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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영어영재 만든 가정 학습법’

‘뉴토익’듣기 만점 받은 초등생 이혜진양 엄마 전병애씨 공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06.12 17:49:00

지난 2월 치러진 뉴토익 시험에서 듣기 영역 만점을 기록하며 945점을 받은 이혜진양은 한 번도 외국에서 산 적 없는 순수 국내파다. 이양과 어머니 전병애씨가 기존 토익을 업그레이드해 한층 까다로워진 뉴토익 듣기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비결을 공개했다.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영어영재 만든 가정 학습법’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뉴토익’은 기존 토익에 비해 듣기 영역이 어려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기존 토익의 경우 듣기 평가 문제가 미국식 발음으로만 출제됐지만, 뉴토익에서는 미국식뿐 아니라 영국식 호주식 캐나다식 등 다양한 발음 문제가 출제되고 있기 때문. 그런데 외국에서 한 번도 생활한 적 없는 초등학생이 뉴토익 듣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지난 2월 토익에서 LC(듣기 테스트) 495점(만점), RC(문법·독해 테스트) 450점을 받아 총 945점을 기록한 이혜진양(12·대구 대곡초 6). 혜진양은 부모와 남동생 등 모든 가족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지만, 영어를 한국어만큼이나 자유자재로 말한다. 영자 신문을 읽고, 인터넷으로 CNN 뉴스를 보며, 외국인과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 어머니 전병애씨(40)는 이처럼 혜진양이 영어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영어를 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혜진이는 두 살 무렵에 한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영어도 함께 배웠죠. 공부를 따로 시킨 건 아니고, 한글을 보듯 일상적으로 영어도 접하게 한 거예요.”
전씨가 사용한 방법은 영어 단어 카드. 그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커다란 색지를 동물 모양으로 오린 뒤 직접 단어 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토끼 모양 카드에는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단어 10개와 뜻을, 거북이 모양 카드에는 b로 시작하는 단어 10개와 뜻을 쓰는 방식으로 모든 알파벳에 해당하는 카드를 만들었다고.
“그러고는 그 중 몇 개를 거실 베란다 유리에 붙여뒀어요. 아이에게 억지로 보라고 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영어에 싫증을 느낄까봐 스스로 흥미를 보일 때까지 기다렸죠. 그러던 어느 날 혜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 그림들을 살펴보더니, 이내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하더라고요.”

단어 카드와 동화책으로 영어 익히고, 외국인 친구 사귀며 회화 능력 길러
그때부터 전씨는 혜진양이 카드를 볼 때면 옆에서 그 단어를 읽어줘 발음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아이가 계속 카드에 관심을 보이는지 살폈다고.
“카드를 붙인 뒤 일주일쯤 지나니까 더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카드로 바꿔 붙였죠. 그런 식으로 한 달여 동안 30~40개 단어를 익히게 한 뒤 다시 처음에 붙였던 단어로 돌아갔어요. 아이가 모든 단어를 완전히 익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 붙이며 점차 단어량을 늘려갔어요.”
아이가 영어에 익숙해진 뒤부터는 단어 설명도 영어로 달았다. 영한사전 형식이던 단어 카드를 영영사전 형식으로 바꾼 것. 하지만 이때도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카드 한 장에 다섯 개 이상의 영어 단어는 넣지 않았다고 한다.
전씨는 혜진양이 다섯 살 되던 무렵부터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침대 옆에 앉아 영어 동화책도 읽어줬다. 전체 분량이 10쪽 내외인 얇고 쉬운 책을 골라 여러 번 반복해 읽어주니 혜진양은 자신도 모르는 새 동화 내용을 외워, 나중엔 전씨가 읽기 시작하면 누운 채 따라 중얼거리곤 했다고 한다. 혜진양이 워낙 책을 좋아해 한글을 깨친 뒤부터 한글 동화책을 많이 읽은 것이 영어 동화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그렇게 단계적으로 영어와 친해지게 한 뒤 영어책을 읽게 했어요. 혜진이는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영사전을 찾을 정도로 영어를 편하게 여겼죠. 문법 한 번 공부한 적 없는데도 긴 문장을 술술 읽는 게 제가 봐도 신기했어요(웃음).”
여느 아이가 우리말을 배우듯 영어를 익힌 혜진양은 열 살 무렵쯤 되자 중학생용 영한사전에 나오는 단어는 모두 알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해리포터’ 원서도 혼자 거뜬히 읽었다.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영어영재 만든 가정 학습법’

혜진양이 직접 만든 단어장과 945점을 받은 토익 성적표.


전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해리포터’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낮에는 책과 영화를 보게 하고, 밤에는 오디오북을 틀어줬다”며 “동화 줄거리로 꿈을 꿀 정도로 좋아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장을 통째로 줄줄 외웠다”고 전했다.
‘해리포터’에 푹 빠져 4학년 때는 직접 영어로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The night or war’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독일 나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산드라 네스코(Sandra Nescow)라는 열두 살짜리 유대인 소녀가 아우슈비츠에서 피살된 아빠의 복수를 꿈꾸며 갖은 역경을 헤쳐나가는 내용의 판타지물이라고 한다.
“혜진이가 학원 한 번 가지 않고 영어를 잘하게 된 건 외국인 친구들 덕분이기도 해요. 단어 외우고 책 읽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회화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눠야 늘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조금씩 영어를 알기 시작한 다섯 살 때부터 제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했죠.”
전씨는 혜진양을 집 근처 외국어 학원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강사들이 자주 찾는 패스트푸드점에 데리고 갔다고 한다. 그러고는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도록 시켰다. 한동안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던 혜진양은 이내 친근하게 그들에게 다가갔고, 외국인들 역시 어린 나이에 영어를 또박또박 구사하는 혜진양을 만나는 것을 재밌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됐다.
“처음엔 회화학원에 보내거나 방문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주위를 보니 그렇게 하면 외국인과 학생의 관계가 너무 사무적이 되더라고요. 함께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만 채운 뒤 끝내는 식으로요. 그러면 아이에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진짜 영어를 배우려면 친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전씨의 생각은 적중했다. 혜진양과 원어민 강사들이 점점 친해지면서 나중엔 혜진양이 그들을 집에 초대할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혜진양의 영어 실력이 부쩍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혜진이가 찰흙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 사람들을 집에 불러 자기가 만든 인형을 선물하기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며 자연스레 친해졌죠. 처음엔 얘기하다 막히면 저한테 ‘엄마 책상이 영어로 뭐죠?’ 하는 식으로 계속 물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 정말 친구와 얘기하듯 대화가 끊기지 않더군요.”
혜진양이 아무 외국인이나 만난 것도 아니다. 전씨는 아이를 패스트푸드점에 데리고 가기 전 집 근처에 있는 외국어 학원을 모두 둘러보며 실력 있는 외국인 강사를 고른 뒤 혜진양이 그 사람과 어울리도록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가 엉터리 강사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이렇게 해서 혜진양이 사귄 ‘친구’는 모두 8명. 국적도 미국·영국·캐나다 등으로 다양했다. 혜진양이 여러 나라의 영어 발음 문제가 출제되는 뉴토익 시험 듣기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것은 이처럼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왔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한국 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혜진양은 지금도 그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재작년에는 캐나다인 친구의 초대로 온 가족이 2주 동안 캐나다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혜진이 회화 가르치는 데는 학원비가 전혀 안 든 셈이죠. 가끔 외국인 친구들에게 반찬을 만들어준 정도가 전부였어요(웃음).”
전씨는 혜진양의 동생인 수범군(9)도 같은 방법으로 회화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이는 계속 영어를 쓰면서도 그게 ‘공부’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실력을 쑥쑥 키울 수 있다고.

정확한 발음 익히기 위해 수없이 듣기 반복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 혜진양이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건 각종 경시대회를 통해서다. 혜진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5년 YBM이 주최한 ‘영어뉴스 앵커 콘테스트’에 출전해 대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역시 YBM이 주최한 ‘초등학생 영어백일장’에 나가 우수상을 받았다.
전씨는 “외국인과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고 수수께끼 놀이를 할 정도로 영어에 능숙한 혜진이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경시대회에 나가게 했다”며 “특히 앵커 콘테스트는 정해진 주제를 취재한 뒤 직접 뉴스 원고를 작성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리포팅까지 하게 하는 대회라 혜진이가 영어의 여러 영역 실력을 고루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영어영재 만든 가정 학습법’

“혜진이는 앵커 콘테스트에 나가면서 거의 처음으로 영어를 ‘공부’했어요. 대회 두 달 전부터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죠.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나운서들도 우리말을 정확히 발음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잖아요. 그런 거였죠. 제가 나서서 최고의 선생님을 찾은 뒤 하루에 2시간씩 2주 동안 수업을 받게 했어요. 어려운 문장은 반복해서 읽고, 한 문장을 속도를 달리해 여러 번 읽어보는 등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했어요.”
수업 내용은 mp3로 녹음해 평소에도 반복해 듣게 했다. 이런 노력 끝에 혜진양은 외국에서 수년간 살다 온 아이들을 제치고 콘테스트 대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혜진양이 토익 공부를 시작한 건 5학년 때인 지난해부터. 영어백일장에 입상한 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엔 토플을 준비했는데,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단어가 많아 좀 더 실용적인 단어와 문장이 많은 토익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토익 준비를 하면서부터 혜진이는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실생활에서 그 단어가 쓰이는 상황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쉽게 외울 수 있도록 정리하기 시작한 거죠. 또 매주 모의 토익을 치르고 오답 노트를 만들어서 모르는 부분만 반복해 공부했어요.”
혜진양이 토익을 치른 지 세 번 만인 지난 2월 945점, 듣기 영역 만점을 받은 건 이렇게 꾸준히 공부한 덕택이었다. 전씨는 “경시대회에 참가하거나 영어능력 검정시험을 치르면 아이가 준비기간 동안 공부에 집중하기 때문에 실력이 부쩍 자란다. 또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돼 여러모로 좋다”며 “하지만 너무 많은 대회를 치르면 대회 자체에 질릴 수 있기 때문에 목표를 정해 1년에 한 번 정도만 도전하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혜진이가 재능을 보이는 건 다른 아이들이 TV 볼 때 신문, 잡지와 책을 꾸준히 읽어 사고력 키운 덕분”
토익 듣기 영역 만점 획득으로 영어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된 혜진양은 요즘 다른 과목 공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영어 실력을 계속 다지기 위해 일주일에 이틀은 영어학원에 가고, 나머지 시간엔 수학학원과 대구교대 과학영재반 수업 등을 듣는다고 한다. 틈틈이 첼로와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영어를 뛰어나게 잘하는데 수학·과학 공부에 집중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혜진양은 당찬 목소리로 “하버드대에 진학해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건 다 그때를 위해서라고. 여러 과목 가운데 과학이 가장 재미있다는 혜진양은 최근 한국과학영재올림피아드에서 장려상을 받는 등 그 분야의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요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며 과학에 대한 상식과 영어 실력을 함께 높이고 있다고 한다.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혜진양은 중국어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여섯 달 만에 중국어 말하기 대회 대구 대표로 뽑혔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고. 아직은 간단한 회화를 하는 수준이지만, 곧 우리말이나 영어처럼 능숙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혜진이가 언어와 과학 쪽에 재능을 보이는 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과 신문, 잡지를 읽어온 덕분인 것 같아요. 혜진이는 TV를 일주일에 한 번만 보기로 저와 약속했는데, 하도 안 보다 보니 이젠 별로 보고 싶어 하지도 않아요. 다른 아이들이 TV를 볼 때 신문, 잡지나 책을 읽죠. 그 과정에서 길러진 사고력이 혜진이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혜진양은 신문을 읽다가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를 발견하면 자신의 입장을 정한 뒤 영어 에세이를 쓰기도 한다고 한다. 혜진양의 꿈은 “단지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더 나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 지금 그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듯했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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