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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빠’되는 가수 한대수 부부생활 & 태교법

기획·송화선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4.20 16:21:00

한국 최초의 싱어송 라이터 한대수. 올해 육순인 그가 오는 6월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한대수를 만나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되는 즐거움에 대해 들었다.
‘늦둥이 아빠’되는 가수 한대수 부부생활 & 태교법

아내 옥사나가 임신을 하자 행복감 못지않게 책임감도 느낀다는 한대수.


가수 한대수(60)가 아빠가 된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육순인 그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있었느냐”는 인사말조차 생략한 채 “아내가 임신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바로 호탕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그리 됐어요. 옥사나가 아이를 가졌고, 6월에 낳을 겁니다. 아유, 말하면서도 창피해 죽겠네. 남들은 할아버지 소리 들을 나이에 아빠가 된다니 말이에요.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찌 세상에 들통이 났는지 몰라요, 허허.”
들뜬 목소리 너머로 환하게 웃고 있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더 많은 얘기를 듣기 위해 직접 만난 날, 첫눈에 들어온 것도 바로 그 환한 웃음이었다.
“아내의 배가 불러오지만 아직도 아빠가 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짜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그 얘기는 “난 지금 정말 행복해요”라는 말로 들렸다.
한대수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기 바쁘다고 한다. 그럴 때면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르지만 행복한 표정만은 감춰지지 않는다고. 그가 이처럼 감격스러워하는 것은 이 아이가 그의 생애 첫 자식이기 때문이다.
한대수는 20대 초반 결혼한 첫 번째 아내와 20여 년간 함께 살다 이혼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긴 결혼생활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내심 “내 인생에 아이는 없는 모양”이라고 체념했다고 한다.
그가 지금의 아내 옥사나(38·몽골계 러시아인)를 만난 것은 지난 92년. 이혼 뒤 뉴욕에서 독신으로 살고 있던 시절, 친구의 아파트에 들렀다가 우연히 옥사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보다 스물두 살 연하인 옥사나는 한 패션 부티크에서 전속모델로 일하며, 대학 졸업 뒤에는 국제증권회사 입사가 예정돼 있던 재원이었다. 하지만 만난 지 두 달 만에 프러포즈하는 한대수의 저돌적인 사랑 앞에 옥사나는 미래 계획을 바꿨고,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그때 이미 저는 40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딱히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인간의 삶이라는 게 늘 고통의 연속인데, 자식을 낳아 그걸 물려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처음엔 그런 제 생각에 동의하던 옥사나가 나이 들수록 자꾸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나름대로 노력하는 눈치였지만 잘 안됐죠.”

“아이가 태어날 6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늦둥이 아빠’되는 가수 한대수 부부생활 & 태교법

그런데 이들 부부가 아이에 대해 포기할 즈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가을, 아내가 몸이 아파 병원에 갔다가 소변검사를 했는데 임신 중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둘 다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재차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까지 했다고. 결과는 틀림없는 임신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아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저요? 아, 물론 저도 기뻤죠.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요. 아내가 임신한 후부터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고,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평소 “살 만큼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러나 이젠 아이를 위해 살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제가 일흔 살이 넘어야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더라고요. 부모 된 도리를 다하려면 결혼하는 것까지는 못 봐도 최소한 성인이 되는 것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늘 장난기 가득한데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의 얼굴에 비장함이 묻어났다. 그는 요즘 아빠가 된다는 행복함 못지않게 그에 따른 책임감 또한 느끼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대수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9평 남짓한 서울 신촌의 오피스텔. 집은 간단하게 식사하고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믿는 한대수의 ‘히피적인’ 생각 덕에 이들 부부는 그동안 침대와 작은 책상, 그리고 간단히 음식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그릇 정도만 소유한 채 자유롭게 살아왔다. 침대와 책상을 제외한 공간에는 빼곡히 옷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의 집은 손님이 오면 서로 포개 앉아야 할 만큼 비좁다. 한대수는 “지금껏 한 번도 이 공간에 불만을 느낀 적이 없는데, 이제는 좁은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아내의 임신이 제 인생관을 바꿔 놓았어요.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삶의 최우선 순위가 배 속의 아기가 돼버리더라고요(웃음). 요즘엔 가끔 과거의 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니까요.”
그가 요즘 간절히 바라는 건 아이가 건강히 자라는 것.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서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코끝이 찡해지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한대수는 아이의 이름도 ‘양호’라고 미리 지어두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이 이름을 붙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시험 성적이 좋을 때 ‘어, 성적이 양호하게 잘 나왔네’라고 말하잖아요. ‘양호’라는 게 딱 ‘좋다’는 뜻이죠. 우리 아이의 삶이 ‘양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이름을 지었어요. 어때요, 제가 지은 이름이 썩 양호하지 않나요?(웃음) 아내도 발음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좋다며 흔쾌히 동의했어요.”
요즘 그의 아내 옥사나는 태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만 들으며 아이와 만날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대수도 시간 날 때마다 배 속의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며 태교에 동참한다고 한다. “태교란 엄마와 아이가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한대수는 “요즘 아내의 배에 손을 얹고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집에 들어가면 언제나 옥사나 배를 어루만지면서 양호에게 이야기를 건네요. ‘오우, 양호야 잘 있었어? 아빠, 나갔다 지금 들어왔어.’ 그러면 배 속의 아이가 아빠 말을 알아듣는지 발길질을 하곤 해요. 아, 그때의 그 감동을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게 안타깝네요. 얼마나 신기하고 황홀한지 몰라요. 아빠가 된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인 것 같아요.”
아빠가 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행복을 모른 채 이 세상을 떠날 뻔했다고 고백하는 한대수. “어서 빨리 6월이 와서 ‘양호 아빠’로 불리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왜 이렇게 시간이 더디 흐르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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