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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아픈 소녀 돌보는 어머니의 사랑과 두려움 담은 ‘병든 아이’

2007. 11. 12

아픈 소녀 돌보는 어머니의 사랑과 두려움 담은 ‘병든 아이’

뭉크, 병든 아이, 1885~86, 캔버스에 유채, 121.5×118.5cm, 오슬로 국립미술관


병이 든 소녀가 힘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핏기 없는 얼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은 소녀가 큰 병을 앓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어쩌면 소녀는 너무 아파 곧 세상을 떠날지 모릅니다. 곁에 앉아 간호하는 어머니는 혹시라도 그런 날이 올까봐 매우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딸을 지킵니다. 아픈 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어머니의 따뜻하고 푸근한 사랑이지요. 사랑하는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딸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뭉크는 의사인 아버지의 왕진에 따라갔다가 이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그 집에는 아픈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를 본 순간 뭉크는 일찍 죽은 누나가 생각났습니다. 뭉크가 무척 사랑했던 누나 소피에는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뭉크는 누나보다 한 살 어렸지요.
누나를 잃은 일이 몹시도 가슴 아팠던 뭉크는 아픈 소녀의 모습을 본 순간,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에는 당연히 누나의 이미지가 선명히 배었습니다.
뭉크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경험도 있었기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앗아가는 병이 싫고 두려웠습니다. 그 상실감과 두려움으로 인해 뭉크는 평생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렵고 싫은 병과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주제를 그림으로 열심히 그렸습니다.
왜 싫고 두려운 것을 그림으로 그렸을까요? 싫고 두려운 것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표현해 맞닥뜨림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뭉크가 일찍 죽거나 자살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끝없이 병적인 상황과 죽음을 표현했던 뭉크는 81세까지 살았습니다.

한 가지 더∼ 예술에는 병을 낫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뭉크가 신경질환을 앓으면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은 이런 예술의 치유력 덕분이었습니다. 예술의 치유력을 본격적으로 연구해 환자에게 실제 활용하는 치료법을 예술치료(아트테라피)라고 합니다.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 노르웨이 뢰텐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와 누나를 일찍 잃었고 화가 자신도 어릴 적부터 병약했습니다. 삶과 죽음, 공포와 불안, 사랑과 우수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 느낌이 워낙 강렬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의 불안심리를 잘 표현한 위대한 대가로 손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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