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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노동의 신성한 아름다움 담은 ‘이삭줍기’

2007. 05. 08

노동의 신성한 아름다움 담은 ‘이삭줍기’

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줍기, 1857, 캔버스에 유채, 83.5×111cm, 파리, 오르세미술관


너른 들판에서 세 여인이 이삭을 줍고 있습니다. 이삭은 곡식을 거둘 때 흘렸거나 빠뜨린 낟알을 말하지요. 자연이 우리에게 주신 먹을 것은 귀중하기에 함부로 내버려서는 곤란합니다.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은 그래서 거룩한 행동이지요.
여인들은 떨어진 이삭을 주워 자신들의 양식으로 삼을 겁니다. 밭 주인한테 모은 이삭을 돌려주지 않느냐고요?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저 여인들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여인들입니다. 옛날 프랑스의 바르비종에서는 농부들이 추수를 한 뒤 떨어진 이삭을 가난한 사람들이 주워 가지도록 했습니다. 아무나 가서 이삭을 주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관공서에서 허락한 사람만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림의 여인들은 관의 허락을 받아 이삭을 주울 정도로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밀레는 그들의 모습을 그저 불쌍해 보이게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적은 소득이지만 이를 위해 성실히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머리가 숙여집니다.
어떤 노동이든 노동을 하는 사람은 존엄합니다. 인간이 비루해지고 천박해지는 것은 힘겨운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 안 하고 큰돈을 벌려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은 그래서 못나 보입니다.
화가 밀레가 농민들을 사랑한 것은 농민들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지런히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나라마다 농부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과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우리가 몰라주어서는 곤란합니다. 땅이 가르쳐주는, 성실히 노력하고 애쓴 사람만이 그에 어울리는 보상을 받는다는 교훈을 함께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밀레는 지평선의 화가라 불립니다. ‘이삭줍기’뿐 아니라 ‘만종’ ‘양 치는 소녀’ 등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지평선이 많이 등장합니다. 땅과 하늘을 나누는 지평선은 하느님과 세상이 분리된 것을 나타낼 때가 많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한 농부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그 분리는 곧 무너지고 신과 인간이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밀레의 그림은 이야기합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
밀레는 프랑스 셰르부르 근처 그뤼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파리의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1849년 극심한 가난과 콜레라를 피해 바르비종으로 이주합니다. 그 뒤 죽는 날까지 농민들의 모습을 특유의 화풍으로 그렸습니다. 감동적인 밀레의 농민 그림은 ‘신과 성인이 등장하지 않는 종교화’라고도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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