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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끌 천재의 조건 & 상상력 키우기”

우리나라의 획일적 교육 비판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7.07.23 16:13:00

우리나라가 날로 첨예화되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킬‘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그가 최근 우리나라의 획일적 교육제도를 비판하며 다시 한 번 인재 육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화제다. 그가 말하는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21세기형 천재상’은 무엇일까.
‘21세기 이끌 천재의 조건 & 상상력 키우기”

“우리 교육은 너무 획일적입니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육을 전체적으로 21세기에 맞춰야 합니다.”
지난 6월 초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65)은 한국 경제의 위기상을 지적하며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고효율의 일본과 저비용 중국 사이에 끼여 꼼짝하지 못하는 샌드위치 상태라는 것. 이 회장은 “이 상태를 극복하려면 기술개발력을 키우고 인재를 천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21세기는 한 국가나 기업의 인재 수준이 경쟁의 승패를 좌우하며 인재를 어떻게 찾아내고 키우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장래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해왔다. 그가 국가와 기업의 장래를 이끌 인재로 지목하는 존재가 바로 ‘천재’.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세기엔 컨베이어 벨트가 제품을 만들었지만, 21세기엔 천재급 인력 한 명이 제조공정 전체를 대신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과거에는 10만 명, 20만 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다면 이젠 천재 한 명이 10만 명, 2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천재’는 어떤 사람일까. 이 회장은 ‘천재’는 ‘모범생’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천재는 공부를 잘해 100점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끼가 있고 놀기도 잘하며 공부도 효율적으로 하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바로 천재죠. 그는 소프트웨어를 하나 개발함으로써 1년에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수십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습니까. 그런 천재 3명만 나오면 우리 경제의 차원이 달라질 겁니다. 그런 천재 3명을 찾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에는 천재가 없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준(準) 천재급’ 인재는 여러 명 있다고 한다. 이들이 천재가 되지 못한 것은 “천재급 자질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그에 맞게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 회장은 “삼성에 있는 준천재들은 대개 1940년대 후반이나 50년대 초반에 태어났는데, 당시는 전문서적은 물론 상상력을 키워주는 소설이나 만화책도 없었다.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인 초·중학교 시절 상상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 같으면 충분히 천재로 클 수 있었을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은 자유분방하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 경쟁에서 이긴 만큼의 대가가 확실히 따르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천재가 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난 2002년 장학재단을 만들어 자체 선발한 인재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빌 게이츠 같은 천재를 찾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회장은 “나는 광복이 되던 해인 네 살 때부터 경제를 알았다고 얘기한다. 선대 회장(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께서 삼성상회를 운영하셔서 매일 주판을 놓고 물건을 사고팔고 맞추는 것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라며 “종일 비즈니스 환경에서 생활한 덕분에 상거래에 관한 한 다른 사람이 초등학교를 졸업해야 아는 것을 그때 알게 됐고, 당시의 경험이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시절 상상력 키워야 천재로 자랄 수 있어
‘21세기 이끌 천재의 조건 & 상상력 키우기”

“인재의 좋고 나쁨은 학력에 있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에 있다”고 말하는 이건희 회장.


“천재는 확률적으로 1만 명, 10만 명 중 한 명 나올 정도의 사람이기에 대한민국에서 잘해야 4백~5백 명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천재는 보통사람들과의 의사 소통이 쉽지 않아요. 일반적인 교육은 오히려 천재성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죠. 우리나라에도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의 제도나 사회 인식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소수의 우수한 인재를 모아 경쟁시켜 천재로 키우는 걸 고려해야죠. 이러다간 준천재급도 못 키우는 환경이 될까봐 걱정이에요.”
그러나 21세기 경제성장이 천재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지난 78년 삼성물산 부회장에 취임해 그룹 경영에 참여한 뒤부터 죽 인재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한다. “인재의 좋고 나쁨은 학력에 있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다가올 개성의 시대, 창조의 시대에는 끼가 있고 뭔가 튀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품성을 갖춘 정통 엘리트’를 중시하던 기존 틀을 깨고 신춘문예 당선자, 대학가요제 입상자, 게임전문가, 해커 등을 스카우트했는데 대부분 적성을 살리며 잘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이 말하는 ‘끼’는 “특정 분야에 남다른 재능과 흥미를 갖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끼가 있는 사람은 조직 내 협조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열정과 몰입도는 굉장히 높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개성 강하고 재능 있는 인력의 기를 살려주고 남다른 발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내용의 ‘삼성 신경영 선언’을 발표해 화제를 뿌렸던 이 회장은 꼭 10년 뒤인 2003년, ‘천재육성론’을 키워드로 하는 ‘제2기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며 전사적인 인재발굴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나부터 경영업무의 50% 이상을 핵심인력 확보 및 양성에 쏟겠다. 사장단의 인사평가 점수를 100점으로 했을 때 40점은 핵심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또 얼마나 양성했느냐에 둘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천재론과 인재론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우리나라와 삼성의 미래를 이끌 존재는 바로 ‘사람’이라는 것은 이 회장의 변치 않는 소신”이라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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