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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시작

다리 부상으로 활동 중단, 재활치료 마치고 돌아온 개그맨 김기욱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홍대 스패뉴

2007. 09. 22

SBS ‘웃찾사’ ‘형님 뉴스’ 코너에서 덕근이로 인기를 모으는 개그맨 김기욱이 부상으로 다리를 절단할 뻔했던 사연을 뒤늦게 털어놓았다. 1년간 재활치료를 받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 그에게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꿈을 들었다.

다리 부상으로 활동 중단, 재활치료 마치고 돌아온 개그맨 김기욱

다리 절단 위기를 극복하고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김기욱은 앞으로 음악·연기 등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2년 전 “호이짜 호이짜, 쩌풔 쩌풔, 까악 까악” 등의 이상한 기합소리를 유행시키며 SBS ‘웃찾사’ ‘화상고’ 코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맨 김기욱(24). 그는 개그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 ‘X맨 일요일이 좋다’에 출연, 게임을 하다 다리 부상을 당하면서 방송활동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가을부터 ‘웃찾사’ ‘형님 뉴스’ 코너에 ‘덕근이’로 복귀하면서 그의 부상은 대수롭지 않은 걸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그는 사고 당시 다리를 절단할 가능성이 90%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사고로 전·후방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그는 두 달에 걸쳐 총 6회의 수술을 받았고, 1년여에 걸친 재활치료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대신 평생 재활운동을 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응급실에 실려갔는데 의사선생님이 보호자를 부르더니 수술이 잘못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많이 놀랐지만 이내 ‘설마 그러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워낙 성격이 낙천적이거든요(웃음). 당시 어머니는 제가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일절 못 보게 하셨어요. 연예 프로그램에 제 얘기가 나와도 볼 필요 없다면서 채널을 돌리셨죠. 아무도 저한테 얼마만큼 심각한지 얘기 안 해줘서 처음에는 금방 나을 줄 알았어요.”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며칠 뒤 수술 부위에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 결국 그는 한 달 뒤 2차 수술을 받았고 그 뒤로 일주일 간격으로 네 번이나 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힘든 치료과정을 겪는 동안에도 그는 ‘다음주에는 퇴원해 녹화를 할 수 있겠지, 그 다음주에는 하겠지’ 하면서 기다렸고, 어느덧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다리 부상으로 활동 중단, 재활치료 마치고 돌아온 개그맨 김기욱

‘웃찾사’에 출연한 지 3개월 만에, 그것도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코너에서 도중하차해야 했던 그는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까지 더해져 그는 사고 전 70kg 이상 나가던 몸무게가 병원에 있으면서 64kg까지 빠졌다고 한다.
수술 후에는 재활치료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던 탓에 당시 수술을 받은 왼쪽 다리의 근육이 거의 없어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기 때문. 더욱이 다리를 편 채로 있었기 때문에 다리를 굽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집과 병원을 오가며 통원 치료를 받던 그는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되자 재활치료용 자전거를 구입해 집에서 수시로 운동을 했다고. 또한 전남 구례보건소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어머니가 매주 올라와 직접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몸에 좋은 음식도 챙겨줬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한테 ‘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조르고 있어요. 누나 둘도 서울에 있고, 아버지와는 이혼하시고 혼자 지내시거든요. 사실 그동안 어머니의 정이 많이 그리웠어요. 대학 오기 전에도 중·고등학교를 전남 광주에서 나왔기 때문에 따로 혼자 생활한 지 꽤 됐거든요. 며칠 전에는 어머니가 여름휴가를 맡아 일주일 동안 서울에 머무셨는데 마음이 든든하고 좋더라고요. 새벽 늦게 집에 들어가도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처음 깨달았죠. 부스스한 머리로 아들 마중 나온 엄마한테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라면 하나 끓여 달래서 먹었어요. 얼마나 맛있던지 눈물이 다 날 뻔했다니까요(웃음).”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얼마 전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전세를 얻었다고 한다. 안방을 예쁘게 꾸며놓고 어머니가 올라오실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병원에 있는 동안 가족의 정이 뭔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게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밴드부 활동을 한 그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자신이 개그맨이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활동적이긴 했지만 음악이 좋아 작곡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대학교 1학년 때 S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본 것도 친한 선배의 권유로 재미삼아 한번 본 것이라고 한다. 남들은 몇 년 동안 준비한다는 개그맨 시험에 그것도 개그 하나 준비해가지 않은 그가 한 번에 덜컥 시험에 붙은 건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3차 실기시험을 보는 날까지도 아무런 계획 없이 고사장에 들어갔다는 그는 “기타 하나 잘 친 게 점수를 딴 것 같다”고 말한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시련 극복, 앞으로 연기에도 도전할 계획이에요”
“운 좋게 개그맨이 되긴 했는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였어요. 다른 동기들은 이미 예전부터 시험준비를 같이하면서 다 아는 사이더라고요. 저 혼자 마치 전학 온 초등학생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죠. 그러다 ‘화상고’ 멤버를 만났고 박승대 선배님의 눈에 띄어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기회는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화상고’로 ‘웃찾사’ 오디션을 몇 차례 봤지만, 매번 퇴짜를 맞은 것. 결국 그는 동기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방송 출연 기회를 얻었는데, ‘화상고’로 첫 무대에 서는 날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객석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결국 두 번째 기회를 줄지 말지를 고민하는 PD에게 그는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애원한 뒤 밤새도록 아이디어를 짜 두 번째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때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시작됐고, 3개월이란 짧은 시간 안에 CF를 두 개나 찍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개그맨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하지만 자신감 하나는 누구 못지않다”고 말하는 김기욱. 앞으로 그는 개그뿐 아니라 어려서부터 꿈꿔온 일인 작곡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고,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을 되찾는 게 급선무일 터. “한 번 건강을 잃어봤기에 건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는 “몸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개그든 연기든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다”며 패기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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