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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명문고 그만두고‘대한민국 고3’된 김예현양

“유학 생활 내내 더부살이 하는 느낌, 한국에서 똑같이 노력하면 더 성공할 것 같아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랜덤하우스코리아 제공

입력 2007.07.13 10:43:00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가 1년 반 만에 귀국한 김예현양은 현재 수능공부에 한창인 고3 수험생이다. 미국에서도 전 과목 A학점을 받을 만큼 우등생이던 그가 ‘입시지옥’으로 불리는 한국의 고등학교로 돌아온 것은 조기 유학생은 2등 밖에 될 수 없는 미국의 현실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양이 조기유학의 허와 실, 유학을 떠나기 전 꼭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들려줬다.
미 명문고 그만두고‘대한민국 고3’된 김예현양

“무조건 조기유학을 가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최소한 영어라도 배우겠지’ 하는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건 좋지 않다는 거죠. 맹목적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미래를 꼼꼼히 설계하고 내가 왜 유학을 떠나려는 건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해요.”
너도나도 조기유학을 꿈꾸는 현실에서 미국 명문고 졸업장을 포기하고 우리나라로 돌아온 고등학생이 있다.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고를 다니다 돌아온 김예현양(19·대전 둔산여고3). 그는 프린스턴대 진학률이 높아 미국에서도 명문고로 통하는 이 학교에서 전 과목 A학점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지난 2005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했다. 현재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인문계 고교에서 고3 수험생으로 수능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그 좋은 환경을 박차고, 뭣 하러 돌아왔냐고 물어보세요. 제가 현지 적응에 실패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돌아온 게 아니니까 더 궁금하신 듯해요. 그럴 때마다 전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왔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나라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거든요.”
김양이 유학길에 오른 건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3년. 미국 프린스턴대 교환교수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가 프린스턴대와 인접한 프린스턴고교에 입학한 것이다. 김양은 2005년 2월 귀국할 때까지 이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현지 고교생활을 체험했다. 이 기간의 미국 생활에 대해 그는 “마치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한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은 유학생에게 둘러쳐진 높은 벽을 느꼈다는 것.
“한인타운 소식지를 보면 명문대에서 MBA나 로스쿨을 마친 이민 2세들이 부모와 함께 부동산 소개업, 세탁업을 한다는 기사가 많았어요. 미국에 사는 교민이나 유학생 부모의 공통적인 꿈은 아이가 명문 로스쿨·메디컬스쿨에 들어가 전문직을 갖고 사는 건데, 좋은 학교를 마치고도 국적과 인종의 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죠.”
예현양은 그 과정에서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미국에서 공부를 해도 언제나 나는 그들에게 주변인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동시에 “그렇다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노력을 한국에 돌아가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국에서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대학원까지 공부해야 해요. 그동안 막대한 비용이 들죠. 명문 사립고교의 경우 학비만 연간 3만5천 달러(약 3천3백만원) 선인데, 거기에 생활비와 종종 한국에 들어오는 비행기삯 등까지 더하면 1년에 6만~7만 달러(약 5천6백만~6천5백만원)가 들어요. 대학에 가면 학비 부담이 더 커지고요. 게다가 한국의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7~10년을 공부해야 하잖아요. 이런 희생을 감수하고 최대한으로 성공해 아이비리그에 진학한다고 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내가 미국에 있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현양은 미국 유학을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단 그 벨트에 올라타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는 미국에서 만난 조기 유학생 에밀리의 사례를 들려줬다.

미 명문고 그만두고‘대한민국 고3’된 김예현양

“에밀리는 저와 만났을 때 미국에 온 지 4년이 지난 상태였어요. 하지만 교과서를 간신히 읽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았죠. 미국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가 입시공부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말 그대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야만 하는 형편이었어요.”
예현양은 “미국엔 에밀리같은 조기 유학생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유학을 떠나기 전 충분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예현양 자신은 귀국 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 지난 2005년 고교 신입생으로 다시 입학한 그는 “부족한 수학과목을 따라잡기 위해 과외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공부했는데 의외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며 “다른 친구들처럼 보충학습과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수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국 첫해에는 달라진 과목과 공부방법에 적응하지 못해 성적이 들쑥날쑥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죽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입시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천국인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아이비리그에 가려는 아이들은 밤을 꼬박 새우며 공부하는 경우가 많죠. 영어가 서툰 유학생은 미국 학교의 숙제를 다 해내려면 새벽까지 매달려야 할 때도 있고요. 저도 1주일에 10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 채 공부할 때가 많았어요. 그때 밤을 새우며 ‘내가 미국에서 공부한 것만큼 한국에서 하면 겁날 게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노력 덕분에 한국 생활에도 금세 적응한 예현양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아는 ‘한국인’으로 성장한 뒤 대학원 진학 무렵 다시 세계 무대에서 공부해볼 생각도 갖고 있다고.
“우리나라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 1순위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에서 MBA를 받은 사람이라고 해요. 한국 문화와 국제적 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를 원하는 거죠. 미국 교육만 받은 유학생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1등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을 바탕에 두고 세계를 내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학 선배’김예현양이 들려준 ‘유학 가기 전 꼭 준비해야 할 것들’
미 명문고 그만두고‘대한민국 고3’된 김예현양
이왕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면, 현지 생활에 쉽고 빠르게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생활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예현양이 조기 유학생활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줄 ‘비법’을 들려줬다.

영어는 듣기보다 읽기와 쓰기 중심으로 준비하라
‘그리스 로마 신화’ ‘오만과 편견’ 그리고 헤밍웨이의 작품 등 미국인이 많이 읽는 책을 영어와 한글을 대조해가며 읽으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유학을 가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듣기 중심으로 준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식 문법책과 어휘책으로 공부하고 여러 교과목을 이해하려면 읽기와 쓰기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체력이 영어 실력보다 중요하다
유학생활에서 체력은 때로는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하다. 새로운 언어와 정보, 문화의 홍수 속에서 버텨내려면 육체적 체력과 동시에 정신적 체력도 갖춰야 한다.

운동·특기·개인기를 개발하라
영어가 서툰 유학생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남자의 경우 운동을 잘하면 금세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악기를 배워 학교 밴드나 오케스트라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종이접기도 미국에서는 좋은 개인기가 된다. 유학 초기 미국 아이들 앞에서 학을 접었더니, 다들 내가 무슨 요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신기해하며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
우리는 겸손한 태도에 익숙해져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나라에서는 겸손함이 미덕이 아니다. 그들의 이상형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 조금 거만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과 자존심이 미국에서는 훨씬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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