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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사랑과 희생의 가치 일깨우는 ‘접붙이는 농부’

2007. 05. 08

사랑과 희생의 가치 일깨우는 ‘접붙이는 농부’

장 프랑수아 밀레, 접붙이는 농부, 1855, 캔버스에 유채, 80.5×100cm,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일부를 잘라 연결하는 것을 접붙이기 혹은 접목이라고 합니다. 농촌에서는 수확량을 늘리거나 자라는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또는 병충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접붙이기를 하지요. 이때 뿌리를 남겨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나무를 대목, 과실 등을 얻으려 접붙인 나무를 수목이라고 합니다.
밀레는 접붙이기 하는 농부와, 이를 바라보는 농부의 아내와 아이를 그렸습니다. 자연의 힘을 빌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농촌의 부지런함이 잘 나타나 있는 그림입니다.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장면은 우리에게 삶에 대해 많은 깨우침을 주지요.
보통 접붙이기는 잘 성장한 대목에 어린 수목을 접붙이는 방법으로 이뤄지는데, 그것은 마치 부모가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과 같습니다. 부모는 스스로 뿌리가 돼 자식들이 좋은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지요. 농부의 아이가 어머니에게 폭 안겨 있는 모습이 바로 그런 사랑과 희생의 관계를 나타내 줍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동식물이든 사람이든 삶은 언제나 이전 세대의 희생으로 이어져왔음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부모자식 관계뿐만이 아니지요. 우리가 그 혜택을 크게 입고 있는 문명이나 예술, 지식, 기술도 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열심히 애쓰고 노력한 끝에 발달시킨 것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 노력과 수고 중에는 반 고흐처럼, 그림이 팔리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예술세계를 펼친 경우도 있고, 방사능 연구로 인류에게 새 길을 열어주었으나 방사선을 너무 많이 쬐어 고생한 마리 퀴리 부인의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개인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만큼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준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것이 고마운 만큼 우리도 후손들에게 훌륭한 것을 많이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밀레는 바르비종파에 속하는 화가입니다. 바르비종파는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이란 마을에 한 무리의 화가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면서 생겨난 이름입니다. 이 화가들은 근처의 퐁텐블로 숲이나 샤이 들판을 즐겨 그렸는데, 이들 덕분에 19세기 프랑스 풍경화가 크게 발달하고 인상파가 생겨나게 됩니다. 밀레는 숲보다는 농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즐겨 그렸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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