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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연기로 웃음 주는 드라마 ‘주몽’ 감초 조연 권용운·김효선 부부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3.21 11:22:00

대학 재학 시절 부인 김효선씨와 클래식 음악감상실에서 만나 3만원짜리 월세방에 신접 살림을 차렸다는 권용운. 그가 남다른 아내 사랑과 아들에게 생리대를 차보게 하며 여자 몸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등 열린 교육법에 대해 얘기했다.
코믹 연기로 웃음 주는 드라마 ‘주몽’ 감초 조연 권용운·김효선 부부

개성 있는 연기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탤런트 권용운(41). 동갑내기 부인 김효선씨와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그는 공기 좋고 물 맑은 경기도 덕소에 산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옥 스타일의 대문과 창호지문. 현관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한옥 스타일로 꾸민 그는 대문에 걸어놓은 시래기 묶음을 가리키며 “정월 대보름 때 나물 요리에 사용할 것”이라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베란다를 개조해 만든 대청마루에는 햇살이 가득 들어와 푸근한 시골집 향취가 느껴졌다.
오후 3시, 뒤늦게 나타난 그의 부인 김효선씨는 직장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집에 오는 길이라고 했다. 김씨는 두 아이가 함께 다닌 중학교에서 2년 전부터 급식 일을 하고 있다고.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급식 조리사를 뽑은 적이 있는데, 어느 날 큰딸 서희(16)가 지원서를 받아왔더라고요. ‘급식이 너무 맛이 없다’면서 엄마가 밥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어요.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집에서 지은 것 같은 밥을 해주면 좋겠다 싶어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되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라도 해주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어요(웃음).”
김씨의 요리솜씨는 만인이 인정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더라도 집에 있는 재료로 한식 코스 요리를 척척 만들어낸다고. 한식요리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데, 된장·고추장은 물론이고 여름에는 오이지, 겨울에는 동치미를 직접 담가 먹는다고 한다.

코믹 연기로 웃음 주는 드라마 ‘주몽’ 감초 조연 권용운·김효선 부부

권용운은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부모 먼저 열린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가기 싫다는 아들에게 가지 말라고 했더니 다음 날은 새벽같이 학교에 가더군요”
권용운 가족이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삶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흙과 나무를 만지게 해주고, 패스트푸드보다는 집에서 만든 토속음식을 먹이는 것. 또한 주말이면 가족끼리 테니스, 배드민턴을 치고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 다니면서 생활의 여유를 찾는다고 한다.
“남편이 워낙 장난기가 심해서 아이들이랑 노는 거 보면 웃음이 절로 나요.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숨겨둔 비상금을 가지고 달아나다가 걸려서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해마다 정월대보름에는 아파트 뒤편 공터에 나가 아이들이랑 깡통을 돌리면서 쥐불놀이도 하고, 달을 쳐다보면서 소원도 빌어요.”
권용운의 자녀교육은 ‘자유방임형’에 속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고, 학원도 스스로 가겠다고 할 때만 보내준다고 한다. 둘째 우재(15)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는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며 하루 종일 아이가 집에서 빈둥거리도록 내버려둔 적이 있다. 결국 아이는 그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에 갔다고 한다. 친구들도 없이 혼자 집에 있어봤자 심심하기만 할 뿐 좋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직접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가 강요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인 김씨는 아이들에게 ‘엄마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엄마가 직접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특히 둘째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 시험 때마다 스케줄을 짜주며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초등학생도 아닌 중학생을 가르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김씨는 수학공식까지 다시 외우며 아이 교육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큰아이가 본 책이 저한테는 훌륭한 교재가 돼요. 워낙 필기를 잘 해놔서 여느 참고서보다 낫거든요. 둘째 공부를 가르칠 때 큰아이 교과서를 보고 하면 이해가 잘돼요. 지금까지 큰아이가 공부한 책은 한 권도 버리지 않았어요. 사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을 많이 다니지 않아서 예습보다는 복습 위주로 공부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배운 내용만 잘 숙지해도 학습능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 부부의 자녀교육법에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바로 성교육. 권용운 가족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네 식구가 함께 목욕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건전한 시각으로 이성을 바라보고 인체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성에 대해 한창 민감할 나이이지만 부모의 성교육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 몇 년 전에는 아들에게 하루 동안 생리대를 착용하게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아이에게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줘야 하는 이유, 아이를 갖는 여자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를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딸에게도 여자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성관계를 원치 않을 경우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것을 일러뒀다고 한다. 아들이 중학생이 돼서는 콘돔 사용법도 알려줬는데, 아이의 엄지손가락에 콘돔을 직접 껴보게 한 뒤 피임의 중요성, 올바른 피임법을 들려줬다고.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볼 때 갑자기 야한 장면이 나와도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끄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그 상황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고. 최근에는 영화 ‘왕의 남자’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동성애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한다.

“성교육 일찍 받은 아들, 또래들이 즐겨 보는 ‘야동’이 재미없대요”
코믹 연기로 웃음 주는 드라마 ‘주몽’ 감초 조연 권용운·김효선 부부

“남편이 개방적이어서 성교육을 할 때도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설명을 잘해줘요. 성교육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행히 둘째가 진지한 태도를 가져서 고맙죠. 딸아이도 동생이 생리대를 착용하는 걸 보고 ‘빨리 해봐. 얼마나 불편한지’ 하면서 재미있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이들이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둘째 아이 얘기를 들어봐도 남자아이들끼리 모여서 ‘야동(야한 동영상)’을 볼 때도 자기는 재미가 없어서 안 본대요. 친구들한테 자기는 집에서 엄마아빠랑 같이 본다고 하면 친구들이 다 놀란다고 해요(웃음).”
성격이 활달한 큰아이는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가 더 많고, 부끄러움이 많은 둘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짝사랑해 온 여자아이가 한 명 있다고 한다. 엄마 친구의 딸인데 둘이 생일이 비슷해 같이 생일파티를 열어준 것이 계기가 돼 그때부터 좋아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자아이는 그때 친구들에게 ‘약혼식’이라고 놀림을 받은 게 상처가 돼 지금까지도 아들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언제쯤 아들의 마음이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동갑내기 부부답게 친구처럼 다정해 보이는 권용운·김효선 부부. 두 사람은 85년 클래식 음악감상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처음 만났다. 권용운은 음악감상실의 DJ였고, 김씨는 홀에서 서빙을 맡고 있었는데, 정식으로 사귀자는 제안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던 권용운은 매일같이 김씨를 학교로 데리고 가 데이트를 즐겼고, 김씨 역시 신세계에 온 듯 자유분방한 학교 분위기를 무척 좋아했다고.
“사실 처음 만났을 때 제가 남편한테 반했어요. 부스스한 파마 머리에 부리부리한 인상이 남자답고 멋있게 느껴졌거든요(웃음). 처음에는 남편이 다른 여자들과 말하는 것만 봐도 질투가 났어요(웃음).”
서로가 첫사랑인 두 사람은 스물다섯 살 되는 해 동거를 시작했다. 권용운이 공연하고 있던 소극장으로 김씨가 짐을 싸서 찾아간 것. 옷가방 하나와 작은 버너, 냉장고까지 사들고 나타난 김씨는 권용운이 살고 있던 3만원짜리 달동네 월세방으로 들어가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양가에 결혼 얘기도 꺼내지 못한 채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은 첫아이를 임신하고 나서야 시집에 처음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남편은 집에서 도움받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걸 다 알고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불평을 하지 않았어요.”
“내 가정은 내 힘으로 돌봐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어요. 물론 저 때문에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면 정말 미안하죠. 연극을 하느라 돈벌이를 거의 하지 못했을 때 임신한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을 해야 했고, 없는 살림에 결혼식도 올릴 수 없어 5년이 지나서야 예식을 올릴 수 있었어요.”

3만원짜리 전세방에 살던 시절, 유흥업소 아가씨들 빨래해주며 생활비 번 아내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아내는 첫째를 낳고 부업으로 유흥업소 아가씨들의 옷을 세탁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업소 주방장으로 일하던 동네 아주머니의 소개로 시작하게 됐는데, 손바닥만한 방에 빨래를 다 널고 나면 아기가 누워 있는 공간 하나만 남았다고. 둘째를 임신하고는 5만원짜리 월세방으로 옮겨갔는데 그곳에서도 김씨는 양말을 뒤집는 부업을 시작했다. 먼지가 가득한 방에서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이고 일하느라 얼굴은 언제나 부어 있었고, 큰아이도 그때 처음 비염 증상이 생겼다.
“달동네에 살았지만 저희 부부는 언제나 당당했어요.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하지만 큰아이가 아기였을 때 영양 부족으로 다리가 휘는 걸 보고는 참 많이 울었어요. 아내가 매일 아이의 다리를 주무르면서 마사지를 해줬죠.”
권용운은 연년생으로 둘째가 태어나자 ‘더 이상 내 욕심만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 연극 무대를 떠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니던 회사가 며칠 만에 부도가 나는가 하면, 또다시 들어간 회사에서는 이유 없이 해고를 당했다. 아무리 잘 하리라고 다짐해도 현실은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트럭 운전, 공사장 막일, 연탄배달 등 일용직으로 돈벌이를 시작한 그는 형편이 조금 나아진 93년 영화 ‘투캅스’에 출연하면서 드디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CF에도 출연하게 됐는데, 당시 채시라와 함께 나온 통신사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여러 CF로 목돈을 벌었다. 결혼식도 그 즈음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저도 있는 것 같아요. 연극한다고 돈 한 푼 벌어다주지 못했을 때 아내는 한 번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좋아했고, 언제나 용기를 북돋워줬어요. 저와 아내는 ‘바람과 나무’ 같은 사이에요. 바람은 혼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나무의 흔들림으로 존재감을 알 수 있잖아요. 저 역시 아내가 있음으로 해서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는 그는 달동네 시절부터 써온 글을 묶어 책으로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글의 장르는 시, 수필, 콩트 등 다양한데 소소한 일상에서 느낀 단상들이라고. 그는 “더 나이 먹으면 산골로 들어가 아내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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