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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그리운 어머니

13년간 투병하던 어머니 떠나보낸 ‘효녀가수’ 현숙

글·김유림 기자 / 사진·현일수‘프리랜서’

입력 2007.08.22 11:48:00

현숙이 오랫동안 병간호해오던 어머니를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곁에 어머니가 계신 것 같아 새벽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에 대고 ‘엄마’를 부른다는 그에게서 못다 부른 사모곡을 들었다.
13년간 투병하던 어머니 떠나보낸 ‘효녀가수’ 현숙

‘효녀가수’로 이름난 현숙이 지난 6월 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어머니 김순애 여사(85)의 장례를 치르고 보름 만에 만난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이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고 손도 잡지 못한다는 게 믿기지 않죠. 요즘도 새벽녘이 돼야 잠이 드는데, 어제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무의식중에 ‘엄마 얼른 가세요. 가세요’ 하고 허공에 손짓을 하다 깜짝 놀라 잠이 깼어요. 남은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면 고인이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정말 엄마가 떠나지 못하실까봐 걱정이 됐나봐요. 이제는 엄마가 편한 곳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시면 좋겠어요.”
12남매 중 열한 번째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놓지 않으며 유난히 어머니를 잘 따랐다고 한다. 어머니 역시 그에게 늘 “좋은 것, 예쁜 것만 보고 자라라”며 귀여워해주셨는데, 그가 어린 나이에 가수가 되겠다며 서울로 올라갈 때도 아버지 몰래 돈 1만원과 쌀 한 통, 김치 한 통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는 뒤로 돌아 눈물을 훔치셨다고. 그는 “어머니의 든든한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수 현숙도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늘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12남매 중 지금은 6남매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자식을 여섯이나 잃으셔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가족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하셨죠. 사실 지금까지 저 혼자 어머니를 모셔온 게 아니에요. 연예인이라 저만 알려져서 그렇지 다른 형제들도 똑같이 어머니를 봉양했어요. 주중엔 오빠와 새언니가, 주말엔 언니랑 형부가 돌봤고, 막내 남동생 내외도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이끌고 매주 충주에서 어머니를 보러 왔죠. 어린 조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어요.”

치매 앓던 아버지 돌아가시자 11년 동안 말 문 닫고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했던 어머니
30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던 어머니의 병세가 갑자기 심해진 건 96년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그 충격으로 의식을 잃고 입을 다무셨다고 한다.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 물 한 모금도 삼키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심해 돌아가시기 전까지 11년 동안 호스로 영양액을 공급받아 연명해왔다고. 또한 용변을 가리지 못해 항상 기저귀를 차고 지냈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냉장고 가득 쌓여 있던 영양액과 박스째 남아 있던 기저귀를 중환자실 환자분들께 다 나눠드렸어요.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휠체어, 침대도 병원에 기증했죠. 맛있는 음식 한 번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고 떠나신 걸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파요. 앞으로도 좋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생각날 것 같아요.”
현숙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 어머니가 평생 모은 돈 3천7백만원에 5천만원을 보태 한양대병원에 기부했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해드릴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던 중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수술받지 못하는 소아백혈병 아이들의 수술비를 마련해주기로 결심한 것.

13년간 투병하던 어머니 떠나보낸 ‘효녀가수’ 현숙

“3천7백만원은 몇 년 전 어머니 베개 속에서 발견된 거예요. 어머니가 의식이 있으실 때 자식들이 용돈으로 드린 돈을 그대로 모아 빳빳하게 베개 속에 넣어두셨더라고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돈으로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 뿌듯해요.”
47일간 병원에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두 차례나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건 6월3일. 방송 녹화 중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그 길로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3분 만에 다시 맥박이 뛰기 시작한 어머니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20일 뒤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심폐소생술로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아 결국 기도를 뚫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해야 했다.
어머니는 기적처럼 다시 한 번 소생했지만 심장이 멈춘 순간 신장이 손상돼 인공신장을 달았다. 소변을 보지 못해 이틀에 한 번 투석을 했는데 몸에 있는 피를 다 뽑아 깨끗하게 거른 뒤 따뜻하게 데워 다시 몸속으로 집어넣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두 번째 고비를 넘기고 이틀 뒤 어머니의 생신이 돌아왔다. 어머니께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어 하루 종일 눈물만 흘린 그는 케이크를 여러 개 사다 중환자실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러고 일주일 뒤 어머니는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비록 마지막까지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가족의 곁을 떠나셨지만 그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 입을 ‘우물우물’ 하시는 걸 봤어요. 올케언니가 ‘아마도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도 그랬어요. ‘나는 이제 편한 곳으로 가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죠. 신기하게도 마지막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눈물까지 흘리셨어요. 저 역시 엄마의 귀에다 대고 끊임없이 ‘사랑해요. 사랑해요’ 하고 얘기 드렸어요.”
그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간병인 한 명 두지 않고 집에서 직접 어머니를 모셨다고 한다. 다른 가족들이 어머니를 지키는데도 미국으로 공연을 가면 단 하루도 머물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을 정도로 간병에 매달렸다고. 그의 효심을 칭찬이라도 해주듯 어머니 장례식장에는 3천여 명의 지인들이 조문을 왔다. 그는 “빚을 많이 진 것 같고, 앞으로 주위 사람들의 경조사를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어머니가 위독하실 때마다 병원에서 교대로 밤을 새우며 병상을 지켜준 방송인 김혜영과 가수 남궁옥분, 박진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혜영이와는 친자매 이상이에요. 제가 밥도 잘 챙겨먹지 못할까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냄비째 집으로 들고 오고, 집에 빨래가 밀려 있으면 어머니 이불빨래도 다 해줬죠. 언제나 옆에서 힘이 돼줘서 고마워요.”

“생일날 어머니를 제 가슴에 묻었어요”
어머니의 발인일인 지난 7월1일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생일날 어머니를 내 가슴에 묻었다”며 “혼자 살면서 생일도 잘 챙기지 못하니까 앞으로는 잊지 말라고 이날을 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는 고향인 전북 김제의 선산에 마련했다. 장마철이라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입관하는 30분 동안은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함께 장지에 있던 사람들이 “어머니가 편안하게 가시나보다”며 한마디씩 했다고 한다.
“지난해 조카 결혼식에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에 내려간 적이 있어요. 비록 산소호흡기를 단 채 휠체어에 누워서 다녀오셨지만 지금 돌아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아니었으면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셨을 테니까요. 오랜만에 어머니가 고향을 방문하시자 온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서 반겨주셨어요. 의식이 없는 어머니 손을 꼭 잡으시고는 ‘빨리 나아서 좋은 세상 누리라’고 덕담도 해주셨죠.”
그는 어머니를 선산에 모시고 며칠 동안 고향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더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서였다고. 새벽에 눈을 뜨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실 거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어머니를 모시느라 결혼까지 미뤄온 그는 앞으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하겠지만 애써 인연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것. 그는 “혜영이 부부를 볼 때마다 ‘저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기 좋다”며 “평생 친구처럼 서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식들에게 효도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기회를 주신 어머니가 고맙고, 그립다는 현숙. 그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엄마, 이제 그곳에서 아버지와 손잡고 마음껏 산책도 하시고 재밌는 얘기도 많이 나누세요” 라고 말한 뒤 눈물을 떨어뜨렸다.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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