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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눈에 ‘띄는’ 그녀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뚱뚱한 백수 동생 연기로 눈길 끄는 박준면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8.01.22 18:14:00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인기를 모으는 감초 조연 박준면. 극중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금녀와 달리 뚱뚱한 몸을 사랑하며 99사이즈의 옷을 입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뚱뚱한 백수 동생 연기로 눈길 끄는 박준면

예쁘고 늘씬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뚱뚱함을 드러내는 여배우가 있다.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예쁘고 똑똑한 언니 백시향을 질투하다 마음을 고쳐먹고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여동생 백금녀 역을 맡은 박준면(32)이 그 주인공. 그는 “80kg이 조금 넘는다”면서 “이 정도면 딱 적당한 거 아닌가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제가 맡고 있는 금녀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예요.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달리 예쁘게 생긴 언니와 비교 당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죠.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늘 무시당했고 하는 일마다 족족 망했으며 마흔이 넘어서도 시집을 못 갔어요. 그래서 예쁘고 잘난 언니에게 더 대들고 비뚤게 행동했죠.”
그는 “외모는 금녀와 닮았지만 뚱뚱한 몸을 대하는 자세나 성격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고 게으른 편이라서 통통했어요. 타고난 건강체질에 ‘편하게 살자 주의’죠. 하지만 금녀처럼 상처받은 일은 없어요. 모든 사람이 S라인을 주장할 때도 저는 자신 있게 A라인을 주장해왔거든요(웃음).”
그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뚱뚱한 여자는 능력이 없고 성격도 나쁘다”고 비칠까봐 많이 망설였다고. 하지만 오래 전부터 임성한 작가의 열혈팬이었기에 출연을 결심했고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성격까지 거칠게 변했다’는 식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감추고 싶은 치부가 있잖아요. 저는 금녀의 치부를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저라도 금녀 같은 상황이라면 세상 살기가 싫고 매사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몸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꼬집어보고 싶었다면 너무 거창한 걸까요?”
그러나 그는 처음 드라마가 방송된 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시청자 게시판에 ‘뚱녀 꺼져라’ ‘구제불능 뚱땡이’ 같은 악성 댓글이 올라온 것. 그럴 때마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밥을 많이 먹는 모습,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언니와 (나를) 차별하냐’며 울부짖는 모습을 더 처절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런 그의 노력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는지 요즘은 “금녀 파이팅” “금녀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격려를 많이 듣는다고.
“한번은 길을 지나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어쩜 그렇게 얄밉게 잘해. 금녀야, 진짜 언니 있니? 언니와도 그렇게 지내?’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실제 전 언니한테 무지 잘해요. 언니가 둘 있는데, 여섯 살 차이 나는 큰언니한테 금녀처럼 대들었다가는 큰일나죠(웃음).”
그의 실제 가정은 무척 화목하다고. 요즘 그의 가족들은 TV에 나오는 그를 주위에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뚱뚱한 백수 동생 연기로 눈길 끄는 박준면

박준면은 “뚱뚱한 몸을 가졌지만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많은 작품에서 감초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4년 전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뮤지컬·영화에서 다양한 배역 맡으며 주목받아
박준면은 TV 시청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데뷔한 지 14년 된 베테랑 배우로 주로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활약해왔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연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가족과 학교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고3 때도 야간자율학습에 빠져가면서 연기연습을 하러 다녔다고.
“담임선생님께 ‘공연 연습하러 갔다 올게요’라고 말하면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보내주셨어요. 한 번도 ‘너는 안 될 거야’ 같은 말을 안 하셨고 저 역시도 ‘무조건 배우가 될 거다’라고 다짐했죠. 대학생이라고 속여 공연연출가들이 기획한 워크숍에 참여해 ‘노부인의 방문’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고요.”
하지만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다가 건강에 무리가 와 안면근육이 마비되는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한 달 동안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마비된 얼굴 신경이 돌아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결국 대학입시에 실패한 그는 뮤지컬배우를 양성하는 전문학원인 ‘에이콤 뮤지컬 아카데미’에 들어갔고 ‘명성황후’‘브로드웨이 42번가’‘그리스’‘렌트’ 등 유명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무대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뮤지컬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그는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에게 노래를 배우고 전문댄서에게 춤을 배우며 20대를 바쁘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스크린에 도전한 건 2001년부터. 여러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지난 2006년 영화 ‘삼거리극장’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낮에는 뚱뚱하고 못생긴 매점 아줌마지만 밤이 되면 삼거리극장 최고의 여배우로 변신하는 역을 맡았거든요. 추녀와 미녀 사이를 오가는 역이라 촬영이 끝난 후 많이 지쳤지만, 그 영화 이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에 연이어 캐스팅되는 행운도 얻었죠.”
지금까지 그가 맡은 캐릭터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섹시한 정부, 자신이 공주라고 믿는 유령, 정신질환자, 240cm의 거인병 환자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인물을 주로 연기한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비범한’ 캐릭터만 골라 한 건 아니에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고르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거죠. ‘일부러 강한 캐릭터를 맡아 뚱뚱하다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몸은 연기의 한 가지 조건일 뿐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캐릭터를 맡거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제 몸이 악용되는지 활용되는지는 꼼꼼히 따져요.”
그는 얼마 전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섭외를 받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꼭 자신이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고.
“뚱뚱한 몸매로 주목받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좋고 싫은 이유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네요. 그냥… 수치심이 느껴지는 역할이면 안 하고 그렇지 않으면 해요(웃음).”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서 “‘뚱뚱하지만 얼마든지 사랑스러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외모 때문에 노처녀된 금녀와 달리 저는 나이와 국적 불문한, 파란만장한 연애 해봤어요”
그에게 “혹시 뚱뚱하다는 이유로 캐스팅에 제한받은 경험은 없냐”고 물으니 “물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억지로 체중감량을 하면서까지 캐릭터를 맡을 필요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세상이 정해놓은 미(美)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고.
“제 인생에서 딱 한 번, 두 달 만에 17kg을 빼고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건 더 이상 박준면이 아니더라고요. 밋밋한 얼굴에 평범한 몸매…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죠. 그때 ‘왜 예쁜 배우만 있어야 하지? 나처럼 뚱뚱한 배우도 분명 쓸 곳이 많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뚱뚱한 게 제가 가진 매력이라면 그걸 최대한 장점화시켜야 한다고 다짐했고요.”
그는 당당하게 99사이즈 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몸매를 감추려고 어깨를 움츠리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고. 그는 “가끔씩은 실루엣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옷을 입어 자연스럽게 몸의 곡선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싱긋 웃었다.
“가끔 옷가게에 들어가면 점원들이 ‘네게 맞는 옷은 여기 없어’라고 말하듯 저를 훑어보기도 해요. 아이고, 그런 걸로 상처받으면 피곤해서 이 세상 못살죠~. 저는 빅사이즈 브랜드 매장에 가서 옷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홍대 거리에서 주로 쇼핑하는데 가끔씩 ‘언니, 이거 이번에 들어온 옷인데 언니한테 맞을 것 같아’ 하고 권하면 사죠.”
아직 미혼인 그에게 “극중 캐릭터인 금녀처럼 외모 때문에 남자친구를 사귀는 데 지장을 받았냐”고 조심스레 묻자 “파란만장한 연애를 해봤다”고 대답했다.
“3년 전부터 일거리가 늘어 연애를 거의 못했는데 20대 때는 진짜 로맨티시스트였어요. 많은 남자를 만났고 흑인과 3년 동안 교제한 적도 있죠. 성격이 덤덤한 편이라 그런지 사랑에 있어서도 나이든 국적이든 신경 쓰지 않아요.”
그러나 그는 “현재는 남자친구가 없다. 외롭지만 연기를 더 열심히 하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아 당분간은 솔로로 지낼 것”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오는 5월까지 드라마 ‘아현동 마님’이 연장 방송될 예정인데다 1월부터는 주지훈·김재욱 등 ‘꽃미남’ 배우들과 영화 ‘앤티크-서양골동 양과자점’에도 출연할 예정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고. 그는 실험적인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도 한두 번 올라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평범하지 않은 몸매 때문에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기자로 이름을 더 알리고 싶어요. 저는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거나 상을 받고 싶은 욕심은 전혀 없어요. 그저 늙어서까지 사람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주면서 연기할 수 있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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