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7

쌍둥이 딸들과~ 즐거운 봄 나들이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2007. 05. 08

넘치는 에너지를 잠재우지 못하는 쌍둥이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선 조인직 기자.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며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나들이 장소와 나들이가 200% 즐거워지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쌍둥이 딸들과~ 즐거운 봄 나들이

온 가족이 함께 분당 중앙공원으로 봄 나들이를 나왔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아용 왜건은 나들이의 필수품!


바야흐로 봄이다. 황사가 요동치는 날만 아니라면 엄마·아빠는 물론 아이들까지 모두 봄 나들이의 유혹을 느끼게 된다. 봄 나들이야말로 실내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따스한 햇살과 자연,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겨울이 지났건만 그동안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비슷했다. 급격한 일교차 때문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때, 비가 오거나 먼지가 많던 날, 다른 여건은 다 괜찮은데 아이들이 감기 걸려서 못 나갔던 날 등을 떠올려보면 기회가 왔을 때 게으름피지말고 실외로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학습하는 나들이
“세 살 이전에 아이들의 언어·인지 능력 개발이 거의 완성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육아서적들을 보다보면 이따금씩 가슴이 철렁한다. ‘다음달이면 쌍둥이들이 두 돌인데 여태까지 난 아이들에게 뭘해주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나들이가 효과적인 것 같다. 열심히 실내에서 갈고 닦은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화끈하게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부터 우리집 발코니 창에 과일과 식물, 동물의 그림과 이름이 달려 있는 그림판을 붙여놓았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손으로 짚으며 단어를 반복해주면서도 ‘얘네가 잘 알아듣긴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런데 며칠 전 봄 나들이에서 생각지도 않게 유정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마치 ‘심봤다’는 듯한 표정으로 ‘꼬’ ‘꼬’ 소리를 반복했다. 집에서는 불고기를 보고도 ‘꼬’라고 하고 TV가 꺼졌다는 상황묘사도 ‘꺼’라고 하기 때문에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다음 순간 유정이 옆에 활짝 핀 목련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벅찬 미소를 짓게 됐다. 집에서 보는 그림판 속의 꽃은 모양도 다른 노란 꽃이었는데, 흰 꽃을 보고 응용력을 발휘하다니. 이렇게 사소하다 못해 일상적인 순간에도 기분이 좋아지니 나중에 커서 시험이라도 잘 보면? 아… 난 그래도 아빠니까 적당히 자제해야겠다.
아무튼 이런 순간에는 나도 신이 나서 “그건 꽃 중에서도 목련이라고 하고” “저기 노란 건 개나리, 빨간 건 진달래” “요건 벚꽃이네”라는 말들을 강조해서 들려준다. 다음번엔 왠지 구분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가득 담아서.

쌍둥이 딸들과~ 즐거운 봄 나들이

여유롭게 물 위를 떠다니는 오리를 구경하는 민정이와 유정이. 엄마 아빠가 일러주는 오리 울음소리를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 공원 이곳저곳을 둘어보며 신기해하는 유정이에게 나무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는 엄마. 그림책에서 보던 들꽃을 직접 만지고 향기를 맡으며 즐거워하는 민정이. (왼쪽부터 차례로)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베스트 나들이 장소
봄 나들이 장소로는 어디가 좋을까. 집 앞 공원이든 교외든 부모들이 선호하는 공인된 장소가 역시 좋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가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안 가느니만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 아침 9시 전에 출발해 약간 이른 점심을 현지에서 먹고 1시 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나은 것 같다.
내 경험상으로 좋았던 곳은 광장동 워커힐호텔 위쪽에 있는 레스토랑 피자힐 주변 공터, 분당 중앙공원과 탄천, 용인 에버랜드, 화성의 남양성모성지, 천안의 독립기념관 등이다. 워커힐호텔에는 다양한 꽃들이 펴 구경하기 좋고 레스토랑인 피자힐로 올라가는 길은 차들의 통행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애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중앙공원은 물가 오리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무엇보다 평지가 많아 유모차 없이 애들을 마냥 걷게 해도 큰 걱정이 없다. 하지만 10시만 지나면 조깅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의 행렬이 쏟아지므로 그 점을 미리 염두해 둬야 한다.
에버랜드에서는 근거리에서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동물농장을 추천한다. 호랑이나 사자는 언덕 너머에서 볼 수밖에 없지만 새끼돼지나 미니 캥거루 등은 거의 30cm 밖에서 볼 수 있어 애들이 신나한다. 독립기념관은 정문 주변에 아스팔트이긴 하지만 평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두 명이 뛰어놀아도 시야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시간 풀어놓아도 마음이 놓이는 게 장점이다. 남양성모성지는 나무·풀·꽃·나비가 많고 사방이 푸르른 데다 완만한 오르내리막길이 있어 감성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키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찻길, 주차장과도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가볼 만하다.

기저귀·가제수건·물티슈·1회용 알코올 솜 등 꼼꼼하게 준비물 챙기기
쌍둥이 딸들과~ 즐거운 봄 나들이

기저귀·가제수건·물티슈·물통 등의 기본 준비물 외에도 요구르트, 두유 등의 간식을 준비해두면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떼 부리리는 경우 진정시키기가 한결 수월하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두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주 나가 버릇하니 ‘출격’을 위한 요령도 점점 쌓인다. 우리집의 경우 애들의 걸음마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몸 전체에 대한 ‘구속력’이 강한 유모차보다는 팔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엄마 아빠가 기동성 있게 본체에 아이들을 태우고 내릴 수 있는 유아용 왜건(인터넷에서 찾아볼 때는 ‘twin traveller’ 나 ‘toddler wagon’)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기저귀·가제수건·물티슈·물통·바람막이용 얇은 점퍼 1벌씩 등의 기본 준비물 외에도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떼 부릴 경우나 비상 상황을 대비해 몇 가지 아이템도 준비하는데 여태까지의 성과는 매우 좋았다. 요구르트, 두유, 한 번에 벗겨 먹일 수 있는 바나나나 귤 등의 과일, 1회용 치즈 등이 그 예다. 가방에 넣어도 잘 부스러지지 않는 유기농 건빵도 칭얼댈 때 하나씩 넣어주기 좋다. 약간 딱딱해 아이의 치아 건강에도 좋지만 먹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모가 더 좋아한다고 할까.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손바닥이 까질 경우를 대비한 1회용 알코올 솜도 몇 개씩 갖고 다니면 응급처치용으로 그만이다.
나들이만 나가면 몇 시간이고 정신없이 뛰노는 아이들, 카 시트에 태우면 더 놀자고, 안 타겠다며 몸을 구부려 버티지만 일단 태우고 나면 5분도 안 돼 곯아떨어진다.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할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말 그대로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이니.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경제부 등에서 7년여간 일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시사월간지 ‘신동아’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쌍둥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이제 ‘육아의 달인’이라는 애칭을 달고 산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