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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4

쌍둥이 독서 교육 위한~ 즐거운 서점 나들이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입력 2007.12.12 14:02:00

쌍둥이 독서 교육 위한~ 즐거운 서점 나들이

아빠 엄마와 함께 서점 나들이에 나선 쌍둥이들. 각자 좋아하는 책을 집어들었다.


‘통섭학’(학문간 경계를 넘어 지식을 융합하자는 의미)으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통합교과형 논술에 학생들이 어떻게 대비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주로 했었는데, 최 교수님은 “글이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많이 읽으면 글은 저절로 된다”라며 간단명료하게 답해 주셨다.
최 교수님은 말로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독서환경에 익숙하도록 집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셨다. 자신의 집 거실을 온통 서재처럼 꾸며놓고, 아이들의 허리춤 높이에는 주방이건 화장실 주변이건 어김없이 책장을 마련해 놓았더니 자녀들이 저절로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경험담도 덧붙이셨다.
두 자녀를 모두 명문 외고, 대학에 보내신 동아일보 출판국의 고승철 국장님도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주말마다 대형서점을 다니면서 책 구경을 했더니 비교적 어렵지 않게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였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다.

대형서점으로 떠난 겨울 나들이
어느덧 한겨울, 놀이터로 나가기엔 너무 춥고, 실내 놀이방에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북적대 내키지 않는다. 하루종일 집에 있자니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해결책으로 생각한 것이 대형서점의 어린이책 코너다. 처음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처럼, 그저 손 붙들고 실내 구석구석 누비는 ‘겨울 나들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위의 두 전문가 말씀이 새삼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요즘 대형서점들은 어린이책 코너를 단순히 책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적지 않은 책을 열람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자주 찾는 분당 서현동 교보문고에는 아예 ‘키즈 클럽’이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유정·민정이의 반응은 기대보다 좋았다.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일단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책 포장지에 관심을 보였다. 집에 있는 동화책을 보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좋아하고, 토마스기차같은 익숙한 만화 캐릭터에도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들이 비닐로 싸여 있어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 바로 옆에 친절하게도(?) 구겨진 ‘견본’ 책들이 있어 안심이다.
민정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장 사이 복도에 앉아 폼을 잡고 책장을 넘기는 시늉을 한다. 간식을 좋아하는 유정이는 도너츠 모형이 들어 있는 장난감을 들고 와서 “도너츠 빼”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 도너츠 대신, 서점 위층에 자리한 도너츠전문점에서 사온 도너츠를 입에 넣어주자 좋아하며 몸까지 흔든다.
책장 사이에서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 나름대로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책을 고르는 것 같다. 아무렇게나 집은 것 같은데도 3, 4권 정도 품에 안고 오는 걸 보면 뿌듯한 기분까지 든다. 오랜만에 아빠랑 놀고 있다는 걸 암시하려는지 괜시리 ‘아빠를 깨우는 법’ ‘아빠랑 놀아요’처럼 책 표지에 아빠(어른)가 들어간 걸 갖고 오기도 한다.

쌍둥이 독서 교육 위한~ 즐거운 서점 나들이

서점에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지는 아이들
쌍둥이 독서 교육 위한~ 즐거운 서점 나들이

쌍둥이들이 골라온 책을 함께 읽고 있는 가족. 어릴때부터 부모와 함께 대형서점을 다니며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생후 30개월 남짓한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일 것이다. 실제로 진중한 표정으로 삼매경에 빠진 듯 보이는 유정이 근처로 가보면 거꾸로 책을 잡고 있을 때도 있다. 곁에서 자세히 지켜보니 아이들이 책장을 만지작거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책 속의 푸근한 캐릭터들을 보며 왠지 기분이 고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보다는 책 자체를 그냥 구경하면서 그 속의 ‘이미지’만 섭취하는 것 같지만, 어찌 됐건 앞의 두 전문가분의 조언을 생각하면 그런대로 좋은 출발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있는 건데 애들 아빠니까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웃음).
으레 아이들만 있는 코너라서 그런지, 엄마랑 아이랑 함께 앉아 동화책 읽는 광경도 흔하고, 책 어지럽힌다고 눈치 주는 점원도 없어 좋다. 비교적 독립된 공간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 관리가 한눈에 되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 가족은 보통 개장시간인 오전 9시 40분 정도에 서점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때부터 1시간 쯤 책을 보는데, 시간이 일러 사람도 적고 금방 청소를 마친 상태라 실내도 깨끗하다. 특히 주말이나 방학 때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지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에 오랫동안 머물 수가 없다. 사람들이 늘어나면 실내 이산화탄소도 그만큼 많아져 공기도 탁해진다.
오전 11시 전에 얼른 자리를 떠서 인근의 중앙공원으로 가 바깥공기를 한번 쐰다. 브런치 카페에 가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며 오붓하게 가족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두뇌 활동을 은근히 많이 해서인지 지적 호기심이 원초적 욕구로 전이된 것인지, 어쨌든 그냥 집에서 밥을 먹을 때보다 아이들이 좀더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 앞으로도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서점에 데리고 갈 계획이다. 유정아, 민정아! 아빠 월급으로 한 달에 1백만원 넘는 비싼 영어유치원은 못 보내줘도 책은 맘 놓고 사줄게~.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여 간 일했으며 현재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재직 중이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몇 달 전부터 말문이 터져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딸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빠다.

여성동아 2007년 12월 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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