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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랜만의 외출

올가을 큰딸 결혼 앞두고 연극 ‘친정엄마’ 무대 서는 고두심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04. 23

‘어머니’ 역할이 잘 어울리는 연기자, 고두심이 연극 ‘친정엄마’로 오랜만에 관객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연극 연습을 하다 6년 전 돌아가신 자신의 친정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그에게서 애틋한 사모곡 & 올가을에 큰딸 시집보내는 심정을 들었다.

올가을 큰딸 결혼 앞두고 연극 ‘친정엄마’ 무대 서는 고두심

중견 탤런트 고두심(56)이 7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다. 방송작가 고혜정의 동명 수필을 원작으로 하는 ‘친정엄마’에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를 연기하는 것. 그동안 ‘전원일기’ ‘꽃보다 아름다워’ ‘한강수 타령’ 등 숱한 드라마에서 엄마 배역을 맡아온 그는 이번 역할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7년 전 모노드라마 ‘나, 여자예요’를 하루 2회씩 두 달 동안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하도 고생을 많이 해서 한동안 엄두를 못 냈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다시 눈이 연극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오랜만에 관객과의 살아 있는 호흡을 느끼고 싶어서 용기를 냈어요.”
‘친정엄마’는 오직 딸과 가정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친정어머니의 이야기로, 한 푼 두 푼 모은 동전 꾸러미를 서울 유학길에 오르는 딸의 가방에 몰래 집어넣고, 그 딸이 시집간 뒤에도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시골에서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올가을 큰딸 결혼 앞두고 연극 ‘친정엄마’ 무대 서는 고두심

제주도가 고향인 고두심은 연극 속의 친정어머니와 실제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말한다. 자식들을 위해 굽은 허리를 하고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나물을 캐고, 때마다 소포로 보내주신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그는 “어머니의 손만 닿으면 산과 들에 난 풀도 훌륭한 반찬으로 변신해 상에 올라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에서도 다 구할 수 있는 음식을 왜 굳이 싸서 보내는가 싶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장만하신 어머니의 정성은 돈으로 절대 환산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비닐봉지도 항상 뭔가가 담겨져 있던 걸 재활용하셨는데, 가끔은 냄새나는 비닐봉지에 고사리며 제주도 산 보리 등을 싸서 보내시기도 했어요. 그걸 소포로 받아서 풀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죠. 봉지 하나하나의 매듭을 풀다 보면 어머니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거든요. 원래 제주도산 고사리가 유명한데, 어머니는 언제나 첫 번째로 따온 가장 보드라운 고사리를 자식들에게 보내셨어요. 그 정성을 잘 알기 때문에 저희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고사리 반찬만큼은 하나도 남기지 못하게 했어요(웃음).”

올가을 큰딸 결혼 앞두고 연극 ‘친정엄마’ 무대 서는 고두심

올 가을 큰딸을 시집보내는 고두심은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한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5년 정도 서울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 그는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아침마다 동네 어귀를 돌며 산책을 했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은 남의 집 대문 앞에 잠깐 앉아 휴식을 취하다가 집 주인의 눈에 띄어 차를 얻어 마신 적도 있다고. 하지만 그는 “어머니와 산책하는 걸 본 동네 사람들은 내가 꽤나 효녀인 줄 아는데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7남매 중 다섯째 딸로 비교적 어린나이에 철이든 그이지만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후회로 남는 일이 많다고 한다. 특히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한테 다정하게 대해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어머니의 유일한 취미활동이 아버지와 화투를 치는 거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같이 칠 사람이 없어서 많이 심심해하셨어요. 저라도 많이 쳐드렸으면 좋으련만 저는 체질상 화투가 맞지 않았어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니 화투를 많이 못 쳐드린 게 가장 후회되더군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은 아이들이 곰살맞게 굴 때가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어머니 살아계실 때 어깨라도 자주 주물러드리고 말벗이라도 돼드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요.”

“어릴 때 딸아이가 미운 짓 하면 ‘꼭 너 닮은 딸 낳으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막상 딸이 커서 시집을 간다니 서운해요”
평생 어머니를 자신의 인생의 거울로 삼아왔다는 고두심. 그가 올가을에는 곱게 키운 큰딸을 시집보내 드디어 ‘친정엄마’가 된다. 한 살 연상의 회사원과 결혼하는 딸은 미국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다. 아직은 사위를 맞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그는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다”며 “그동안 자식 출가시키는 일은 남의 집 이야기로만 알았다”며 웃었다.
“지난 설은 제주도에서 보냈는데 아침에 전화가 한통 걸려왔어요. 갑자기 ‘어머님’ 하는데 깜짝 놀라서 ‘누구세요?’ 했더니 사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직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만날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딸아이가 어느덧 시집갈 나이가 됐다는 것도 믿기지 않고요. 어릴 땐 아이가 미운 짓 할 때마다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하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는데 막상 그랬던 딸이 시집간다고 하니까 서운하기도 해요.”
그는 평소 자신이 인자한 어머니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삶에서나 연기에서나 엄마의 역할이 가장 힘들다는 것. 그는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힘든 게 엄마 역할인 것 같다”며 “어머니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오랜만에 사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원래 한복이 참 잘 어울려요(웃음). 젊은 시절에는 드라마를 통해 조선왕조 오백년사를 모두 연기했는데, 15년 가까이 사극을 한 적이 없다 보니 제가 사극에는 안 어울릴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시청자들에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 연극에서 주인공을 도맡으며 연기자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두심. 아침마다 집 근처에 있는 북한산에 오르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훗날 노년은 고향인 제주도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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