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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치유하는 그림그리기 A to Z’

장영옥 미술치료교사가 들려주는~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장영옥 제공

입력 2007.04.19 10:41:00

왕따, 학교폭력, 학습부진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미술 치료를 통해 이런 아이들의 ‘마음의 병’을 고쳐주고 있는 장영옥 교사를 만나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미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마음의 병 치유하는 그림그리기 A to Z’

“아이들에게 그림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색칠하며 재미있게 놀아요. 이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자유죠. 마음껏 칠하고, 자르고, 이어붙이고, 주물럭거리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저절로 아이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게 됩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장영옥 교사(59)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아이들을 치료하는 미술 치료 전문가다. 그는 왕따, 학교폭력 피해, 우울증, 학습부진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인 ‘미술치료반’을 맡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장 교사가 말하는 자신의 지도 방식은 ‘자유미술’.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현직 교사로 일하다 한동안 학교를 떠나 화가로 활동하며 체험적으로 익힌 교육법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풀어놓고, 그리든 만들든 오리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이다.
“아직 사춘기도 안 된 아이 마음속에 무슨 응어리가 있겠어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요즘 아이 열 명 가운데 한 명 정도는 알게 모르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소극적이고 우울해지거나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이들을 치료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해주는 게 바로 ‘자유미술’이죠.”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것’. 듣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실천은 쉽지 않다. 장 교사는 “이 교육 방식을 사용할 때는 아이에게 자유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정말 자기 멋대로 하면 엄마는 참기 힘들어요. 예를 들면 오리기 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놓고, 가위로 돈을 오릴 수도 있거든요. 그런 상황이 생기면 엄마들은 열이면 열 갑자기 화를 내며 하던 일을 못하게 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황하고 ‘마음껏 하래놓고 왜 저러지’ 하면서 불만을 품게 됩니다.”
장 교사는 “그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를 혼내는 것이 아니라 오려도 되는 다른 재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 앞에서 놀라고 화가 난 마음을 표현하면 안 돼요. 다른 걸 주면서 마음껏 오리게 한 뒤 천천히 ‘네가 돈을 오려서 엄마가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며 왜 그걸 오리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거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면 아이는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는 가치 판단을 하지 말고 솔직한 느낌을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하늘을 온통 까맣게 그렸다면 “다른 아이들은 파란색으로 하늘을 그리는데 너만 왜 검정색으로 그렸니”라고 말하는 대신 “하늘이 검정색이구나, 깜깜한 밤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이는 설령 자신이 그린 것이 밤이 아닐지라도 상처를 받지 않고 왜 검정색으로 그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거나 꾸중을 받게 되면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고.
장 교사는 과도한 칭찬도 꾸중이나 가치 판단만큼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칭찬을 받은 아이는 다음에도 또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가장 좋은 건 아이가 마음껏 그리고 만드는 모습을 지켜본 뒤 ‘아, 그래서 이렇게 한 거구나’ 하고 이해해주는 거예요.”

아이에게 맘껏 그리고 만들게 하면 마음의 벽 허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가져
‘마음의 병 치유하는 그림그리기 A to Z’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장영옥 교사와 미술치료반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


아이가 미술 안에서 마음껏 장난치고 노는 것에 흥미를 느끼면, 다음에는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가 그 주제에 대해 그리는 것을 거부할 경우 강요하면 안 되지만, 자연스럽게 아이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고.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책을 읽은 뒤 그 내용에 대해 그림을 그려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인전을 읽은 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서 그려보자고 제안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아이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위인전을 흥미있게 읽게 되고, 그림에도 더 재미를 붙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 경우에도 아이의 상상력과 자율성을 가로막으면 안 된다는 것. 장 교사는 “자유미술의 핵심은 아이가 갖고 있는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하라’는 대명제를 결코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미술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학교에서 미술에조차 정답을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새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모든 아이들은 똑같은 초록색을 떠올리죠. ‘연 만들기’를 하라고 하면 모든 재료가 준비돼 있는 포장 세트를 문구점에서 구입해 조립만 해요. 그런 식으로 아이들의 상상력이 점점 정형화된 틀에 갇혀버리면, 미술은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되죠.”
장 교사는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어려워하면 엄마가 옆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가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 정도로만 여기며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함께 전시회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아이는 늘 접할 수 있는 것보다는 우연히 접하게 된 단 한 번의 경험을 더 강하게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으므로, 가끔 한 번씩 미술관을 찾아 아이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겨주는 게 좋다고.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때 자기가 느낀 인상을 잊지 않고 자신의 그림에 적용한다고 한다.
장씨가 학교에서 자유미술을 시도한 건 지난해부터. 그는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자주 결석을 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그림을 가르쳤는데, 캔버스가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고,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이 아이들의 작품을 모아 서울 청담동의 자그마한 화랑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만약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함께 그림을 그리세요. 시간을 정하거나 주제를 강요하지 말고 자유롭게요. 자유미술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교육법입니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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