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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 담은 책 펴낸 정미경 전 검사

글·송화선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9.22 12:36:00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법시험 합격 뒤 검찰과 여성부에서 근무하며 여성적 리더십에 대해 고민해온 정미경 전 검사를 만나 실력 있는 여성으로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 담은 책 펴낸 정미경 전 검사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여성 리더는 대부분 ‘최초의 여성’이었어요. 그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 처음 진출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고 배려도 받았죠.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여성이 진입했고, 그 수가 점점 늘고 있거든요. 누구도 최초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자질을 가져야 합니다.”
최근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 강금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한명숙 등 ‘최초의 여성’들을 비판해 화제를 모은 정미경 전 검사(42)는 “내가 지적한 건 개인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리더로서의 자질”이라며 입을 열었다.
지난 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의정부지방검찰청·수원지방검찰청 등을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법률자문관을 지낸 검사 출신인 그가 새로운 여성상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자신이 ‘최초의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가 검사가 됐을 때는 이미 스무 명이 넘는 여검사가 제 앞에 있었어요. 제 뒤로도 수십 명의 후배들이 더 들어왔죠.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건 남성 중심 사회에 여성이 한두 명만 있는 것과 수십 명이 있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최초의 여성’들은 남성과 실질적으로 부딪히며 일해야 하는 우리에겐 전혀 역할 모델이 돼주지 못했어요. 그 속에서 그렇다면 이 시대에 성공하려는 여성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생각하게 됐죠.”
지난 2005년 검사 신분으로 여성가족부에 파견돼 법률자문관을 맡은 경험도 그가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남성적인 조직인 법대, 사법연수원, 검찰을 거치는 동안 쌓였던 고민이 여성가족부에서의 경험을 통해 정리되며, 비로소 새로운 여성 리더십의 상이 만들어졌다고.
“과거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은 크게 ‘남성 같은 여성’과 ‘여성다운 여성’으로 구별할 수 있어요.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하고 남성보다 더 남성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게 첫 번째 유형이고, 자신의 여성성을 최대한 발휘해 남성의 배려를 받아내는 게 두 번째 유형이죠.”
정 전 검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최초의 여성’들은 대부분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말했다. 어디서든 튀지 않으려 애쓰고 남성과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유형의 여성은 남성들 입장에서 볼 때 경쟁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배려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남성들과 함께 무한경쟁의 바다에 빠져 있는 수많은 여성에게 그들의 성공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죠. 여성이 점점 많아질수록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특성이나 자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고요. 이제 중요한 건 그가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아니라, 그 포지션에 적당한 자질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입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실력을 쌓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정 전 검사는 자신이 처음 검찰에 배치됐을 때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딸이 검사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철이 들 무렵부터 검사를 꿈꾸며 자랐다고 한다. 마침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 시보(試補·정식으로 검사에 임명되기 전 그 일을 미리 해보며 익히는 직책)가 됐을 때는 꿈을 이뤘다는 기쁨과 설렘에 한껏 들떴다고.
“그런데 지도 검사가 제게 처음 한 말씀이 ‘여검사의 ‘여’자를 잊어버려라’였어요. ‘네가 여자라는 걸 의식하면 상대방도 의식한다. 그렇게 되면 좋은 검사가 될 수 없다’고 하셨죠. 하지만 제가 여성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그날부터 제게는 여성으로서 좋은 검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과 남성 검사들의 기질을 비교하고, 그것이 검사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성격이라 조사할 때 유리하다. 하지만 피조사자의 감정에 이입돼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와 같이 하나하나 내용을 정리했다고. 남자 검사들의 모습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면을 체크하기도 했다.
“초임 검사 시절 수사를 지휘할 때 어떻게 경찰의 마음을 움직여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라는 걸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선배 검사들이 하는 행동을 잘 봐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대로 흉내 내곤 했죠. 처음엔 연기를 하는 듯 어색했지만 몇 차례 반복하니까 자연스런 행동이 나오더라고요. 아, 세상에 훈련으로 안 되는 일이 없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 담은 책 펴낸 정미경 전 검사

정 전 검사는 “많은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고 있다”며 “실력이란 그 자리에서 일하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을 가리키는 말이며, 남성이 주류인 조직에서 인정받으려면 그들의 장점을 흉내 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기가 갖고 있는 장점은 더 발전시켜야죠. 그래서 전 사건기록을 검토할 때면 이 사람을 조사할 때 뭐라고 부르는 게 가장 좋을까, 어떤 단어를 사용할까에 대해서까지 고민했어요. 선생님이라고 할까, 씨라고 할까, 성까지 부를까, 아니면 그냥 이름만 부를까…. 한 사람을 대할 때 제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가 일하는 분야의 용어를 사용해 친근감을 느끼게 할 수도, 아니면 아주 동떨어진 단어를 통해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런 걸 일일이 고민하며 조사를 준비하는 것도 일종의 훈련이었죠(웃음).”
그는 이 두 가지 ‘훈련’을 몸에 완전히 밸 때까지 반복했다고 한다. 친하게 지내는 검사 후배가 “누나는 왜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실력을 쌓기 위해서였죠. 여성 검사가 아니라 검사로 인정받으려면 제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 했으니까요. 특히 실력을 쌓는 건 조직에 들어간 뒤 5년 안에 끝내야 해요. 그때까지는 실수를 하더라도 용서가 되고, 모르면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시기거든요. 그 안에 실력을 쌓지 못하면 영영 기회를 놓치게 되죠.”

“사회적 관계 맺기는 또 하나의 실력”
실력 쌓기와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적 관계 맺기라고 한다. 특히 상관이나 동료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멀리하거나 차별할 때는 당당하고 슬기롭게 행동하며 할 말을 해야 한다.
“초임 검사 시절 제 상사는 여자를 지독히 싫어했어요. 특히 임신한 여자를 싫어해서 사석에서 내놓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죠. 마침 저는 그때 첫아이를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그의 온갖 짜증을 다 받아야 했어요.”
그의 상관은 임부복을 입을 수밖에 없는 그에게 정장을 입으라고 하고, 어떤 말이든 끝까지 들어주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늘 말허리를 자르고 자기 얘기만 했다.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그에 대한 자료를 보고서로 만들어 오라고 했죠. 보고서를 작성해 가져가면 또 다른 보고서를 요구하고요. 나중엔 일보다 그를 설득하기 위한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어요. 하루하루 지쳐갔고, 나중엔 꿈까지 꿀 정도였죠.”
그때 동료 검사들은 “윗사람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해도 즉석에서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의견이 달라도 일단은 검토하겠다고 하고 물러난 뒤 나중에 다시 가서 마치 검토한 듯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게 낫다는 충고였다. “윗사람과 부딪히면 한 번은 자기 뜻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충고를 듣고 정 전 검사는 그 방법을 따라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만 하면 결국은 상사가 제 말을 따라줄 거라고 했어요.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였죠. 이미 끝난 얘기를 왜 다시 꺼내느냐고 도리어 화를 내더라고요. 저는 결국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가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을 했고, 말허리를 자르면 자르는 대로, 그의 태도에 주눅 들면 주눅 드는 대로 말을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그와 감정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과 필요한 말이 분명해지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그는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감정과 업무를 분리시키기, 예의를 목숨처럼 지키기, 그리고 하고 싶은 말 다하기”라는 사회생활의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에도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지난 7월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후배들을 위해 여성의 실력 쌓기와 사회적 관계 맺기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를 펴낸 것. 내용 중에 이른바 ‘최초의 여성’이라는 몇몇 명사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그런데 출간과 동시에 그 부분이 논란을 일으키며 그는 검찰에 사표를 냈다.
“책을 쓰는 동안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죠. 검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외의 삶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이젠 지금 자리에서 다시 열심히 살아갈 방법을 찾으려 해요.”
“젊은 힘 반짝이는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을 썼고, 그 사실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어느 자리에서건 여성으로서 멋지게 살기 위한 노력,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7년 9월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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