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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하버드대 보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헤어 & 메이크업·헤어뉴스(02-797-6195)

입력 2007.03.20 18:07:00

‘사교육의 중심’ 대치동에 살면서도 고액 과외에 의존하지 않고 두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그가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성취동기를 북돋우는 자녀교육 비결을 들려주었다.
딸 하버드대 보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서늘한 인상, 일곱 살과 두 살 배기 어린 자녀들을 떼놓고 뒤늦게 유학길에 올라 박사학위를 받은 강한 성격에 국회의원 배지가 주는 무게감까지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52)을 만나러 가는 길은 별로 가볍지 않았다.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열어본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 이름은 ‘공감’. 그곳에 그는 “그 사람의 가죽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기 전까지 절대로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인디언 속담을 소개해놓고 있었다.
그를 만나자 가장 먼저 정장 스타일의 굽이 낮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차마 “신어보자”는 말은 못하고 대신 그와 함께 국회 의원회관을 산책했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인 그의 걸음은 빠르고 경쾌했다.
진 의원은 걸음걸이처럼 바쁜 삶을 살아왔다. 남들보다 2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직하던 78년 선배 김재원 교수(58·한양대 경제학과)와 스물세 살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이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와 일리노이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하며 공부하며 두 자녀를 키웠다. 특히 그는 강남 대치동에 살면서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를 키워 명문대에 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딸 유진씨(26)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 중이고 한양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아들 현진씨(21)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처음 저희가 대치동에 집을 마련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지 않았어요. 90년대 중반 입시학원들이 들어서고 학생들이 몰리면서 갑자기 사교육 붐이 일기 시작했죠. 주변에서는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경제력이 아이의 경쟁력이니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라는 조언을 많이 했지만 못들은 척했어요. 학교에는 아들이 중학교 3학년때 학생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딱 한번 찾아갔어요. 아이들 공부는 남편이 붙들고 앉아서 가르쳤고 부족한 부분은 학원 과외로 보충했지만 비싼 입시학원에 보내거나 예능교육을 시킨 적은 없어요.”
공부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더 큰 세계를 찾아 늘 도전하고 연구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산 교육이 됐다. 88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진 의원은 미국 유학을 떠났다.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유학길에 오른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에 도전해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아이들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성취동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시행착오 겪으며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었어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딸의 일기장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매일 아침 딸이 친구 집에 들러 학교에 갔는데 그 집 엄마가 머리를 예쁘게 땋아주는 게 부러웠다고 일기장에 썼더라고요. 우리 딸 머리는 관리해줄 사람이 없어 항상 짧은 커트였거든요. 딸에게 많이 미안했지요. 하지만 딸이 유학을 결심하며 저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하더군요. 요즘 부모들은 똑똑하다 보니 아이들을 완벽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는데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자기만 알던 아들 녀석도 대학에 진학해 여러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더니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어요. 지난해에는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죠.”

딸 하버드대 보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

진수희 의원은 남편 김재원 교수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딸 유진씨 대학 졸업 당시 가족 사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데 관심이 많아 지난해 촌지를 준 학부모와 받은 교사를 모두 처벌하자는 취지의 ‘촌지 근절법’을 발의하기도 했던 그는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수준도 사교육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해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학교가 학원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많지만 입시제도를 인정하고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교육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95년 민자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정치와 인연을 맺은 진수희 의원은 사회·여성·노동 분야에서 정책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전국구 배정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그는 무엇보다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서왔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유학을 했던 경험으로 인해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국회의원이 된 직후 ‘배우자 출산휴가제’를 발의했다. 아내가 출산했을 때 남편에게 7일간 유급휴가를 주는 게 그가 발의했던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입법과정에서 유급휴가가 3일로 축소돼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제가 유학하는 동안 아이들은 여러 형태로 키웠어요. 시동생 내외가 함께 살며 보살피기도 하고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을 맡기도 했죠.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는데 어쩌다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땐 남편이 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도 했대요. 체계적인 보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됐겠죠.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도 보육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으면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는 엄마가 아이를 볼 수 없는 경우 일차적으로 핏줄인 친정부모, 시부모에게 육아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데 그 역시 바람직하지 않아요. 국가가 나서서 안정적인 보육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남성들도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17대 국회 들어 여성 의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남성 주도적 경향이 있지만 세계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오히려 여성에게 적합한 면이 있다”는 그는 교육·육아·경제 등의 분야에서 변화,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을 잘 아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조절하는 사람이 ‘엄마’,‘아내’잖아요. 그런 여성의 갈등 조절 능력은 정치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해요. 또 세계적인 트렌드가 일상적인 삶과 정치를 연계시키는 ‘생활 정치’입니다. 여성의 경험이 정치를 하는 데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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