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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아이와 함께~

위대한 한국 여성 5인과 떠나는 역사 여행 ‘선-녀傳’

글·이동주‘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8. 13

진혜대사 허난설헌 김만덕 이빙허각 윤희순…. 남성에 비해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시대에 태어나 신분·성의 벽을 넘어 여성의 활동영역을 넓힌 역사 속 인물들과 만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리는 ‘선-녀傳’이 그것. 초등학교 6학년생 가윤이와 엄마 장은영씨가 전시회에 다녀왔다.

위대한 한국 여성 5인과 떠나는 역사 여행 ‘선-녀傳’

<b>1</b> ‘선-녀傳’ 입구에서 나눠주는 여권 모양의 리플렛. <b>2</b> 동화처럼 재미있는 일러스트를 통해 고려시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사 칭호를 받은 진혜대사의 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는 가윤이. <b>3</b> 허난설헌이 생전의 못다이룬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날개옷을 만들고 있는 가윤이.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선-녀傳:경계를 넓힌 여인열전’은 우리 역사에서 신분·성의 장벽을 뛰어넘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여성 5인의 삶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회다. 초등학교 6학년생 가윤이(12)는 전시관 입구에서 여권 모양의 리플렛을 받아들고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 즐거운 표정이었다. 전시회의 한 테마를 마치고 다음 테마로 넘어가기에 앞서 관람객들은 마치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을 하듯 여권 모양 리플렛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첫 번째 여행에서 가윤이가 만난 인물은 고려시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대사 칭호를 받은 진혜대사(1255~1324). 벽면에 동화처럼 재미있게 그려진 일러스트를 통해 가윤이는 남편과 사별한 뒤 절을 세우고 불경을 베껴쓰며 남편의 명복을 빌고 중국으로까지 깨달음의 여행을 떠났던 진혜대사의 삶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고 한다. 리플렛에 진혜대사의 얼굴이 새겨진 첫 번째 도장을 찍은 가윤이는 한층 더 신이 나 있었다. 다음에 만난 인물은 조선시대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1563~1589). 가윤이는 허난설헌이 홍길동의 저자로 유명한 동생 허균 못지않게 문학적 재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고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설명을 접하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이후로 가윤이는 굶주린 백성을 위해 재산을 기꺼이 나눌 줄 알았던 제주도 출신 거상 김만덕(1739~1812)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여성들의 가사노동의 가치에 주목했던 ‘규합총서’ 저자 이빙허각(1759~1824)의 선구자적 모습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병대장 윤희순(1895~1935)은 왜 다른 의병장들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아해 했다.
역사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다. 더군다나 ‘선-녀傳’에 등장하는 5인의 여성 가운데 가윤이가 전시회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던 인물은 허난설헌이 유일했다. 하지만 곳곳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가 마련돼 있었기 때문에 가윤이는 어렵지 않게 위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가윤이가 가장 흥미를 보인 것은 ‘선녀 날개 달아주기’와 ‘나에게 엽서 쓰기’코너. ‘선녀 날개 달아주기’는 관람객들이 깃털을 하나하나 꿰매 허난설헌의 마네킹에 걸쳐진 날개옷을 완성시켜주는 것이다. 날개옷의 완성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허난설헌의 못다 이룬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들은 가윤이는 한땀 한땀 정성들여 깃털을 꿰맸다.
위대한 한국 여성 5인과 떠나는 역사 여행 ‘선-녀傳’

<b>4</b> 각 코너의 관람을 마치면 리플렛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b>5</b> 관람을 마치고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가윤이.


5인의 여성의 삶을 모두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나에게 엽서 쓰기’코너에 도착한 가윤이는 ‘마음의 소리’를 적는 타자기 앞에서 한 통의 엽서를 썼다. 어떤 내용이냐고 물어보자 가윤이는 비밀이라면서도 “좀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담았다”고 귀띔해주었다. 엽서는 전시회가 끝나는 오는 12월 관람객의 집으로 배달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윤이와 함께 전시를 돌아본 엄마 장은영씨는 ‘선-녀傳’은 설명이 곁들여진 전시라 전에는 몰랐던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더욱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전시 작품과 설명들은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가윤이가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역할 모델이 돼줄 것 같아 의미가 깊은 전시였다고 말했다.

전시 일정 ~12월3일 오전 9시~오후 5시(일요일 휴관)
장소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여성사전시관
입장료 무료
문의 여성사전시관 02-824-3086 www.eher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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