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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자살 충동 극복하고 1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젊음의 노트’ 가수 유미리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6.21 16:50:00

15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컴백한 ‘젊음의 노트’의 가수 유미리. 첫사랑 남자친구와 결별한 후유증으로 우울증,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 그가 약물치료를 받으며 병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울증, 자살 충동 극복하고 1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젊음의 노트’ 가수 유미리

지난 86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젊음의 노트’로 대상을 차지한 가수 유미리(42). ‘내 젊음의 빈 노트에 무엇을 적어야 하나~’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해외파 가수의 선두주자로 가요계에 발을 내디뎠던 그가 15년 만에 디지털 싱글 음반 ‘NEW미리’를 들고 돌아왔다.
“사실은 그동안 노래를 계속해 왔어요. 공중파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별로 없어 미사리나 백운호수 근처 라이브 카페 무대에 자주 올랐죠. 아웃사이드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새로운 앨범을 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뒤늦게 그 꿈을 이뤘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데뷔 직후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그는 세상이 모두 자신의 것인 양 여겨졌고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다.
“강변가요제가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가 중단했던 학업을 마치고 92년 복귀했는데 인기가 예전만 못했어요. 가요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걸 따라 가지 못했던 거죠.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고요.”

결혼 대신 음악 선택하며 헤어진 남자친구 지금도 잊지 못해
우울증, 자살 충동 극복하고 15년 만에 새 앨범 발표한 ‘젊음의 노트’ 가수 유미리

이번 앨범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새 삶을 얻은 후 내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해 10월부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죽을 생각만 했다는 것.
“아무 이유 없이 죽고만 싶었어요.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살고 싶은 의욕도 전혀 없었어요. 혼자 사는 아파트 16층 베란다에 서서 뛰어내리려고 맘먹은 것도 여러 번이었죠. 도로에 차가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속하는 차에 뛰어들면 죽을 때 고통이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숱하게 했어요. 마치 죽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미국에 있는 가족들은 그의 상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가 걱정할까봐 차마 말하지 못했기 때문. 이유 없이 자살충동에 시달리던 그는 병원 치료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달쯤 폐인처럼 지내다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어요. ‘지금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견딜 수 없으니 제발 나 좀 살려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상담원이 예약이 꽉 차 있어 일주일 후에나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한시가 급한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무작정 집밖으로 뛰쳐나가 택시를 타고는 가까운 정신과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죠.”
그를 상담한 의사는 “우울증이 중증을 넘어선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스스로 우울증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나 3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저도 모르는 새 제 정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더군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거든요. 제가 강변가요제 이후 한국에서 활동할 때 미국에 있던 그 친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1년 여 동안 편지를 보냈어요. 저도 날마다 전화를 걸었고요.”
남자친구는 그가 가수로 활동하는 걸 반대하지 않았지만 결혼 후에는 미국에서 살 것을 원했다. 하지만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던 그는 남자 친구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유명세를 얻게 되자 그 친구가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래, 아니면 한국에서 계속 노래할래?’라고 묻더라고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노래를 선택하겠다고 했죠. 그랬더니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자신은 한국에 들어와 살 수 없다면서.”
결국 두 사람은 안타까운 이별을 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데 만족하며 아픈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남들은 세월이 약이라고 하는데, 저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그 친구가 제 꿈에 자주 나타나요. 20여 년 전의 일인데도 말이죠. 꿈속에서 그를 만나고 나면 마음이 허전하고 아파요. 헤어질 당시에는 몰랐는데 어느 순간 몹시 후회가 되더라고요. ‘차라리 노래 대신 그와 결혼해 알콩달콩 자식 낳고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얼마 전 그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산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젠 가정이 있는 친구니 저와 인연은 아닌 듯한데 그래도 꼭 한번 만나보고는 싶어요.”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이제는 “80% 정도 나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몸이 좋아지니까 음반 작업을 하면서, 신이 나더라고요. 긴장되기도 하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커요.”
그가 우울증에서 벗어나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만든 새 앨범 ‘NEW미리’에는 ‘젊음의 노트’와 같은 강렬한 분위기의 ‘넌 내꺼’, 발라드곡 ‘눈물꽃’, 디스코펑키곡 ‘날 떠나줘’ 등이 수록돼 있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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