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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정성 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레이스 뜨는 여인’

2007. 07. 12

정성 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레이스 뜨는 여인’

베르메르, 레이스 뜨는 여인, 1669~70, 캔버스에 유채, 23.9×20.5cm, 파리 루브르박물관


간절히 바라기는 하지만 희망이 거의 없을 때 사람들은 ‘실낱 같은 희망’이라는 말을 씁니다.
실낱은 실의 올, 혹은 가닥을 뜻하지요. 실 한 가닥은 무게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가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씁니다. 하지만 이런 실이 모이면 큰 천이 되고 예쁜 옷이 됩니다. 물론 이렇게 가는 실로 천을 짜고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듭니다. 요즘에는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 해주어 힘이 덜 들지만 예전에는 사람의 손이 아주 많이 갔답니다. 그래서 새 옷 하나 입으려면 명절처럼 특별한 때를 기다려야 했지요.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은 정성스럽게 레이스를 뜨는 여인을 그린 그림입니다. 레이스는 멋지고 화려한 장식이지만 그것을 만들기란 매우 복잡하고 힘이 들지요.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수고가 있어 옛 유럽 사람들은 아름다운 드레스나 셔츠를 입고 뽐낼 수 있었던 겁니다.
레이스 뜨기에 집중하는 여인은 지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여인의 수고를 위로해주려는 듯, 밖에서 밝은 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네요. 창을 거쳐 실내로 들어오는 빛이어서 밝지만 강하지 않고 은은한 느낌을 줍니다.
세밀한 일을 하느라 눈이 침침할 법한데 이처럼 밝고 살가운 빛이 있어 여인은 보다 수월하게 손을 놀립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좋은 옷을 해 입히느라 고생도 마다지 않은 옛 여인들의 정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더∼ 카메라 옵스쿠라는 ‘검은 방’이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로, 캄캄한 방이나 상자의 한 면에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맞은편 벽에 상으로 맺히도록 한 도구를 말합니다. 이 원리를 토대로 사진기가 만들어졌지요. 아직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화가들은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용해 사진 효과가 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베르메르의 그림이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얀 베르메르(1632~75)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로 부드러운 빛을 받으며 실내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즐겨 그렸습니다. 베르메르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을뿐더러 남긴 작품도 많지 않아 40여 점의 작품이 전해질 따름입니다. 그가 남긴 작품에는 종교화와 풍경화도 있습니다. 빛과 색채의 아름다운 조화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베르메르만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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