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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얘기 소설로 펴낸 ‘싱글맘’ 작가 한경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8.01.23 11:39:00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등 귀에 익은 여러 히트곡의 노랫말을 쓴 유명 작사가 한경혜씨는 이혼 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최근 작가로 전업해 싱글맘의 삶을 다룬 작품을 발표한 그를 만났다.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얘기 소설로 펴낸 ‘싱글맘’ 작가 한경혜

한경혜씨(42)는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임상아의 ‘뮤지컬’,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등 수많은 히트곡의 가사를 쓴 유명 작사가다. 동시에 지난 2004년 단편소설 ‘비행’으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최근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를 펴내 화제다. 작가 자신이 이혼 뒤 열 살배기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기 때문. 그는 이 소설이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삼았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성장해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언젠가 한 번은 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참에 지난 2006년 한 후배로부터 ‘엄마에겐 샤넬백이 필요해’라는 제목의 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불쑥 한씨의 입에서 “엄마한테는 샤넬백이 아니라 남자가 필요한 것 아냐?”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그것이 이 소설의 시작이 됐다고.
“그전에도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늘 ‘너희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야’라고 말하곤 했어요. 이혼하고 나서 삶에 주눅 들어가는 제가 싫어서, 저를 ‘당당한 싱글맘’으로 포장하려고 일종의 허세를 부린 거였죠. 그런데 그 말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제 안에 자리 잡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엄마로서의 나보다 여자로서의 나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이 소설은 그동안 이혼한 저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동원해온 포장이나 허세를 떨쳐버리고 저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싶다는 의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아름다운 구속’ 가사 썼지만 실제 결혼 생활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구속이었어요”
사실 한씨에게 ‘이혼녀로서의 한계’를 느끼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지난 95년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인 ‘혼자만의 사랑’의 가사를 쓰면서 작사가로 데뷔한 뒤, 매년 저작권료로만 억대를 벌어들일 정도로 크게 성공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한씨가 작사가의 길에 들어선 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시절 오페라 각색 아르바이트를 하다 “노래 가사 한 편 쓰면 오페라 번역의 두 배를 번다”는 말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술술 가사를 쓴 건 아니에요. 직업 작사가를 하겠노라고 마음먹은 뒤 6년 동안 이 작곡가, 저 기획사를 찾아다니며 번번이 거절만 당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수없이 거절당하며 열심히 글만 쓴 게 이후 제가 활동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됐죠.”
한씨는 ‘내 지친 이 가슴속을 누가 위로해줄까/ 혼자만의 사랑으로 남은 나. 추억은 이쯤에서 접어야만 하는 거야/ 아픔은 혼자만의 몫인걸/ 아픔은’이라는 가사로 큰 인기를 모은 ‘혼자만의 사랑’ 이후 단 한 번의 슬럼프도 없이 꾸준히 히트곡을 썼다고 한다. 김건모·김종서·신승훈·임창정·쿨·브라운 아이즈·토니안·박효신·윤건 등이 부른 수많은 노랫말이 그의 펜 끝에서 풀려나왔다.
“23일 동안 17시간만 자면서 작업을 한 적도 있어요. 하루에 2편을 쓴 날도 있고요. 가사 쓰는 게 정말 재미있고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녹음실에 갔는데 한 가수가 저한테 ‘이렇게 이별 타령만 하니까 애인이 안 생기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제 가사가 온통 이별 이야기더군요. ‘나도 이제 사랑이라는 걸 하고 싶다’는 기대로 쓴 작품이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이었어요.”

이혼 후 홀로 아들 키우는 얘기 소설로 펴낸 ‘싱글맘’ 작가 한경혜

‘오늘 하루 행복하길 아침에 눈뜨면 기도를 하게 돼/ 달아날까 두려운 행복 앞에’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구속’은 큰 인기를 모았고, 그해 한씨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이듬해인 98년 결혼을 했고, 99년에는 아들도 낳았다. 하지만 그의 결혼생활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고 한다. 갈등을 거듭하던 끝에 아이가 태어난 지 1년 만에 이혼을 결정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부부는 둘 다 피해자였던 것 같아요. 남편은 자신이 한 달간 꼬박 일하고 야근까지 한 뒤 받는 월급이 제가 하룻밤 가사 써서 버는 돈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어요. 그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다 사업가로 나섰는데 하필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그 또한 잘되지 않았죠.”
그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혼한 뒤부터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작사가로 성공한 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지난 2001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으로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을 받던 날, 문득 그 꿈이 다시 떠올랐다고.
“그날 상을 받으러 무대 아래 서 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거예요. 하나도 기쁘지 않고 ‘이게 혹시 내리막길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었죠. 저 자신에게 ‘만약 그렇다면 이제부터 난 뭘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소설을 쓰자’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는 이후 작사가로 활동하느라 중도에 그만뒀던 대학에 돌아가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다시 공부하고, 2004년 등단했다. 작사가로 한창 활동하던 때는 매달 40~50개의 곡을 받아놓고 가사를 썼지만, 지금은 가끔씩 그가 가사를 써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친한 가수들이나 가능성 있는 신인 가수를 위해서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소설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수입이 많이 줄었지만, 마음은 편안하다고.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라는 소설을 펴냈지만, 정작 자신은 남자도 필요 없다고 한다.
“이혼 뒤 연애를 안 한 건 아니에요. 가끔은 ‘이 연애를 하기 위해 이혼했나 보다’ 싶을 만큼 좋았던 순간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늘 그 사람과 저 사이에 건널 수 없는 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저는 연애를 하면 언제나 그게 결혼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믿거든요. 하지만 남자들은 그런 제 마음을 깨닫기 무섭게 달아나니까요. 한 번 즐기려다 된통 당할 뻔했다는 표정으로, 이혼녀를 책임지기 싫다는 느낌을 노골적으로 풍기며 떠나갔죠.”
한씨는 하지만 여전히 “연애의 책임과 의무는 결혼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나는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는 어느새 자신의 시간을 다른 이가 방해하는 게 싫어졌을 만큼 혼자라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고.
“요즘 제 생활은 꽤 규칙적이에요. 매일 아침 아들이 일어나는 시간인 7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낸 다음 쪽잠을 좀 자죠. 낮에는 도무지 글이 안 써지는 체질이라 밤 10시에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그 옆에서 노트북으로 새벽 2~3시까지 글을 쓰고요.”
그가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드라마 대본.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가 출간된 뒤 한 드라마 제작사가 TV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와 그 대본을 직접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를 쓰는 건 처음이지만 10여 년간 구어체로 가사를 써왔기 때문에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와 대사를 누구보다도 잘 쓸 자신이 있다고.
“이번 작품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 이혼과 아이 양육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혼을 결정할 때는 ‘부모가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엄마 혼자라도 잘 키워주는 게 아이에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다 보니 ‘우리 아들도 아빠의 부재를 많이 힘들어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 이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연락을 했죠. 얘기가 잘되면 일년 중 몇 달 정도는 아들이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자라온 모습을 보면 그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잘 커줄 것 같은 믿음이 있고요. 제게 이런 믿음을 준 아들이 고맙고 기특합니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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