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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시련을 딛고

뇌종양 이기고 연예계 복귀 준비하는 배우 정세희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7.23 11:38:00

지난 2005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했던 정세희. 그가 건강을 회복하고 2년 만에 연예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며 얻은 깨달음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뇌종양 이기고 연예계 복귀 준비하는 배우 정세희

성인배우로 활동하다가 2005년 5월 가수 데뷔를 앞두고 뇌종양으로 쓰러져 안타까움을 샀던 정세희(34)가 2년 동안의 투병생활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연예계 복귀를 앞둔 그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격이었죠. 배우로 활동하다가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3년 동안 피땀 흘리며 고생하고, 데뷔 날짜까지 정해진 상태에서 마지막 안무 연습을 하다가 쓰러졌거든요. 그토록 꿈꿔왔던 무대에 한 번만이라도 서 보고 쓰러졌더라면 덜 아쉬웠을 텐데….”
그는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뇌종양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다만 치통이 심해 치아 신경에 이상이 있는 줄만 알았다고.
“쓰러지기 두어 달 전 어지럼증과 함께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치과에 갔는데 그때 의사가 사랑니 때문인 것 같다고 했거든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진통제로 버티며 노래와 안무 연습을 계속했죠. 그런데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머릿속에 지름 3cm 크기의 종양이 자라고 있다고 하더군요. 크기로 봤을 때 종양이 생긴 지는 3~5년 정도 된 것 같다 했고…. 종양의 위치가 오른쪽 치아와 관련된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치통을 동반했던 거고요.”
그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병원 문을 나서면서 눈앞이 희미해졌다고 한다. 왜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고, 고향인 부산에서 올라와 그와 함께 지내고 있던 부모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 그의 부모는 그토록 가수를 하고 싶어 하던 딸이 음반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들떠 상경한 터였다.

안무 연습 도중 쓰러진 뒤에야 3~5년 정도 된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 알아
뇌종양 이기고 연예계 복귀 준비하는 배우 정세희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밤새 울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는 평소대로 행동했어요. 그런데 그게 속인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날 저녁에 농담처럼 말했죠. ‘엄마 병원에서 나 죽을지도 모른대’라고. 그날부터 며칠 동안은 저도 부모님도 무척 힘들었어요. 외출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폐인처럼 며칠 동안을 울며 지냈죠. 그러고 나선 그렇게 답답하게 지내며 시간 낭비를 하느니 하루빨리 치료를 시작하자며 서로를 다독였어요.”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는 악성 뇌종양은 아니지만 종양의 위치가 신경과 접해 수술이 매우 위험하며 수술 후 오른쪽 얼굴 일부가 함몰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악성이 아니라니, 처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 마음이 놓였지만 종양이 무척 위험한 곳에 위치해 있어 수술을 하다가 주변 신경을 건드릴 수 있고, 그러면 그 부위가 함몰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놀라 쳐다봤더니 의사가 “뭐 하는 분이세요?”라고 묻더군요. ‘연예인’이라고 하니까 그럼 앞으로 연예 활동은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2004년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알게 된 한 독일 지인의 소개로 뇌종양 수술 전문병원을 찾아 하이델베르크로 향했다.
“병원 측에서 수술을 서둘러서 도착 후 며칠 만에 곧바로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전에 정밀 검사를 받고 안정을 취한 후 진행된 수술은 10시간 가량 걸렸는데 머리와 귀 밑에 5백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낸 후 내시경을 통해 수술을 했죠. 다행이 수술이 잘 돼 회복이 빨랐어요.”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그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과 차까지 팔았다고 한다.
“그때 차를 처분하고 지금까지 ‘뚜벅이’로 지내고 있어요. 오늘도 (인터뷰하러) 걸어서 왔어요. 무거운 옷가방을 들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걷는 게 좀 불편하지만 괜찮아요. 투병 중에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지만 저보다 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부모님을 생각해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발병 이후 3개월 남짓 독일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후 귀국해서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으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5년 8월 귀국한 그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한다. 뇌종양이 발병한 원인이 다름 아닌 성인배우로 활동하며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이기 때문. 대학 졸업 후 연기자를 꿈꾸던 그는 92년 우연한 기회에 성인배우로 발을 내디뎠지만 부모 형제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고 한다.
“탤런트 시험에 떨어져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영화 쪽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와 촬영을 했는데 처음 말했던 것보다 야한 장면이 많았어요. 그게 비디오영화라는 걸 나중에 알았죠. 그리고 혼자 고민하다 ‘그래도 영화계인데’라는 미련이 생겼고, 연기자냐 인기인이냐 고민하다 결국 ‘에로 영화계의 인기인’으로 남기로 했어요.”
하지만 그런 선택 뒤에는 혹독한 시련이 뒤따랐다. 그의 뒤에는 어디를 가나 ‘에로배우’라는 꼬리표와 함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성인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받았던 스트레스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 뇌종양의 원인
뇌종양 이기고 연예계 복귀 준비하는 배우 정세희

“베드신도, 열악한 제작환경도 다 참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만은 참기 힘들었어요. 성인배우는 외향적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제 성격은 내성적인 편이에요. 스태프들 앞에서 옷을 벗고 촬영하는 게 부담스러워 촬영을 앞두고는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어요. 에로배우라는 이유 때문에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도 평탄치 않았죠. 세상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지금은 헤어진 상태고요.”
당시나 지금이나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부모의 묵묵한 응원이라고 한다. 성인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딸이 의기소침해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며 그의 등을 토닥여줬던 부모는 그가 투병을 하는 동안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격려해주었다고.
“부모님은 한참 지나서야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는데 그때도 ‘너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말씀을 하지 않았어요.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도 안 하셨죠. 다만 아버지께서 한 달에 2~3통씩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남들 눈 신경 쓰지 말고 그 분야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당당하고 멋진 사람이 돼라’고. 제가 뇌종양 판정을 받자 한동안은 ‘내가 아파야 하는데’라며 눈물만 지으시던 어머니도 시간이 지나면서 ‘꼭 수술이 잘될 것’이라며 용기를 주셨고요.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겠지만 그 상황에서 부모님의 의연한 모습이 제겐 큰 힘이 됐어요. 생사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면서 부모님까지 절망에 빠져 있었다면 제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는 요즘 뇌종양으로 쓰러지기 전부터 준비했던 가수 활동과 더불어 정통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에로 영화가 아닌 서민적인 냄새가 묻어나는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동하고 싶은 이유는 부모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친지나 지인들에게 ‘우리 딸이 어느 프로그램에 출연하니까 보라’고 전화를 걸어 자랑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숱하게 영화에 출연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 딸이 나오는 작품을 한번 봐라’는 말은 못하고 사셨거든요.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부모님은 온 국민이 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라면 아주 보잘것없는 배역이라 해도 굉장히 기뻐하실 거예요.”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준비하는 즐거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투병생활 중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자신을 보살피고 아껴준 부모에게 소박한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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