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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 여행

글·이남희‘동아일보 The Weekend 기자’ / 사진·베를린 파트너 유한회사 제공

입력 2007.11.21 12:08:00

독일 베를린이 세계적 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수백 개에 이르는 박물관, 갤러리, 극장들이 활기를 띠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것. 보는 즐거움은 물론 역사적 깨달음까지 주는 베를린의 명소들을 둘러보자.
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 여행

베를린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유명한 알렉산더 광장.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터전’으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이 암울한 장막을 걷고 세계적 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9월 중순부터 13일간 여러 아시아 국가의 전통춤 공연, 미술 전시회, 패션쇼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아시아 퍼시픽 위크 베를린 2007’ 행사를 개최, 동서양 문화의 만남을 주도한 것.
괴테 인스티튜트(독일 문화원)의 초청으로 아시아 8개국 기자들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자는 일주일간 베를린에 머물며 이 도시의 문화적 저력을 절감했다. 무려 3백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갤러리, 1백70여 개의 박물관, 1백50개의 극장을 보유한 베를린은 발길 닿는 곳마다 오페라, 콘서트, 버라이어티쇼가 열리는 ‘문화의 보고’였다. 또한 이젠 구 시대의 잔재가 돼버린 베를린 장벽의 화려한 그라피티(벽화)는 민중 예술의 거대한 힘을 느끼게 했다.
전범(戰犯)으로서의 과오를 인정하는 뜻에서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공개한 유적지부터 젊은 작가들의 활기 넘치는 아틀리에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넘치는 베를린은 한국인들이 꼭 한 번쯤 들러야 할 곳이다. 두 나라로 나뉘어 살던 민족이 어떻게 통합해가는지 생생한 역사를 보여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 여행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반파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카이저 빌헬름 교회.(좌) 멘첼 등 19세기 독일 화가들의 그림과 로댕의 조각상 등을 볼 수 있는 옛 내셔널갤러리.(우)


#1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찾아서
베를린 여행의 시작은 대개 시내 중심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출발한다. 20년 넘게 ‘장벽’에 둘러싸여 우리나라 판문점과 함께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 문은 이제 통일 독일의 ‘랜드마크’가 됐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문을 본떠 만들었으며 문 위에 있는 승리의 4두 마차는 나폴레옹에게 전리품으로 빼앗겼던 것을 1814년 되찾은 것이라고 한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문의 서쪽에 자리한 전승기념탑으로 눈을 돌려보자. 영화 속에서 천사인 주인공이 탑 위에서 슬픈 눈으로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황금빛 빅토리아 여신상이 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이 탑은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한 기념으로 1873년 건립했다.
이 지역 근처에는 역사에 대한 독일인의 깊은 반성을 드러내는 장소들도 있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조금 남쪽으로 이동하면, 높이가 서로 다른 2천7백11개의 돌(기념비석)이 빼곡히 들어선 독특한 공간과 만나게 된다. 바로 나치에 의해 희생된 6백만 유대인을 추모하는 ‘유럽 학살 유대인 추모 기념관’이다. 2005년 완공된 이 기념관은 국가가 저지른 범죄를 기록하려는 독일 국민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지어졌다. 이는 ‘앞으로 이런 과오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라는 독일 국민의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기념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과거 게슈타포(비밀경찰) 본부가 있었던 ‘테러의 지형학’ 센터가 있다. 이곳의 야외 전시물들 가운데 게슈타포 본부에 앉아 유대인 학살 계획을 세우던 히틀러 심복들의 사진은 섬뜩한 느낌을 줬다.
통일 당시 베를린의 생생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벽박물관과 체크포인트 찰리에 방문할 것! 벽박물관에는 61년 베를린 장벽이 처음 세워질 때의 광경, 자유를 찾아 국경을 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비극, 89년 장벽이 무너질 때 수많은 인파가 밀집한 브란덴부르크 문 등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근처에는 동서 베를린의 국경 검문소였던 체크포인트 찰리가 남아 있는데 동서 진영의 병사 사진이 각각 붙어 있어 기념 촬영을 하기에 좋다.
수백 년 된 건축물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유럽에서 베를린은 유일하게 건축공사가 활발한 도시다. 이는 상대적으로 침체된 동베를린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통일이 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 베를린에서 “당신은 동독과 서독 중 어디 출신이냐”고 묻는 건 실례라고 한다. 민족 통합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온 만큼, 더 이상 출신 지역을 구분하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된 한국의 모습도 베를린의 현재 상황과 매우 흡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 클래식과 모던 아트의 조화
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 여행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전승기념탑.(좌) 베를린 영화제가 열리며 아이맥스 영화관, 필름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소니 센터.(우)


베를린 하면 떠오르는 예술가는? 베를리너 필하모니커(옛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30년간 이끈 전설적 지휘자 고(故)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을 첫손에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베를린이 세계적인 음악가를 배출할 수 있었던 까닭은 베를리너 필하모니커와 4백 년 넘는 역사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정식 관현악단만 여덟 개를 보유할 정도로 풍부한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2천2백 석 규모에 음향 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베를리너 필하모니커는 공연이 없는 날 견학을 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1백70개나 되는 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베를린의 명소다. 다 둘러보는 건 불가능한 만큼,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전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슈프레 강 가운데 작은 섬은 옛 박물관(Alte Museum), 옛 내셔널갤러리(Alte Nationalgalerie), 보데 미술관, 페르가몬 박물관 등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어 ‘박물관의 섬’으로 불린다. 이들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는 곳은 고대 그리스의 페르가몬(현재 터키령)에서 발굴된 제우스의 대제단, 바빌론(이라크령)의 이슈타르 대문 등 고대 건축물을 전시하는 페르가몬 박물관이다.
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베를리너 필하모니커 인근에 위치한 회화관에 들러보자.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익숙한 명작들이 가득하다. 친근한 그림이 많아서 아이들도 싫증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클래식에 질렸다면, 미테 지구 동쪽 오라니엔부르크 거리에 위치한 ‘젊은 예술가들의 집’에 가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현란한 그라피티로 가득한 이곳은 에너지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아틀리에다. 인근 지역에는 20~30대가 좋아할 만한 예쁜 카페와 작은 갤러리, 실험성이 돋보이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숍들이 즐비하다. 이곳을 둘러보면 베를린이 그저 차갑고 어두운 도시일 것이란 선입견이 금방 무너지고 만다.
매년 2월 열리는 베를린 영화제는 이 도시의 중요한 문화 이벤트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제가 열리는 포츠담 광장 소니 센터에 꼭 방문하길 권한다. 유리로 된 돔형의 모던한 지붕과 미래적인 설계가 인상적인 이 건물에는 아이맥스 영화관, 가상공간에서 베를리너 필하모니커를 지휘할 수 있는 뮤직 박스, 필름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특히 기자가 피곤한 줄 모르고 신나게 돌아다녔던 곳은 필름 박물관. 독일 영화의 역사부터 ‘스파이더 맨’과 같은 SF(공상과학)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보여주는 이곳의 역동적인 전시는 설사 독일어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흥미롭다. 1930~50년대 독일의 대표 여배우이며 매니시룩(남성미를 강조한 복장)을 최초로 시도한 마를린 디트리히(1901~92)의 의상 컬렉션과 친필 서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3 즐거운 쇼핑을 위하여~
세계적 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베를린 여행

통일 독일의 랜드마크인 브란덴부르크 문.


베를린의 쇼핑 1번지는 서베를린 최고 번화가 쿠르퓌르스텐담(쿠담) 거리 인근 지역이다. 이곳에는 베를린 최대 규모의 백화점 카데베가 있으며, 옆의 파사낸 거리에는 샤넬·루이비통 등 명품점이 늘어서 있다. 특히 독일의 전통 패션 브랜드인 에스까다·욥 등이 입점한 카데베 백화점은 독일 소시지와 치즈, 생선 등 다양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6층 식품관이 유명하다. 헹켈의 칼이나 냄비, 팬 등 주방용품도 필수 쇼핑 품목.
스포츠웨어 장만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테 지구 동쪽 뮨츠 거리에 위치한 아디다스 오리지널 스토어에 가보자. 한국에서보다 운동화·트레이닝복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건 물론 일반 스포츠웨어보다 패션 의류에 가까운 새로운 아이템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여성동아 2007년 11월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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