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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고대 조각의 매력을 한껏 담은 ‘카리아티드’

2007. 09. 10

고대 조각의 매력을 한껏 담은 ‘카리아티드’

모딜리아니, 카리아티드, 1913, 캔버스에 유채, 81×46cm, 개인 소장


모딜리아니는 화가가 되기 전에 조각가가 되려 했습니다. 하지만 조각 작업을 할 때 생겨나는 먼지로 인해 가뜩이나 약했던 폐가 더 나빠지자 하는 수 없이 조각을 포기하고 그림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비록 화가가 됐지만 모딜리아니는 조각의 매력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각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그림을 조각같이 그리기도 했습니다. ‘카리아티드’는 모딜리아니가 좋아했던 고대 조각의 형상을 따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카리아티드는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는 기둥을 말합니다. 기둥은 들보나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기둥을 밋밋한 원통의 형태가 아니라 사람의 모습으로 만들면 보는 사람에게 아름답고 멋진 인상을 줍니다.
모딜리아니는 카리아티드의 그런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림 속의 카리아티드는 머리와 양손으로 무거운 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무거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물의 기둥이 되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활짝 드러내 보이고 있으니까요.
동그란 얼굴에 잘록한 허리, 유선형의 엉덩이가 밝은 리듬을 자아내고 완벽한 대칭을 이룬 좌우의 형태는 볼수록 조화롭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조각상의 딱딱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직선과 반듯한 곡선만으로 그렸습니다. 그래서 비례미와 균형감이 더욱 잘 살아나는 것이지요. 모딜리아니 자신도 이 카리아티드처럼 가족과 예술을 훌륭히 떠받치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모딜리아니는 에콜 드 파리에 속하는 화가입니다. 에콜 드 파리는 20세기 초 약 40년간 파리에서 활동한 현대미술가들, 특히 외국에서 파리로 온 현대미술가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무렵 파리가 세계 미술의 수도가 됐음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모딜리아니 외에 샤갈, 미로, 몬드리안, 수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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