촬영은 일주일 정도 진행됐는데 처음으로 네 식구가 함께 촬영장에서 생활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나중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나오자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했고, 그동안 촬영장에서 ‘삼촌’ ‘이모’라고 불렀던 연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척 신기해했다고. 정은표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
“사실 촬영장까지 가족을 데리고 오는 게 쑥스러운 일인데, 이번에는 아이들 촬영을 핑계로 가족끼리 숙소에서 잠도 같이 자고 스태프들과 어울려 밥도 함께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은 연기라는 걸 따로 할 필요가 없었죠.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찍었거든요.”
그는 평소에도 가족들을 촬영장 근처로 자주 데려 간다고 한다. 촬영을 핑계 삼아 가족여행도 자주 떠나는데 최근에는 경상북도 문경과 강원도 강릉을 다녀왔다고. 지난해 여름 학교가 주요 무대인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 출연할 때는 그가 교무실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아이들을 전문 아역배우로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이들이 원해서 하겠다고 하지 않는 한 어른들의 욕심으로 괜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 정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성인이 돼서도 연기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 밀어주겠지만 먼저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할 당시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 달 만에 14kg 감량했어요”
정은표·김하얀 부부는 지난 2002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정은표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는데 아내 김씨가 그 연극을 보러 왔다가 남편의 연기에 반해 그날로 바로 열혈 팬이 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사실 그전까지는 연극에 관심도 없었고, 정은표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우연히 선배 언니가 매진된 표를 어렵게 구했다면서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갔는데,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연극이 끝난 뒤 사인을 받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남편은 ‘그냥 받아 적으라’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어요. 그런데 그 모습까지 멋져 보였죠(웃음).”
김씨는 연극을 보고 난 뒤 바로 정은표 팬클럽에 가입해 열심히 회원 활동을 시작했다. 배우와 팬들이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어느 날 팬클럽 회원 중 한 명으로부터 정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넘겨받은 뒤로는 하루에 세 번씩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에 나눠서 인사말을 넣었어요. 그때는 답장이 없어도 그리 서운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자와 직접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던 거죠. 나중에 남편이 하는 말이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니까 그때부터는 자신이 먼저 제 문자를 기다리게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영화 ‘식객’에 세 식구가 함께 출연해 눈길 끈 정은표·김하얀 부부

정은표 가족은 촬영을 핑계삼아 지방 곳곳으로 자주 가족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김씨는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한 달 만에 14kg을 감량하는 초인적인 면모를 발휘하기도 했다. 팬미팅 자리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한 정은표의 약속을 굳게 믿고 눈물을 삼키며 살을 뺀 것. 결국 김씨는 한 달 만에 몰라보게 날씬해진 모습으로 정은표 앞에 나타났고 두 사람 관계는 그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한동안 모임에 안 나와 궁금하긴 했지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순간 ‘이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건을 계기로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사귄 지 백일째 되는 날 결혼식을 올렸다. 정은표의 부모님이 결혼을 서두른 덕분인데, 추석 때 인사만 드리려고 집에 간 것이 바로 양가 상견례로 이어졌고,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결혼날짜까지 확정됐다고 한다. 정은표는 “장인 어른과 장모님께선 딸 주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상견례 자리에서 아버님이 결혼식과 관련해 몇 가지 당부를 하셨어요. 먼저 시골에서 올라오셔야 하니 고속도로 가까운 곳에 예식장을 잡아야 하고 날짜는 일요일, 시간은 1시 반 정도가 좋겠다는 말씀이셨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조건에 딱 맞는 예식장이 금방 나타나더라고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며 둘 다 철없이 무척 좋아했어요(웃음).”
두 사람 모두 격식 따지는 걸 싫어해 결혼식도 예단, 예물 없이 간단하게 치렀다고 한다. 결혼반지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씨의 의견에 따라 5천원짜리 묵주반지로 대신했고, 웨딩촬영 역시 보통 신랑 신부가 취하는 우아한 포즈 대신 코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진행했다고. 김씨는 “요즘도 가끔 웨딩사진을 보는데 망치 들고 찍은 제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두 사람에게 열두 살 나이 차이는 처음부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교제 초반에 김씨 부모의 반대가 잠깐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 서로 아끼는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문제를 삼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의 모든 점이 다 좋았기 때문에 세대 차이 같은 건 느낄 겨를이 없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결혼 6년째에 접어든 두 사람은 요즘도 신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뽀뽀를 하고 어디를 가든 손을 잡고 걸으며, 남편이 촬영이 없는 날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붙어 지내는 것. 정은표는 “결혼 전에는 아내가 내 팬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아내의 열렬한 팬”이라며 아내 자랑을 늘어놓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배려심도 큰 사람이에요. 노총각 후배들 중에는 털털한 아내의 성격에 반해 ‘여동생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조르는 친구도 많아요(웃음). 아내는 지금까지 제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NO’라고 말한 적이 없고, 촬영이 있는 날에는 과일을 입에 넣어주면서 저를 깨워요. 그럴 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입에 과일 넣어주며 잠을 깨우는 아내가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살아요”
김씨는 그가 촬영장에 있을 때는 혹시라도 방해될까봐 먼저 전화를 거는 법이 없고 집에서도 일절 그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가 먼저 전화를 하게 되고 집안일 또한 아내의 특별한 주문이 없어도 알아서 도와주게 된다고. 그는 “아내는 나를 기죽이지 않으면서도 꼼짝 못하게 하는 비법을 알고 있다”며 웃었다.
“아직도 남편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아침에 제 옆에서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내가 어떻게 이 사람과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웃음). 지금도 처음 남편을 본 날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남편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는 건 연기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잘 알기 때문이에요. 집에서만큼이라도 편안하게 쉬게 해주고 싶어서요.”
“저희 부부를 보고 처음에는 ‘닭살스럽다’며 뭐라고들 하지만 나중에는 다 전염이 돼요. 심지어 저희들의 곰살궂은 행동을 보고 ‘남부끄럽다’며 야단을 치시던 부모님이 얼마 전에는 생전 처음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시더라고요(웃음).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쪽이 뭉클했어요.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죠.”
두 사람은 취미생활도 함께한다. 4년 전부터 탁구를 치고 있는데 특히 김씨는 탁구로 다이어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한다. 지웅이, 하은이를 낳고 몸무게가 40kg이나 불었는데 탁구를 꾸준히 치면서 임신 전 몸매를 되찾은 것. 두 사람은 “부부가 함께하는 취미활동으로 탁구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며 입을 모았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믿음으로 하루하루 더 큰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정은표·김하얀 부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행복하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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