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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기자가 다녀왔어요

노르웨이 Norway

웅장하고 청정한 자연, 넉넉한 여유를 품은 나라

글 & 사진·김명희 기자 / 사진제공·노르웨이 관광청(이노베이션 노르웨이)

2007. 10. 18

3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 노르웨이는 피오르와 빙하가 빚어낸 웅장한 자연, 선진화된 사회보장제도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8월 말 5박7일간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관광지 오슬로와 올레순, 베르겐을 다녀왔다.

노르웨이 Norway

노르웨이 출신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의 ‘모노리텐’.(좌)


바이킹, 피오르, 노벨평화상,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는 나라… 노르웨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이런 몇몇 상식을 제외하면 노르웨이는 우리에게 무척 생소한 나라다. 출발에 앞서 세계 지도를 펴놓고 노르웨이를 찾아보았다. 유라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봤을 때 노르웨이는 북서쪽 끝에 위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와는 대각선상에 위치해 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직항 항로가 개설돼 있지 않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 17시간(순수 비행 12시간) 만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도착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노르웨이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노르웨이는 북위 약 58도에서 72도에 걸쳐 길게 펼쳐 있다. 한국에서는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말, 노르웨이 날씨는 늦가을처럼 쌀쌀했지만 바다 냄새 섞인 신선한 바람 덕분에 오랜 비행시간에 지쳤던 몸이 가뿐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노르웨이 최대 도시이자 노벨평화상으로 유명한 오슬로
오슬로에 도착한 시간은 마침 일요일 새벽. 다음 날 일찌감치 시내 관광에 나섰지만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관광객뿐이었다. 가장 먼저 노르웨이 사람들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바이킹 박물관을 찾았다. 숙소인 중앙역 근처에서 바이킹 박물관에 이르려면 오슬로 중심가인 킹 요한 스트리트를 지나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뭉크·입센 등 노르웨이 출신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다는 유서 깊은 노천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벽돌 하나, 건물 하나에도 역사가 살아 있을 것 같은 이 거리를 지나자 이번에는 노벨평화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매년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면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곳이다. 노벨상 6개 부문 중 평화상만 유일하게 노르웨이에서 수여하고 있는데 이는 노벨상 창안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서에 따른 것. 하지만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아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가운데 “스웨덴인인 노벨 사망 당시 노르웨이 의회가 국제 분쟁에서 중재 노력을 많이 했는데 노벨이 이 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한 곳은 노벨평화센터와 바로 인접해 있는 오슬로 시청사다.
바이킹 박물관에는 피오르에서 건져올린 3척의 바이킹 선박이 전시돼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이킹과 크기와 모양 면에서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모두 1천년 이상 된 유물이라는 설명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노르웨이 Norway

낚싯배가 정박돼 있는 노르웨이 항구의 전형적인 모습.(좌) 매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우)


바이킹은 8세기부터 11세기에 걸쳐 활동한 유럽의 해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이들은 뛰어난 선박 제조술과 항해술을 바탕으로, 세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걷는 등 횡포를 부리던 부족장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나선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바이킹이 북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던 흔적도 발견됐는데 이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1492년)보다 5백여 년 앞선 것이라고.
이어 찾은 곳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성된 프로그네르 공원. 26만4000㎡(8만평) 규모에 1백93점의 조각이 전시돼 있는 이 공원에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비겔란은 평생 동안 이 공원에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관련된 조각을 새겼는데 입구에는 어린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중앙의 분수에는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순서대로 조각돼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모노리텐’이라는 작품이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싸우고 갈등하는 인간 1백21명의 모습을 담은 17m 높이의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보여준다. 어딜 가나 낮게 드리워져 손에 잡힐 듯한 하늘은 17m 위에서건, 아래서건 똑같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의 관문~ 올레순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올레순은 북해 해안에 인접해 있는 인구 4만 명의 작은 항구도시다. 올레순에 도착, 먼저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아크술라 산 전망대에 올랐다. 바다 위에 세워진 건물들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1904년 대화재 이후 아르누보 양식으로 다시 지어진 이 건물들 사이를 걸어보는 것도 이색적인 재미.
올레순은 송네·하르당게르 피오르와 함께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로 꼽히는 게이랑게르 피오르의 관문. 빙하시대 북유럽 일대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해안의 무른 땅이 얼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파이고 깎이면서 협곡 해안이 형성됐다. 이것이 바로 피오르다. 다음 날 보트를 타고 게이랑게르 피오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올레순에 도착하던 날 조금씩 흩날리던 빗방울은 보트 여행을 하는 날 거친 비바람으로 변했지만 궂은 날씨도 피오르의 웅장함을 가리지 못했다. 피오르를 이루고 있는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었고 그 눈이 녹으면서 폭포를 형성, 곧고 시원하게 흘러내렸다. 산 위로 솟아오르는 물안개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피오르 관광에 지칠 무렵 궂은 날씨가 미안했는지 인심 좋게 생긴 보트 조종사가 연어 낚시에 도전해보라며 낚싯대를 하나 건네주었다. 노르웨이인들은 어딜 가나 여유가 넘친다.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긴데다가 세금은 높은 편(40% 안팎)이지만 대신 사회복지제도가 잘돼 있어 국민의 90% 이상이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0년대부터 북해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세계 4위의 산유국으로 뛰어올라 국민 경제가 전반적으로 풍요롭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초보 낚시꾼에게 걸려들 어리석은 연어는 북해에도 없는지, 빈손으로 여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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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페인트칠로 인해 이색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오슬로 시내 건물들.(좌) 노르웨이인들은 북해 연안에서 나는 연어·대구 등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는 덕분에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긴 나라로 손꼽힌다.(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항구도시 베르겐
올레순에서 베르겐까지는 버스로 9시간 거리. 이동시간만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 않지만 두 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송네 피오르의 절경을 놓칠 수 없어 버스 여행에 나섰다. 두 도시를 잇는 길에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물, 양옆의 거대한 산과 산간마을, 그리고 산꼭대기에서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돼 떨어지는 모습 등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베르겐에 이르는 마지막 관문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라르달 터널. 노르웨이는 피오르 사이를 직선으로 잇는 해저터널이 많다. 피오르 사이를 건널 때 해저터널을 이용하지 않으면 육로로 엄청나게 돌아가야 한다. 장장 25km 길이에 이르는 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만도 30분이 걸렸다. 터널 중간에는 도중에 마음이 바뀌어 되돌아가려는 운전자들을 위한 유턴 공간도 있다.
베르겐은 오슬로에 이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시내 뒤편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바다 위에는 하얀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요트와 유람선이, 산자락에는 형형색색의 예쁜 집들이 가득 들어서 있다. 바닷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전혀 없는 쾌적하고 조용한 도시로, 시내 전체가 잘 꾸며진 공원 같은 인상을 준다.
이 가운데 베르겐의 최고 명물은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어시장. 베르겐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8시, 어시장 브리겐에 나가자 북해에서 갓 잡아올린 연어·대구·새우·바다가재 등을 내려놓는 어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중세시대 베르겐에서는 이 어시장에서만 수산물을 사고팔 수 있도록 법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는 만큼 유통의 투명성을 중시했다는 뜻이며 동시에 이 시장에 깃든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어시장은 지난 79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브리겐을 마지막으로 5박7일간의 노르웨이 여행을 마감했다. 웅장하고 청정한 자연,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자부심과 넉넉한 인심이 인상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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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인들은 북해 연안에서 나는 연어·대구 등 수산물을 주식으로 하는 덕분에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긴 나라로 손꼽힌다.(좌) 물 위에 세워진 건물들이 정겨운 느낌을 더하는 베르겐의 풍경.(우)





안락함과 편안함 추구하는 노르웨이인들의 가구 철학 담겨 있는∼‘스트레스리스’ 의자
노르웨이 Nor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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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b> 스트레스리스 의자의 가장 큰 특징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며 가장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b>2</b> 노르웨이산 고급 목재를 사용, 부드러운 곡선으로 디자인해 견고하고 독특해 보이는 의자 하단부. <b>3</b> 다리 길이에 상관없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자세를 바꿀 때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풋스툴. 의자와 붙이면 침대로 사용가능하다.

노르웨이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중심이라는 점이다. 일반 회사의 업무시간은 보통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이후 시간은 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다 보니 가족이 오붓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한다.
특히 실내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가구는 복잡한 디자인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하고 절제된 스타일을 선호하며 기능성과 실용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올레순 인근 스킬벤에 본사를 둔 에코르네스(EKORNES)사의 ‘스트레스리스(stressless)’ 의자는 이런 가구에 대한 노르웨이 사람들의 철학이 뚜렷하게 반영된 제품이다.
71년 노르웨이 가정에 TV와 함께 보급되기 시작한 이 의자는 특히 집에서 축구 시청을 즐기는 유럽의 중년 남성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홈시어터용 소파세트나 독서와 휴식을 위한 기능성 의자로 각광받고 있다고.
리클라이너 체어(recliner chair·뒤로 젖혀지는 의자)의 일종인 스트레스리스 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며 가장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영화 한 편을 보는 짧은 시간에도 우리 신체는 3백~5백 번 정도 동작이 변한다. 스트레스리스 의자는 그러한 인체의 변화를 고려해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는 것이 이 회사 마케팅 책임자 스베인 룬데씨의 설명이다.
디자인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스타일과는 큰 차이가 있다. 주로 천연 가죽을 이용한 모던 스타일로 집 안의 어떠한 가구와도 조화를 잘 이루도록 디자인돼 있으며 의자 아랫부분은 노르웨이산 비취목을 이용, 원형으로 이뤄져 고급스러우면서도 경쾌해 보일 뿐 아니라 앉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현재 이 의자는 세계 4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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