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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

엄마 천지연씨와 아들 상욱이가 다녀왔어요!

기획·김동희 기자 / 구술정리·이동주‘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09.10 16:03:00

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는 조선 여성들이 쓴 다양한 화장도구와 생활 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향기’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는 걸 알고 호기심이 생겼다. 초등학교 3학년인 상욱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아 주로 자연사 박물관이나 곤충 전시전 등을 찾아 다녔는데 색다른 경험이 되겠다 싶어 아침 일찍 상욱이와 박물관을 찾았다.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C’ 5층과 6층에 자리한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전시실은 아담하고 고즈넉했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로부터 ‘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향 문화를 시각과 후각뿐 아니라 청각·미각·촉각으로도 체험해볼 수 있게 꾸며졌다는 설명을 들었다.
5층 전시실에서는 우리나라의 발달된 향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용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향유병과 향합(향을 담은 용기), 향합노리개(향합이 달린 노리개) 등 전통 향도구들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이 갔다. 상욱이는 사내아이라 그런지 조금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상욱이가 흥미를 보인 곳은 6층 전시실에 마련된 체험교실. 관람객이 여러 종류의 전통 향 재료를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아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백단향·감국·계피·정향·사향·침향·곽향·용뇌향·유향 등의 향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열대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용뇌수 수지를 증류해 얻는다는 용뇌향을 맡아본 상욱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연신 “약 냄새 같아. 머리 아파”라며 호들갑을 피웠다.
전시장 한쪽에는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향기를 조향해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었다. 취향에 맞는 향유(에센셜 오일)를 만들어볼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고. 상욱이와 함께 조향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상욱이가 선택한 쌀기름과 사향을 작은 병에 스포이트로 옮겨 담은 후 몇 번 흔들어주니 곧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향유가 완성되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상욱이는 연신 “향기가 참 좋다”며 자기 혼자 쓸 거니까 엄마는 절대 손대지 말라며 욕심을 세워 웃음이 터져나왔다.
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

1 백자청화향합, 조선, 지름 5cm. 백자에 푸른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향을 담는 용기. 2 은칠보향갑노리개, 조선, 길이 38cm 칠보(금속 위에 유리질의 유약을 발라 장식한 것) 장식된 향갑(향을 담은 각진 용기)이 달린 노리개. 3 비취발향노리개, 조선, 길이 38cm. 다양한 향을 반죽해 만든 구슬로 장식한 노리개.



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경대. 색동으로 만든 실패. 조향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고 있는 천지연씨와 상욱이. 한지를 접어 향첩을 만들고 있는 상욱이.(왼쪽부터 차례로)


여러 가지 향 재료 섞어 자신만의 향유 만들어
전시돼 있는 전통 향 중에서 백리향이나 용뇌향 등은 냄새가 진해 조금 거부감이 들었지만 조선시대 궁중에서 귀하게 사용되었다는 백단향은 은은하고 달콤했다. 상욱이 역시 백단향을 마음에 들어해 몇 번이고 코를 대고 냄새를 음미했다.
청각으로 향을 체험해보는 코너에서는 황병기의 가야금 연주 ‘침향무’를 함께 감상했다. 전시실 전체에 흐르는 향기들 틈에서 연주를 들으니 가야금 가락에서도 침향나무의 향내가 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국악 연주가 귀에 익숙하지 않을 텐데도 상욱이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열심히 들었다.
마지막 체험 프로그램은 전통 향약 재료를 혼합해 머리가 맑아지는 향, 몸을 향기롭게 하는 향 등을 만들어보는 ‘향첩(향을 한지로 감싼 것) 만들기’ 과정이었는데 주로 엄마와 딸 관람객들이 많이 참여하는 듯했다. 장난기 심한 상욱이가 얌전히 앉아 향첩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상욱이는 만드는 과정이 궁금했는지 빨리 향첩 만들러 가자며 재촉했다.
‘향첩 만들기’ 체험장으로 가는 길에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향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의복에 달아 사용하는 향낭(향 주머니)과 여름철 몸에서 나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부채 끝에 매달아 사용했다는 향선추 등은 그 색감과 짜임들이 화려하고 세밀해 인상적이었다.
향첩 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전통 향약을 혼합해 전통 향기요법을 체험했다. 상욱이는 자단향과 감송향, 영등향 등 세 가지 약재를 섞어 향첩(약재를 한지로 감싼 약첩처럼 향을 한지로 감싼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약재로 쓰이는 향약들이라 대부분 냄새가 강하고 자극적이어서 상욱이는 만드는 동안 내내 아기 고릴라처럼 얼굴을 찌푸려 주위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큐레이터를 따라 한지를 접어 향첩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아서 상욱이가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긴했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법 모양새를 갖춘 향첩을 만들었다. 쪽빛 한지 사이로 번지는 향기에도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오늘 만든 향첩을 방에 걸어두겠다며 챙겨 들었다.
박물관 1층 뮤지엄 카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꽃차를 맛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자연의 향기를 담은 특이한 차들이 많았는데 상욱이와 오늘 본 전시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을 향긋하게 만들어주는 전통 향, 이런 것들이 있어요
향, 오감만족(香, 五感滿足)전

백단향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오래 지속되며, 긴장을 풀어주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정향 독특한 향 때문에 향수 원료로 애용된다. 입에 물고 있으면 입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에 신료들이 임금을 알현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사향 이성을 유혹하는 향기라고 알려진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향낭에서 채취한 향으로 전통적으로 부부침실에서 주로 사용했다. 기생은 물론 궁중여인들도 애용했다고.
침향 침향나무의 수지가 굳어 얻어지는 침향은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나, 궁중에서는 커다란 향로에 항시 침향을 태웠다고 전해진다.
자단향 보통 향나무라고 불리는 자단향은 색깔에 따라 백색 향나무는 백단향, 붉은색 향나무는 자단향으로 부른다. 자단향은 향기가 청아하고 불에 태우면 향기가 진해져 향로에 담아 방향제로 많이 쓰였다.

기간 ~12월29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요일·추석 연휴 휴관 장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입장료 어른 5천원(꽃차 포함), 어린이·청소년 7천원(꽃차·체험교실 포함, 체험교실은 예약 필수) 문의 02-547-9177

여성동아 2007년 9월 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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