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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의 가족사랑

조기유학 원하는 딸 위해 ‘기러기아빠’ 자청한 이광기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8. 01. 23

종종 방송에서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공개해 부러움을 샀던 이광기가 얼마 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큰딸 연지를 위해 아내와 두 아이를 필리핀에 유학 보낸 것. 몸은 떨어져 있지만 날마다 화상채팅을 하며 변함없이 가족사랑을 키우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조기유학 원하는 딸 위해 ‘기러기아빠’ 자청한 이광기

이광기는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순간들을 휴대전화에 남겨둬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열어본다고 한다.


KBS 오락 프로그램 ‘그랑프리쇼-불량아빠클럽’에 출연하며 집안일을 잘 안 도와주고 아이들 심리도 잘 모르는 ‘불량아빠’로 비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애처가에 다정한 아빠로 유명한 탤런트 이광기(39). 가족사랑이 남다른 그가 최근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 8월 자녀교육을 위해 아내와 두 아이를 필리핀으로 유학 보낸 것.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점인데 괜히 남들에게 안 좋게 비칠까봐 되도록 유학 얘기는 안 하려고 해요. 아내나 아이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 자식들 유학 보냈다고 하면 ‘너도 기러기아빠가 됐냐’면서 안쓰럽게 쳐다봐서 싫어요. 주위 사람들이 ‘식사는 제때 하냐’고 묻는데 평소 아이들에게 요리를 곧잘 해줬을 만큼 음식솜씨가 좋아서 잘 해먹어요. 귀찮을 때는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즉석 누룽지를 끓여 먹고요.”
이광기·박지은(35) 부부가 자녀유학을 준비한 건 3년 전부터. 아이들에게 다른 나라 문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유학지로 필리핀을 떠올린 건 한국과 가깝고 친척들이 살고 있는데다 교육비용이 비교적 적게 든다는 점 때문. 부인 박씨는 두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중국을 포함한 10여 나라를 아이와 함께 방문하면서 학교·기숙사 등을 꼼꼼히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유학준비를 다 해놓고 보내려고 하자 고민이 생겼다고. “내가 과연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잘 해줄 수 있을까” 같은 현실적인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럼에도 조기유학을 결정한 이유는 지난 여름 큰딸 연지가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학구열에 불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학을 맞아 한 달 반 동안 친구들과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연지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많이 아쉬워했다고.
“욕심이 많고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함께 간 친구들 중 가장 많은 현지인을 사귀었다고 하더군요. 그토록 오랜 기간 부모와 떨어져본 적이 없고 빨래와 설거지 한 번 안 해본 아이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속옷을 빨아 입었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친화력이 좋은 편이라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금세 친구로 만들어요.”
다행히도 두 아이들은 현지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연지는 방과 후 단짝친구를 집에 초대할 만큼 즐겁게 생활하고 있고, 디섯 살배기 석규 역시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등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필리핀에 보낼 때만 해도 나이가 어려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넉 달 만에 영어실력이 늘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 곁에 아내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을 때는 언제냐”고 물었더니 “늦은 저녁이나 주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럴 때 혼자 있으면 시끌벅적했던 집안 분위기가 그립죠.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꼭 여행을 갔거든요. 평일에는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으니까 주말만이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서울 근교에 위치한 박물관이나 가까운 놀이동산에라도 꼭 갔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못하니까 아쉬워요.”
그는 아이들에게 엄한 모습보다는 다정하고 친근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육은 전적으로 아내가 담당하고 놀이는 내가 맡는다”는 그는 “레슬링이나 씨름 같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스킨십을 많이 한다”며 웃었다.

조기유학 원하는 딸 위해 ‘기러기아빠’ 자청한 이광기

“땀 흘리고 나면 꼭 아이들과 같이 목욕을 했어요. 연지가 조금 큰 뒤로는 쑥스러워할 때도 있는데 아직은 아빠와 물장난하고 때 미는 걸 참 좋아해요. 아이들이 앞으로 필리핀에서 2~3년 정도 더 머물 예정인데, 한국에 돌아올 때쯤엔 연지가 많이 자라서 셋이 함께 목욕할 수는 없겠죠?(웃음)”
하지만 아쉬운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혼 10년 차인 그는 “지금쯤 권태기가 올 때지만 자주 못 보기 때문인지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싹튼다. 마치 연애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때 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이 무덤덤해져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사랑한다’ ‘보고 싶다’ 같은 말을 자주 한다고. 부인 박씨 역시 남편의 선물을 사두었다가 그가 필리핀에 오면 깜짝 놀래준다고 한다.
“저희는 전화보다는 주로 인터넷 화상채팅을 해요. 매일 2시간씩 하는데 아내가 밥 먹는 모습,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채팅창을 열어두고 ‘연지야!’ 하고 부르면 우당탕탕 뛰어오면서 ‘아빠 왜?’ 하는데, 마치 방에서 공부하던 연지가 거실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는 미니홈피 운영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최근까지 찍은 사진과 방송현장에서 동료들과 찍은 자신의 사진을 올려둔다고. 그러면 아내와 아이들이 수시로 접속해 보고 간다고 한다.
그는 지난 11월 초 결혼기념일을 필리핀에서 보내면서 “벌써 결혼한 지 십년이 흘러 두 아이의 아빠가 됐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부인 박씨와 한동네에 살면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 결혼을 했다는 그는 “결혼 당시 아역배우 출신이지만 캐스팅이 잘 되지 않아 포장마차를 운영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혼 1주년이 되던 날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그날 집사람이 갑자기 나이트클럽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수중에 돈이 얼마 없었지만 특별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어서 갔죠. 그런데 나이트클럽 앞에서 아내가 ‘건물이 너무 낡았다. 우리 그냥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하자’면서 뒤돌아서는 거예요. 제 빈 지갑을 보고 그렇게 돌려 말한 것 같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니까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는 친구 같은 아빠 되고 싶어요”
그가 다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덕분이라고 한다. 무용을 전공한 아내가 어느 날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다시 연기를 시작하라. 돈은 내가 벌면 되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면서 뒷바라지를 해줬다고. 그는 만삭의 몸으로 무용학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내를 보며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오랜 무명생활을 겪은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00년 KBS 드라마 ‘태조 왕건’에 출연하면서부터. 견훤의 첫째 아들로 출연했던 그는 이듬해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했다.
“수상소감을 말하려고 ‘연지야’ 하고 부르는데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그때까지 아이가 사달라는 장난감을 변변히 사주지 못했을 만큼 생활이 어려웠거든요. 연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비로소 ‘아빠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뻤어요.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아내와 제가 다시 연기하기까지 기다려준 장인, 장모님께도 감사했고요.”
털털하고 대범한 편인 아내와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인 그는 서로 부족한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다고 한다. 의견충돌이 있을 때면 아이들이 눈치채기 전에 진지하게 대화를 해 20분 안에 해결한다고. 주말에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때그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도 원만한 부부관계의 비결이라고 한다.
“아내가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에 써놓고 간 편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공항에서 배웅을 하고 돌아왔는데 ‘여보, 지금쯤 집에 돌아와 이 편지를 읽고 있겠지? 우리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에 대한 애정 변치 말자. 당신을 위해서 매일 기도할게’라는 내용의 편지가 놓여 있더라고요. 반드시 지켜야 할 항목 열 가지와 함께…(웃음). 가끔씩 흐트러진 생활을 하다가도 그 편지를 떠올리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허술한 가장의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다짐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가기 위해 고정 출연 중이던 EBS 라디오 건강·육아 프로그램인 ‘알토란’에서 하차했다는 그는 당분간 드라마 출연도 자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학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특히 연지의 장래희망이 국제변호사인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도와주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저처럼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네요. 내복바람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춤추고 노래하는데 끼가 보여요(웃음). 하지만 아직은 나이가 어리니까 학교생활에 충실하면 좋겠어요. 스무 살이 넘어서도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 그때는 말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연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석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족 봉사활동도 시작할 계획”이라는 그는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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