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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대선 후보 부인 릴레이 인터뷰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넉넉지 않은 살림에 힘든 때도 있었지만 진실하고 한결같은 남편 덕에 늘 행복했어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12.24 16:51:00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이던 정 후보와 결혼한 뒤 시어머니를 모시고 시동생 셋을 장가보냈다. 지난 81년 결혼 후 26년 동안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최근 남편을 돕기 위해 선거운동에 뛰어든 민씨를 만났다.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20년 전 남편이 LA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제 별명은 ‘laughing girl(미소짓는 소녀)’이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웃고 있다며 그곳 분들이 약간의 놀림을 섞어 붙여준 별명이었죠. 저는 지금도 늘 그렇게 웃어요(웃음).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매일 아침 남편에게 들려주는 말도 ‘밝게 웃어요, 파이팅!’이죠.”
지난 11월 초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54)의 부인 민혜경씨(51)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의례적이고 딱딱한 인사말을 건네는 대신 손을 맞잡으며 미소짓는 모습이 소탈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민씨는 지난 81년 정 후보와 결혼한 뒤 26년 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내조에만 전념해온 인물.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시절, 의원 부인들의 모임인 ‘우리 가족’에 참석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을 만큼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각종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는 것. “아직도 쑥스러워 어디 가서 정 후보 안사람이라는 말도 못한다”고 털어놓지만, 민씨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인 아내’의 세계에 한 걸음 내디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씨는 아버지가 전주교대 교수와 전북사대부고 교장 등을 지낸 교육자 집안의 맏딸로 숙명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집안의 맏아들 정 후보와 결혼에 이른 과정은 한 편의 소설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전북 전주 출신인 두 사람은 집안끼리 먼 사돈지간이지만 어린 시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 때 서울에서 열린 지역 동문회에 참석했다가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고. 이 자리에서 민씨에게 반한 정 후보는 곧 저돌적인 사랑을 쏟아부었다.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연애는 절대 안 된다. 대학 졸업 뒤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라’는 교육을 받아온 민씨가 정 후보를 피하자 개나리 한 묶음을 들고 숙명여대 기숙사 앞에 찾아가 “민혜경, 나오라”고 고함을 질렀고, 민씨의 대학 졸업식장에 꽃다발을 들고 갔다가 공개적으로 퇴짜를 맞기도 했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선거 유세장 방문하고 여성 유권자 대상 행사 참석하며 활동 범위 넓혀갈 계획”
“대학 졸업 뒤 고향에 내려가 음악교사로 일했는데, 그곳까지 저를 찾아왔어요. 무서울 정도로 집요했죠. 사실 대학시절 몇 번 만나본 남편은 참 반듯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연애할 생각이 있었다면 그와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 집이 워낙 보수적이었고, 아버지가 절대 그 사람과는 안 된다고 하셨기 때문에 마음을 열 수 없었죠.”
그러나 정 후보는 포기하지 않았고 주말마다 전주에 내려가 민씨와 그의 부모를 설득했다고 한다. 민씨의 부모가 “기자 사위는 싫다”고 하자 MBC에 사표를 내고, 설악산으로 민씨를 납치하는 소동을 벌인 끝에 결혼 허락을 받아냈다. 정 후보가 MBC에 사표를 낼 당시 직속 상관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그 얘기를 전해들은 사장은 “결혼에 성공해 돌아오면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실패해서 돌아오면 즉각 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정 후보는 마침내 결혼에 성공했고, MBC 기자로도 복귀할 수 있었다.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

현재 군복무중인 두 아들 욱진·현중씨와 정 후보 부부.


“그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솔직히 결혼 전엔 남편을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건 결혼하고 난 뒤부터죠. 한심하죠? 절 그렇게 고생시켰는데도 사랑하다니…(웃음). 그런데, 정말 그래요. 조그만 셋방에서 시어머니 모시고 세 명의 시동생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넉넉지 않은 살림 때문에 등촌동·불광동·도곡동·하안동 등으로 끝없이 이사를 다녀야 했지만 남편은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 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진실하고 좋은 사람이었죠.”
민씨는 지난 2005년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24년간 함께 살며, 시동생들을 차례로 장가보냈다고 한다. 남편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울 때는 피아노학원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림을 돕기도 했다. 그 사이 미국 스탠퍼드대에 다니다 지금은 군 복무 중인 큰아들 욱진씨(24)와 연세대를 휴학하고 역시 군에 입대한 둘째 아들 현중씨(21)도 낳고 길렀다.
민씨가 정 후보와 처음으로 오붓한 신혼생활을 즐긴 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 후보가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을 때라고 한다. 두 달여간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은 늘 함께였다. 민씨는 중소기업·학교·공장 등을 방문하는 남편과 늘 함께 다녔고, 여유 시간에는 손을 맞잡은 채 도시를 산책했다고 회고했다.
“그때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기도 했어요. 남편이 6월1일 당직에서 사퇴했는데, 그 얼마 뒤가 바로 저희의 결혼 25주년 기념일이었죠.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정호승 시인의 ‘봄길’을 외워서 들려줬어요.”
민씨는 먼 곳을 응시한 채 아직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시구를 조용히 읊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로 시작되는 이 시를 낭송한 뒤 그는 정 후보에게 “많이 힘들겠지만 다시 생각하면 지금이 굉장히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온 당신에게 한 번 숨 고를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아내 앞에서는 늘 흔들림 없는 모습만 보이던 정 후보는 그런 민씨를 보며 처음으로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그림자처럼 조용하지만 든든하게 남편을 돕는 민씨의 스타일은 선거운동이 한창인 요즘도 변함이 없다. 그는 매일 아침 건강식으로 청국장을 내놓고, 성대 보호를 위해 살구씨 기름을 준비하는 것으로 ‘대통령 후보 부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 후보가 ‘가족행복시대 실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는 정 후보와 함께 선거 유세장을 방문하고, 여성 유권자 대상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동 범위를 조금씩 넓혀갈 계획이라고.
“대통령 부인이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남편이 국정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거라고 생각해요.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버림받은 아이와 노인들의 복지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게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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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수박 고르는 요령

어린 시절 장래 희망 “어려운 사람을 돕는 ‘백의의 천사’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주로 쇼핑하는 장소 “평소 동네 상가나 시장을 이용하는데, 최근엔 바빠져 통 가지 못했다.”
가족 건강을 위해 마련하는 건강식 “직접 청국장을 띄워서 다양한 요리에 활용한다. 특히 모닝빵에 달걀·새우·버섯·양파·당근 등을 다져넣고 청국장 소스를 얹는 ‘청국장 샌드위치’는 맛있고 영양가도 높아 남편과 아이들 모두 좋아한다.”
자녀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어떤 상황에서든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TV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가끔 드라마를 본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과 차동엽 신부님이 쓴 ‘무지개 원리’가 기억에 남는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 “평생 다른 이들을 위해 산 테레사 수녀님을 존경한다.”
대통령 부인이 되면 처음 방문하고 싶은 곳 “불우한 어린이들이 있는 시설을 찾아가 한 번씩 꼭 안아주고 싶다. 꽤 오랫동안 꾸준히 봉사활동하러 가던 시설에 최근 선거운동 때문에 못 가고 있는데, 그곳에 찾아가고 싶기도 하다.”
재테크 방법 “그동안 따로 재테크할 재산이 없게 살았다. 늘 살림이 빠듯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재산을 불릴 동안 우리는 사람에 투자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상상하는 10년 후 부부 모습 “남편이 정치를 그만두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사회봉사와 관련된 일인데 그 일을 함께하고 싶다.”


여성동아 2007년 12월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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