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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영재학교 최연소 입학생 성현우군 부모 공개

“말썽꾸러기 취급받던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까지…”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7. 13

만 13세의 나이로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해 최연소 입학 기록을 세운 성현우군.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영재’지만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 아들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 과학 영재로 키운 성현우군의 부모를 만나 아이의 영재성을 찾아내고 길러주는 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최연소 입학생 성현우군 부모 공개

최근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정에 함께 모인 현우군(맨왼쪽) 가족.


부산 기장군에 사는 성용경(43)·김연희씨(38) 부부는 요즘 주위의 축하 인사를 많이 받는다. 큰아들 현우군이 지난 3월 만 13세의 나이로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최연소 입학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박사급 교사들이 엄격한 시험을 통해 선발한 수학·과학 영재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입학생의 대부분은 중학교 졸업생이지만, 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평가시험을 치러 합격하면 졸업 전에도 입학할 수 있다. 현우군은 이 제도에 따라 중학교 1학년을 마친 뒤 바로 이 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입시 경쟁률은 19.96대 1. 현우군은 이 경쟁을 뚫었을 뿐 아니라 전체 차석까지 차지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현우군은 입학 뒤 시험을 통과하면 과목 수강을 면제해주는 ‘고등학교 이수학점 선취득 시험’에서 수학·물리·정보과학 등 세 과목을 통과해 최연소 신입생으로 최다 학점을 인정받기도 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영재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영재로 인정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 현우군은 교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현우가 네 살 때 유치원에 보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들이 학부모 면담을 신청하더라고요. 의자를 정리하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은 묵묵히 따라 하는데 현우만 왜 그걸 해야 하는지 묻고 스스로 납득하기 전까지는 하지 않는다고요. 유난히 질문이 많고 고집이 세다며 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죠.”

유치원 교사에게 ‘이상한 아이’ 평가받은 말썽꾸러기, 영재성 검사 통해 감춰진 재능 발견
현우군이 또래 아이들과 좀 다르기는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던 아버지 성씨는 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평가받는 게 속상해 꾸중도 하고 벌도 주며 꼬치꼬치 캐묻는 성격을 고쳐보려 했다고 한다.
“처음엔 엄하게 다스렸어요. 현우에게 단체생활을 할 때는 무조건 규칙에 따라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하며 혼을 냈죠. 하지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더군요.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보다 혼나고 매 맞은 일만 기억하더라고요. 문득 내가 너무 아이를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씨 부부가 생각해낸 대안은 대화. 처음엔 현우군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묻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현우군은 때로는 엄마 아빠를 능가할 만큼 논리적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성씨 부부는 아이를 일방적으로 혼내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국과학영재학교 최연소 입학생 성현우군 부모 공개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감춰진 재능이 보인다”고 말하는 성용경·김연희 부부.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여전히 현우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현우가 유난히 빨간 블록만 갖고 논다며 ‘빨간 블록을 갖고 노는 이상한 말썽꾸러기’라고까지 하더군요. 더 이상은 아이를 그렇게 생각하는 환경 속에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치원을 그만두게 했죠.”
그때 같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학부모가 현우군을 아동심리센터에 데려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우군이 다섯 살 되던 해, 어머니 김씨는 ‘내 아들이 정말 이상한지’ 확인하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거기서 아이의 지능과 성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아동용 웩슬러 지능검사(KEDI-WISC)’를 받았어요. 현우는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자아가 강하고 지능이 높으며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죠. 더불어 세상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갖고 있다고 했어요.”
현우군을 상담한 상담원은 “지금까지 내가 본 아이 가운데 가장 지능이 높은 아이”라며 “부모가 잘 지원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1년 후 다른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도 현우군이 상위 0.2%에 속하는 영재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그때부터 성씨 부부는 철저하게 아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방식으로 현우군을 키웠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현우는 아침마다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렸어요. 학교에 가기 싫어서였죠. 오죽하면 담임선생님이 현우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어머니가 현우의 짝꿍이 돼달라고 부탁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석 달 동안 제가 아이와 함께 학교에 다녔죠.”

끊임없는 대화로 아이 격려하고, 재능 펼칠 길 열어줘
마침내 아이가 혼자 학교에 나가게 됐을 때도 김씨는 ‘엄마 없이 과연 현우가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고민 끝에 그는 아침마다 아들의 필통 안에 ‘사랑의 쪽지’를 붙이기로 했다. 2000년이 끝나가던 무렵에는 “2000년이 저물어가는구나. 그래도 우리 아들에게는 남은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도 현우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생각하고, 또 더욱 사랑하게 된 한 해였다. 우리 올해를 잘 마무리해야겠지? 우리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 마음이 웃고 있는 게 느껴지니?”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냈다. 현우군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자마자 필통을 열어 이런 메모를 읽었고, 엄마가 옆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버지 성씨 또한 현우군의 마음을 돌보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특히 현우군은 자존심이 세서 뭔가 자신의 뜻대로 안돼도 잘 얘기하지 않는 성격인데, 성씨는 현우군이 뭔가 불편한 일이 있는 듯 보일 때는 같이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같이 길을 걸으며 ‘친하지 않은 사람과도 늘 반갑게 인사해야 할까’ 같은 가벼운 주제로 토론을 하곤 했어요. 한참을 떠들고 나면 아이 표정이 밝아지는 게 느껴졌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모 자식 사이의 믿음이 싹트고 논리력도 자란 것 같아요.”
현우군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은 또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기 어려웠기 때문. 친구들은 그가 하는 얘기를 잘 알아듣지 못했고, ‘잘난 체를 한다’며 그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었다. 성씨 부부는 이런 분위기에 상처받은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면서, 동시에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현우의 웩슬러 지능검사를 담당했던 상담원의 추천을 받아 아이를 ‘한국과학영재교육원’이라는 학원에 보냈어요. 일주일에 한 번 가서 3시간 동안 실험과 토론을 하는 곳이었는데, 현우가 만 6세 때인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꾸준히 다녔죠. 왕복 이동거리가 3시간이 넘을 정도로 집에서 멀었지만, 아이가 좋아하니까 저희도 신이 났어요.”

한국과학영재학교 최연소 입학생 성현우군 부모 공개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 당시 장학금을 받고 있는 성현우군.


아버지 성씨는 “지금까지 현우에게 들어간 사교육비의 평균을 내보면 월 10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재교육원에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따로 가르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현우군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소설·인문과학·위인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고루 읽었고, 특히 좋아하는 수학이나 물리 분야 책은 대여섯 번씩 반복해 읽었다고. 성씨는 “어린 시절 현우에게 한자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한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현우가 관심을 갖지 않아 한자가 많이 섞인 ‘현대물리학’이라는 책을 사줬다. 결국 아이는 그 책을 읽기 위해 스스로 한자를 배웠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 적도 없어요. 생후 2개월 무렵부터 동화책을 반복해 읽어준 게 다였죠. ‘아기돼지 삼형제’나 ‘백설 공주’ 같은 동화를 여러 번 읽어줬더니 어느 순간 ‘이젠 내가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만으로 네 살 무렵이죠. 아이가 원할 때 한글을 가르치니까 순식간에 글을 배우더니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더군요.”
글을 배운 뒤부터 현우군은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수학책을 읽게 됐다고.
“현우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책에 매달렸는지도 몰라요. 현우가 자꾸 엉뚱한 질문을 한다며 ‘다시는 수업시간에 질문하지 말라’고 말한 선생님도 계셨죠. 그때부터 수업시간에도 줄곧 책만 읽는 눈치였어요.”
현우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1년 동안 1천 권의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하루에 세 권꼴로 책을 읽어 이를 달성한 적도 있다고 한다. 숙제 등 해야 할 게 많은 날은 하루에 한두 권만 읽고, 여유 있는 날 대여섯 권씩 몰아 읽으며 목표를 이뤄냈다고. 어머니 김씨는 2~3일에 한 번씩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기장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며 현우군의 남다른 독서를 도왔다.
책읽기와 함께 현우군이 좋아했던 것은 컴퓨터 게임. 김씨는 현우군이 학교생활에 조금이라도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꼭약(꼭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등하굣길에 장난치지 않기’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사 잘하기’와 같은 ‘꼭약’을 잘 지킬 때마다 컴퓨터 게임을 5분 더 할 수 있는 스티커를 주며 격려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즐기며 성실히 살았으면…”
현우군을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이끈 것도 부모였다. 성씨는 현우군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4년, 아들에게 이 학교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려주며 “전국의 영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고, 다른 학교와 달리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지원할 수 있다”고 일러줬다고 한다. 더 이상은 일반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아하던 현우군은 그때부터 공부에 매달렸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한국수학올림피아드·정보올림피아드·화학올림피아드 등에서 입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하루에 3~4시간 이상 잔 적이 없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국과학영재교육원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학원을 다닌 적 없는 현우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입시에 필요한 수학·과학 공부를 위해 고등학교 참고서를 구입해 혼자 파고들었다고 한다.
현우군의 이런 성실성은 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 후에도 이어져 그는 요즘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 친구들 가운데 가장 일찍 일어나는 축에 속한다고 한다.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가 배식 아주머니들로부터 “어쩌면 그렇게 부지런하냐”는 얘기를 듣는다고.
아버지 성씨는 이에 대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몸에 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한 다음 현우는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씨는 최근 현우군의 재능을 발견한 과정과 남다른 공부법을 담아 ‘대한민국 영재 프로젝트’를 펴냈다. 그는 “현우는 공부하는 게 좋을 뿐, 아직 무엇을 할지에 대한 꿈은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성실히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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