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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로운 출발

조관우와 이혼 후 서른여섯 살 늦깎이로 가수 데뷔한 장연우

기획·구가인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5. 18

가수 조관우의 전처 장연우가 싱글 앨범을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유명 가수의 전처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과 늦은 나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딛고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진 그의 홀로서기 사연을 들었다.

조관우와 이혼 후 서른여섯 살 늦깎이로 가수 데뷔한 장연우

가수 장연우(36)라고 하면 사람들은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가수 조관우의 전처라고 하면 그제야 아, 그렇군, 하고 알아듣는 얼굴을 한다. 유명 가수의 아내로 살았던 10년 동안 남편의 음반작업을 뒤에서 조용히 도왔던 그가 지난해 말 자신의 이름으로 음악을 내놓았다.
“저는 어려서부터 가수 지망생이었어요. 늘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꿈을 이룬 거죠.”
갓 스무 살을 넘겼을 때 가수가 될 뻔한 기회가 있었다. 당시 미대생이었던 그는 동네 노래자랑대회에 나갔다가 한 앨범 제작 사무실에 들어가게 됐다. 그 사무실에서 “지금 준비하는 다른 남자가수 앨범 내고, 그 다음에 네 앨범을 내주겠다”고 했는데 그 남자가수가 바로 조관우였다. 마침 조씨는 그가 작곡한 듀엣곡을 같이 부를 여가수를 찾던 중이었는데 사무실에서 “저녁에 연습하러 오는 여학생이 있으니 같이 해보라”고 권해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결국 그 듀엣곡은 음반으로 못 나왔어요(웃음).”
이듬해인 91년 SBS 방송국이 개국하면서 합창단과 무용단을 합쳐 쇼탤런트란 이름으로 공채모집을 했는데 그는 1기생으로 뽑혔다. 코러스 활동을 하다 93년 결혼하기 전 일을 그만두었지만 이때 알게 된 음악계 사람들의 권유로 노래 작사를 시작했다. 결혼 1년 후 ‘늪’이 히트하면서 조관우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장연우는 ‘작사가 장복신’(그의 본명이다)으로 남편의 노래 가사를 쓰는 것 외에도 코러스 디렉팅에 참여하는 등 앨범 작업을 곁에서 거들었다.
“결혼생활할 때는 가수인 남편의 작업에 참여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어요. 관우씨가 ‘당신도 해보겠냐’면서 도와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저는 음악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굳이 내 이름을 걸고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조관우와 이혼 후 서른여섯 살 늦깎이로 가수 데뷔한 장연우

이혼 전, 작사가로 남편 조관우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장연우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모아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2003년 이혼했다. 연예계에서 ‘음악적 동반자’, ‘잉꼬 부부’로 알려진 이들이었기에 놀라움이 컸다. 소속사 직원 등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히 진행된 이혼이었다.
“스물셋에 결혼했는데 그때는 그게 너무 어린 나이라는 걸 몰랐어요.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왜 그 나이에 결혼했을까, 라고. 아버지한테 왜 그때 저를 안 말리셨냐고 여쭸더니 ‘네가 말린다고 들을 아이냐’고 하시더라고요.”

전남편과는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
처음에는 모든 기준을 남편에게 맞추고 살았는데 차츰 삶을 바라보는 서로의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두 사람 사이 간격은 커졌고, 어느 순간 그 간격을 메우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혼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아, 이혼이라는 방법이 있구나’ 싶었어요. 아이들이 커가고 있는데 더 감정이 악화돼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혼에 적당한 시점이 있다면 그때였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 아픈데 다행히 밝게 자라주고 있다고 한다. 헤어질 때 초등학교 2학년, 여섯 살이었던 두 아들의 양육은 조관우가 맡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까봐 잘 못 만났는데 지금은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헤어져 사는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아 전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다.
조관우와도 이제는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이혼했다고 해서 모르는 사이인 양 불편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관우씨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해서 셋이 함께 만난 적도 있어요. 만나서 가볍게 맥주도 마시고 아이들하고 다 같이 밥도 먹고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요.”
그렇지만 앨범을 낸다는 이야기는 준비가 거의 다 끝날 때까지 조관우에게 하지 않았다. 녹음이 끝날 무렵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된 조관우가 “앨범 낸다며? 도와줄 것 있으면 말 해” 하기에 “괜찮다, 없다”고 대답했다고.
“첫 앨범만큼은 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음에는 조언도 청하고 도움도 받으려고 해요.”
혼자 힘으로 앨범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이혼 후 “이제 나를 위해서 멋지게 살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가수로 데뷔할 용기는 없었던 것. 이것저것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는 와중에 경험도 없이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하나, 자격증이라도 따러 다녀야 할지 걱정이 많았는데 하루는 언니가 이런 말을 해주는 거예요. 너는 음악한다고 준비할 때가 가장 밝고 생기가 넘쳤는데 거기서 길을 찾아야지 왜 엉뚱한 걸 하려고 하냐고요.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고민을 접고 음악에 올인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때까지도 작사, 코러스 등을 간간이 맡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뛰어들 용기는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해서 하기 위해서는 확실히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그 뒤 앨범을 내기 위해 제작사 몇 군데를 돌아다니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음악계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은 훨씬 냉담했다.

음악시장이 안 좋다며 모두 말렸지만 후회 없는 인생 위해 가수 도전
조관우와 이혼 후 서른여섯 살 늦깎이로 가수 데뷔한 장연우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차가울 줄은 몰랐어요. 제가 무슨 대 히트곡을 내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가수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요즘 음반시장이 한때 잘나갔던 가수들도 고전하는 상황인데 왜 무모하게 나서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가는 곳마다 들었다. 그저 음악하는 동네 언저리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충고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았어요. 가수로 데뷔하는 데 제 나이가 많다고 하지만 앞으로 살 날 중에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잖아요.”
그의 ‘한 번 한다고 결심하면 하고 마는’ 성격을 아는 가족들만이 응원을 보내준 것 외에는 곡을 주겠다고 나서는 작곡가도 없었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해도 “뜨지도 못할 텐데 아깝게 곡을 왜 주냐”는 식이었다. 결국 직접 곡을 만들기로 했다. 작업실을 하나 얻어 1년 동안 공부하며 곡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자작곡 ‘뚝’ ‘하루만 더’ ‘MAGIC’ 등의 곡을 들고 나오자 음반을 만들자는 프로듀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녹음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자신이 없어져 자꾸 녹음을 미루며 두 달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다른 가수에게 곡을 넘겨주려고도 했어요. 그러다가 ‘일단 녹음을 해보고 정 못하겠으면 다른 가수를 구해보자’는 설득에 비로소 녹음을 시작할 수 있었죠.”
지난해 11월에 나온 그의 싱글 앨범 ‘노 모어 블루’의 타이틀곡 ‘뚝’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이제 그만 뚝 그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애절한 가사를 잔잔한 왈츠 리듬에 얹은 발라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제 나이를 한 번도 의식한 적 없었는데 서른여섯 살에 가수 데뷔를 하니 나오는 기사마다 ‘농익은’이니 ‘늦깎이’니 하는 수식어를 붙여주네요.”
하지만 그는 스무 살 어린 나이가 아닌, 지금 데뷔하게 된 것이 어쩌면 더 잘된 일이라고 말한다.
“매사에 신중해지고 생각의 폭이 넓어진 걸 느껴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욕심도 많이 없어져서 편해요. 서른여섯이라는 나이는 새 출발을 하기에 결코 늦지 않은, 좋은 나이 같아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아무개 가수의 전처라고 부르기보다 가수 장연우로 기억해줄 날이 오기를 기대하지만 그마저 욕심이라면 마음을 비우겠다”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의 성숙함이 그 자신은 퍽 마음에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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