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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미술관에서 신화의 세계를 여행해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김인혜씨가 들려주는 그림이야기~

기획·김동희 기자 / 글·김인혜‘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 자료·국립현대미술관, 비엔나미술사박물관, 동아일보사

입력 2007.07.12 18:48:00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한스 폰 아헨, 바쿠스·케레스·큐피드, 1600년경,108×80cm, 캔버스에 유채 Kunsthi- storisches Museum Wien, Gemaldegalerie, Vienna(좌)
슈프랑거, 메르쿠리우스에게 경고받는 비너스와 마르스, 1586년경, 108×80cm, 캔버스에 유채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Gemaldegalerie, Vienna(우)


올여름,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장소로 미술관을 택해 보면 어떨까? 작품 보호를 위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하는 미술관은 언제나 쾌적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덕수궁미술관에서는 6월26일부터 9월30일까지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이 열린다. 루브르 박물관,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비엔나미술사박물관에서 전시됐던 바로크 거장들의 작품이 한국 관객을 맞이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반 다이크 등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이름들도 눈에 띈다. 주피터, 비너스, 바쿠스 등 로마 신들의 이름이 그것이다. 르네상스·바로크 시대 귀족들 사이에는 신화 이야기가 유행했고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회화작품으로 그려 영구히 보존하고 싶어 했다.
신들의 사랑이야기는 재미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자신의 아내의 초상을 누드로 그리게 할 수는 없었겠지만, 미의 신 비너스(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마음껏 누드의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그런 그림을 부부 침실에 걸어두면 분위기 만점이었을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가 머물렀던 프라하에서 최고의 궁정화가로 칭송받았던 한스 폰 아헨은 신화를 활용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그림 ‘바쿠스, 케레스, 큐피드’(그림 1)에는 포도주의 신 바쿠스, 곡물의 신 케레스, 사랑의 전령사 큐피드가 각각 그려졌다. 머리의 곡물 장식을 통해 대지의 여신임을 알리는 나체의 케레스는, 매혹적으로 몸을 틀어 관객에게 시선을 보낸다. 재밌는 점은 이 여신의 모델이 바로 화가 한스 폰 아헨의 아내라는 사실. 물론 포도 넝쿨 장식으로 치장된 바쿠스는 화가 자신의 얼굴이고,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등장하는 큐피드는 당연히 그들의 아들이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새롭게 생성하는 자연’에 대한 비유라고 해석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일종의 17세기 가족사진인 셈이다.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렘브란트와 바로크 거장들

보르도네, 알레고리화(마르스·비너스·빅토리아·큐피드), 1560년경, 111.5×174.5cm, 캔버스에 유채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Gemaldegalerie, Vienna(좌)
힐리스 바케레일, 죽은 레안드로스를 애도하는 헤로, 1640년대, 205×156cm, 캔버스에 유채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Gemaldegalerie, Vienna(우)


한스 폰 아헨의 그림이 바쿠스와 케레스를 등장시켜 신들의 화목함을 과시했다면, 같은 시대 프라하의 에로틱 화가 슈프랑거는 바람난 신들의 애정행각을 노골적으로 그리기를 좋아했다. ‘메르쿠리우스에게 경고 받는 비너스와 마르스’(그림 2)는 미의 신 비너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의 유명한 애정행각을 주제로 했다. 비너스는 원래 절름발이 신 불카누스(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였지만, 못생긴 남편 대신 늠름한 마르스와 잠자리를 했다. 화가 난 대장장이 신 불카누스는 두 신의 애정행각을 포착, 보이지 않고 끊어지지 않는 망사로 묶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 채 비너스와 마르스를 다른 신들의 조롱거리로 만든다. 화가는 신들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신 메르쿠리우스(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비너스와 마르스에게 경고하는 순간을 그렸다. 나체의 신들은 매우 에로틱해 이 작품의 주문자인 황제 루돌프 2세의 독특한 취향에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뒤틀린 신체, 곡선을 그리는 동작은 당시 프라하 화단의 특징적인 요소이다.
한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보르도네라는 작가도 비너스와 마르스를 주제로 ‘알레고리화(마르스·비너스·빅토리아·큐피드)’(그림 3)를 그렸다. 하지만 보르도네는 슈프랑거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오히려 이 두 신의 사랑을 축복해 주고 있다. 비너스와 마르스는 날개 달린 승리의 신 빅토리아의 축복을 받으며 등장한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결혼의 상징인 미르테 나무로 엮은 화환이 올려지고, 이들 사이에 난 아들 큐피드는 두 신에게 장미를 뿌리고 있다. 장미는 사랑과 다산의 상징으로 결혼을 축복하는 의미다. 비너스가 따려고 하는 레몬나무는 그윽한 향기가 오래 지속되므로 결혼의 유지를 뜻한다.
신들의 사랑은 결혼으로 결실을 맺기도 하지만, 때로 커다란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17세기 플랑드르의 화가 바케레일은 ‘죽은 레안드로스를 애도하는 헤로’(그림 4)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리스 신화판 ‘로미오와 줄리엣’쯤 되는 이야기로 맺어질 수 없는 연인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비극적 사랑을 주제로 그렸다. 레안드로스는 연인 헤로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밤 그녀가 밝히는 등불을 보며 헬레스폰투스 해협(지금의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넌다. 그러다 어느 폭풍우치는 날 등불이 꺼지고, 레안드로스는 익사해 죽고 만다. 여명이 떠오르고 연인의 시체를 발견한 헤로는 절망해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다. 화가는 헤로가 레안드로스의 차가운 시체를 발견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격정적인 몸동작, 나부끼는 옷자락은 헤로의 격렬한 슬픔을 표현한다. 순간 포착, 극적인 명암 처리, 역동적인 신체의 움직임, 강렬한 감정 표현 등은 모두 바로크 미술의 전형적 특징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그 형태도 다양하고 결말도 다양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공통의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수백 년 전의 회화 작품을 감상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 일시 6월26일~9월30일 오전 9시~오후 8시30분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미술관 입장료 18세 이상 1만2천원, 12~17세 9천원, 6~11세 7천원 문의 02-368-1414 www.미술전시.kr

큐레이터 김인혜씨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동 대학원 졸업. 독일 본대학 미술사를 전공했으며 2001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이다.

여성동아 2007년 7월 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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