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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닫게 만드는 ‘희망 II’

2007. 10. 10

삶과 죽음에 대해 깨닫게 만드는 ‘희망 II’

클림트, 희망Ⅱ, 1907~8, 캔버스에 유채, 금, 은, 139.5×140.5cm, 뉴욕 근대미술관


추상적인 바탕에 가슴을 드러낸 임산부가 그려져 있습니다. 임산부의 옷은 화려하고 무늬는 추상적입니다. 아래쪽에 상념에 잠긴 듯한 여인 세 사람이 보이는데 화려한 무늬에 묻혀 그 모습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임산부의 불룩한 배 위에 해골이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임산부와 해골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해골은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게 하기에 새로 태어날 아기와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클림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아야 하므로 새로 태어날 아기라도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의 아이와 관련해 클림트는 큰 슬픔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아들 오토가 태어난 이듬해 죽고 만 것입니다. 죽은 아들의 얼굴을 섬세하게 스케치한 그림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클림트는 아들을 매우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죽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람의 운명이지요.
클림트는 임산부 배 위에 해골을 그려 넣어 그 깨달음을 영원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는 작품에 특이하게도 ‘희망’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날 때부터 죽음이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인간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 깨달음 속에 있는 사람은 주어진 날 동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삽니다. 그렇게 사노라면 진정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가꿔갈 수 있지요. 삶도 죽음도 모두 고맙고 귀한 선물로 여기게 됩니다. 희망은 그런 감사하는 마음에서 피어납니다.

한 가지 더∼ 클림트의 그림은 아름답지만 당대엔 사랑이나 죽음을 강조한 그의 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빈 대학의 벽화를 그렸을 당시에는 교수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그림을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그림은 아름답다고 평가받게 됐습니다. 예술가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 훌륭한 예술가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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