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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와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머물다 돌아온 주부 구혜경

기획·김명희 기자 / 글·최지영‘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7.05.18 11:01:00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아프리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위치한 소도시에서 6개월간 생활하다 돌아온 구혜경 주부. 아프리카에서 앞으로의 삶을 더욱 알차게 꾸릴 에너지를 얻고 왔다는 그가 들려준 ‘아프리카 체험기 &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
두 자녀와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머물다 돌아온 주부 구혜경

주부 구혜경씨(38)는 2005년 7월 딸 세원(8), 아들 윤재(6)와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소도시로 떠났다. ‘여행하러’ 간 게 아니라 ‘살러’ 간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배우게 하고, 남과 다른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아프리카 생활을 결심하게 된 건 2005년 초 한 영국인 주부가 네 아이와 함께 아프리카 오카방고로 이주해서 겪은 모험을 담은 ‘오카방고의 숲 속 학교’를 읽고 나서였다.
“야, 멋있다! 우리도 가자.”
물론, 그 이전부터 그는 늘 하나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놀며 감성을 키우고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어릴 적 소에게 꼴을 먹이고 감꽃 피면 따서 목걸이로 만들던 어릴 적 기억들이 그 자신의 삶을 받쳐주는 힘이었기에. 아프리카는 바로 그 자연의 하나였고 남편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던 터였다.
기간은 한국에 돌아온 후 아이들의 학교 일정을 고려해서 6개월로 하고, 장소는 아프리카의 12개 국립공원으로 가는 기점인 탄자니아의 작은 도시 아루샤로 정했다. 준비기간은 딱 두 달. 시중에 수많은 여행 가이드 북이 나와 있지만 쓸 만한 정보는 한두 줄뿐, 나름대로 살림살이며 옷가지며 실로 엄청난 준비를 했다.
“맨땅에서 자게 될까봐 습기 안 올라오는 등산용 매트리스에 이 생길까 싶어서 참빗까지 챙기고, 감기약·피부약 등 챙길 수 있는 비상약은 다 챙겼어요.”
주변에서는 하나같이 ‘제 정신이냐’며 그의 모험을 말렸다고 한다.

두 자녀와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머물다 돌아온 주부 구혜경

거대한 바오밥 나무 밑에 선 아이들. 아프리카 문화와 자연을 직접 체험한 후 딸 세윤이는 동물과 사람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들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갖게됐다고.


“그 덥고 위험한 데 왜 가느냐며 외국 생활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호주나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자연에서 살다 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거기도 사람 사는 데잖아요. 영어는 아니더라도 스와힐리어는 배우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웃음).”
그러다가도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자 두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아이들은 처음부터 아프리카가 무척 궁금하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고 한다. “근데, 아프리카 말 못 하는데 어떡하지?” 아이들의 고민은 이게 전부였다.
2005년 7월25일, 구씨는 ‘현지인들과 똑같이 살다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두 아이와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그가 상상도 못했던 아프리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날씨가 추웠다는 것. 지대가 높은 나이로비는 서늘한 기후였는데 그동안 어디에서도 아프리카가 춥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던 그로서는 무척 난감했다고 한다. 게다가 동아프리카의 관문이고 아프리카의 뉴욕이라 불리는 만큼 큰 건물들도 있었고 최신 양복을 보란 듯 빼입은 사람들과 스틱을 들고 걷는 마사이족들, 소떼들…말 그대로 문명과 비문명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고.
또 한 가지, 오지의 불편이라기보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큰 식당에 갔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어요. 그러자 외국인이라고 우리를 포함한 몇 군데 테이블과 주방에 촛불을 켜주었는데 캄캄하긴 마찬가지였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즐겁게 식사를 하는 거예요. 불이 언제 들어오나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저희뿐이더라고요. 전기가 없어도 저렇게 행복하구나, 싶었죠. 나중에는 우리 아이들도 바람이 좀 심하게 불면 ‘오늘 전기 안 들어오겠네. 촛불 켜놓고 책 보자, 일찍 자야겠네…’ 그렇게 변해가더군요.”

탄자니아 작은 마을에 살며 아이들은 그 동네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
아이들은 현지 유치원과 학교에 입학시켜 그곳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잘 적응했다. 다행히 세원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한국 생활을 오래 한 교사가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세원이는 “아프리카가 낯설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첫인상을 기억한다. 다만,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꾸 머리를 만지는 게 싫었다고.
“아프리카인들은 머리카락이 길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서 생머리를 늘어뜨리질 못하잖아요. 길고 찰랑찰랑한 우리 아이들 머리가 너무 부러웠던 거예요. 선생님도 얘기할 때마다 ‘Oh, lovely~’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니까요.”

두 자녀와 아프리카에서 6개월간 머물다 돌아온 주부 구혜경

한편, 윤재는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든지 간에 “안녕하세요?” “잠보” “땡큐” 등등 언어를 섞어가며 살갑게 먼저 다가서기로 유명했다는데, 그러고 보니 정원에서 사진을 찍는 도중 지나가는 한 외국인을 보고도 “헬로우~” “안녕하세요?”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네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엄마, 언제 집에 가?”라고 묻는 단 한 가지 이유는 기러기 아닌 기러기가 된 아빠 때문이다. 잠에서 깰 때 유독 아빠를 보고 싶어하기에 “사진 보자” 했더니, “엄마, 사진 말고 움직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라고 해서 울컥하기도 했다고.
식사는 하루 한 끼는 쌀로 밥을 지어먹고 두 끼는 옥수수가루로 떡을 만들어 먹는 등 아프리카식으로 해결했다. 구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학원에 다니며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거기서 익힌 언어들을 재료로 이웃 주민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재래시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또 주말이면 아이들과 킬리만자로로, 케냐의 세렝게티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고.

여행 다녀온 후 물과 전기, 사소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아이들
“끝이 없는 지평선과 하늘, 깡충 뛰면 잡을 것만 같던 구름, 유유히 걸어가던 마사이족 사람들, 차를 탄 동양의 이방인들과 나란히 달리던 세렝게티의 기린과 타조들, 그리고 천 년 된 바오밥 나무! 신이 처음 만든 나무라고도 하고, 악마가 저주를 내린 나무라고도 하는 바오밥 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많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고 다만 개구쟁이 아들 녀석이 팔이 두 번이나 부러졌는데 엑스레이 촬영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어 대도시까지 나가 치료받는 게 좀 힘들었죠.”
2006년 1월, 서울에 돌아와서 구혜경씨네는 북한산 아랫동네 언덕배기에 있는 한 빌라로 이사했다. 6개월 만에 탄자니아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 가족은 한국에 돌아와 적응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비싼 물가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좀 더 공기 좋은 곳으로 옮겨야겠다 싶어 마포에서 북한산 자락으로 이사했어요. 콩·상추같이 작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베란다를 낀 집을 얻었죠.”
아이들도 전에는 관심도 없던 물과 전기, 나무들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고, 이젠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세윤이가 “자연보호주의자가 필요할 것 같다”며 “20년 후에는 동물과 사람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들고 싶다”는 의젓한 소망을 말하기에 이르렀다.
시원한 바람이 드나드는 이 집에서, 그와 두 아이는 늘 아프리카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얼마 전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아프리카 초원학교’라는 책을 묶어내며 그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애초에 자연의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던 구혜경씨는 언제나 그 힘을 믿는다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어려움에도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얻을까? 바로 자연이다. 어릴 때 자연과 뒹굴며 뛰놀았던 그 힘에서다.
“살다가 문득 자신이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아프리카에 한번 다녀오세요.”

여성동아 2007년 5월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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