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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행복의 비결

“엄마와 아이 모두 환해지는 웃음 생활법”

청각장애인 아들 키우며 얻은 슬픔, 웃음으로 극복한 웃음치료사 권순해 제안!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3. 16

첫아들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힘들었던 권순해씨는 웃음치료를 통해 행복을 되찾았다. 지금은 웃음치료사로 일하며 아들은 물론 다른 이들에게도 웃음을 나눠주고 있는 권씨를 만났다.

“엄마와 아이 모두 환해지는 웃음 생활법”

환한 웃음으로 주위 사람까지 웃게 만드는 웃음치료사 권순해씨.


“건강에 좋은 웃음의 비결을 가르쳐드릴까요? 손을 입 앞에 놓고 ‘하! 하!’ 입김이 손에 느껴질 만큼 크게 웃으세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면 우리 몸에서 건강에 좋은 진동과 파장이 뿜어져나와 마치 운동을 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대구에 사는 권순해씨(38)는 웃음과 노래를 접목시켜 유쾌하고 신나는 강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웃음치료사.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의 웃음치료 시간에는 갖가지 악기 소리가 울려퍼지고, 색색의 스카프를 들고 돌리는 춤 솜씨 자랑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의 익살스런 표정과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껄껄 웃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권씨는 자신이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청각장애인인 아들 해준군(7)이 늘 마음속에 묵직한 아픔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이의 장애를 알게 된 건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나서였다.
“그때까지는 우리 아이가 일반 아이와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돌이 지나도록 말을 못하는 게 이상했지만, 주위에서 ‘원래 좀 늦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괜히 조바심 내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다’고 해서 기다리기만 했죠. 그러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해준이는 보청기로도 교정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청각 장애를 갖고 있었어요. 일반인의 청력은 30dB(데시벨)인데, 해준이는 왼쪽 귀가 80dB, 오른쪽 귀는 100dB이 넘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1년간 보청기를 사용해봤지만, 그동안 아이가 배운 단어는 ‘엄마’ ‘아빠’ 정도가 전부였죠.”

청각장애인 아들에게 말하는 방법 직접 가르치려다 스트레스만 쌓여
결국 해준이는 2003년 가을 한쪽 귀에 인공청각장치를 넣는 와우이식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이 수술을 받으면 귀 안에 장치된 조그만 고성능 컴퓨터가 외부의 소리를 미약한 전기로 바꿔 청신경을 자극한다. 그래서 고도난청환자라도 대뇌까지 자극이 전달돼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수술받은 사람의 나이, 지능, 소리를 들어봤던 경험 등에 따라 들리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며, 수술 후 들리는 소리 역시 일반인이 듣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들리는 소리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당되는 발성을 배우는 재활과정이 필요하다. 양쪽 귀를 다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 나머지 한쪽 귀에는 보청기를 끼웠다.
“수술을 시킨 뒤 어떻게든 해준이한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겠노라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피아노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아이 앞에 앉아 반복해 단어 공부를 시켰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와 스트레스만 쌓여갔다고 한다. 아이는 엄마에게 붙들려 힘겨운 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을 짜증스러워했고, 권씨 역시 아무리 연습시켜도 말이 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두 살 터울로 태어난 딸 해솔이(5)까지 돌보느라 그는 지치고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권씨가 웃음치료에 대해 처음 들은 건 그렇게 지내던 2년 전의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우리 피아노 학원 강사 가운데 한 분이 저한테 웃음치료에 대해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TV에서 누가 웃음치료 강의를 하는 걸 봤는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며, 원장님이 하면 훨씬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제가 아이들 가르치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나봐요(웃음).”

“엄마와 아이 모두 환해지는 웃음 생활법”

그는 난생 처음 들어본 ‘웃음치료’가 도대체 뭔가 싶어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찾아봤다고 한다. 눈앞에 자료가 주르르 펼쳐지는데, 하나하나 읽다 보니 문득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바로 웃음치료사 양성 학원에 찾아갔어요. 웃음을 배운다는 게 신기했지만, 일단은 저 자신이 웃을 수 있다는 게 좋았죠. 웃음을 통해 제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그때부터 전 거리낌 없이 세상에 해준이의 장애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거든요.”
‘웃음의 힘’을 알게 된 권씨는 다른 이들에게도 그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 웃음치료 강의를 시작했고, 1년 전부터는 한국웃음교육협회를 창립해 또 다른 웃음치료사를 길러내는 일도 하고 있다.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웃는 ‘랄랄라 웃기’, 혓바닥을 길게 내고 웃는 ‘헤헤헤 웃기’, 살을 빼고 싶은 부위를 두드리며 웃는 ‘다이어트 웃기’ 등 다양한 웃음법을 일러주며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 자신도 한층 더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그래서 웃음치료사가 되기 전부터 해온 피아노 학원 운영까지 병행하고 있지만 힘든 줄 모르겠다고 한다.
“원래 제가 에너지가 많아요(웃음). 피아노 학원만 할 때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두 아이를 저 혼자 키웠을 정도죠. 집과 학원이 가까워서 큰 유모차에 두 아이를 태우고 매일 같이 다녔거든요. 요새는 웃음치료 강의까지 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죠.”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남편 이전호씨(42)는 권씨가 외부 강연을 갈 때면 시간을 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해준이를 일주일에 두 번 특수언어치료학원에 보내고 병원에 데려가는 일도 두 사람이 함께 한다고.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해준이는 인지 능력은 자기 나이 또래 수준인데 언어 능력이 아직 한참 뒤떨어진다고 한다. 수술을 받은 뒤 듣는 것은 많이 좋아졌는데, 성격 자체가 조용한데다 말하기를 싫어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올 한 해 동안 언어치료를 꾸준히 시킨 뒤 아이 수준에 맞는 특수학교로 보낼 것인지, 아니면 일반 학교로 보낼 것인지 결정할 생각이라고 한다.
“내성적이고 마음이 여려 항상 조용한 아이를 보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해준이를 위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웃음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합니다. 웃음치료 강의 때 사용할 아이템을 개발하면 가장 먼저 해준이 앞에서 해주면서 아이를 웃기기도 하고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실천하는 웃음 생활법
웃음이 가득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는 사교성과 창의력이 높다. 유머 있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회도 얻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께 유머를 주고받으며 웃는 아이들은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함께 웃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웃으면 하루 종일 웃을 일이 생기고 인상을 쓰면 하루 종일 인상 찌푸릴 일이 생긴다”는 말을 아침마다 반복하며 무조건 함께 웃자.

아이에게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웃음마다 이름을 붙이자
박수치며 웃으면 머릿속 잠자던 세포가 깜짝 놀라 일어나 머리가 좋아진다고 말하며 이건 “머리가 좋아지는 웃음이야”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다른 웃음에도 각각 ‘엄마 잔소리를 멈추게 하는 웃음’ ‘몸이 건강해지고 키가 커지는 웃음’ 등의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아이를 야단치는 대신 웃음을 주자
아이가 말을 안 들어 꾸짖어야 할 때면 펜이나 손가락을 입에 물고 웃는 입 모양을 만들어 보여준다. 엄마가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데도 효과적이고, 아이 역시 혼날 상황에서 엄마가 참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웃음치료하며 나 자신이 웃고 아이도 웃게 할 수 있어 좋아요”
“엄마와 아이 모두 환해지는 웃음 생활법”

권씨는 색색의 스카프와 각종 악기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웃음을 이끌어낸다.


다행스러운 것은 딸 해솔이가 늘 밝게 웃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엄마가 오빠에게 신경을 쓰느라 충분히 돌봐주지 못하는데도, 해솔이는 귀엽고 씩씩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해솔이는 권씨가 가끔 “엄마한테 지금 웃음이 필요해”라고 말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품에 뛰어들며 자신을 웃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웃고 뒹굴고 나면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단숨에 풀린다고.
권씨는 그래서 피아노 학원에 오는 아이들과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작정하고 웃는 시간’을 만든다고 한다. ‘머리가 좋아지는 웃음’ ‘키가 커지는 웃음’ 등 웃음에 이름을 붙이고 “웃으면 머릿속 세포가 깨어나 머리가 좋아진다”거나 “웃으면 건강해지고 키도 쑥쑥 잘 자란다”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금세 신이 나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고.
“저는 다른 사람 앞에서 저를 소개할 때면 늘 ‘세상의 빛이 될 아이들, 이해준·이해솔의 엄마입니다’라고 해요. 아이를 애물단지라고 여기면 그 존재는 족쇄이자 무거운 짐이 되지만, 아이가 둘도 없는 보물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 되니까요. 생각의 전환, 그게 바로 웃음의 기본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면 좋은 웃음 게임
안마 게임 둥글게 앉아 사회자가 ‘1’ 하고 외치면 오른쪽 사람을 안마하고 ‘2’ 하면 왼쪽 사람을 안마한다. ‘3’ 하면 박수치기, ‘4’ 하면 간질이기 등으로 규칙을 정한다. 상황에 따라 점점 빠르게 혹은 점점 느리게 변화를 주면 더 재미있다.
상하모션 게임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한쪽이 양손을 위로 올리면 상대편은 내리고, 한쪽이 내리면 다른 쪽은 올리는 게임이다. 손을 밖으로 벌리면 안으로 구부리고, 안으로 하면 바깥으로 벌리는 등 무조건 반대를 찾아나가다 보면 웃음이 터져나온다.
스킨십 + 칭찬하기 게임 두 사람이 짝을 지어 한 사람이 상대방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당신 정말 예뻐” 하면 다른 사람은 상대방의 코를 잡으며 “당신 정말 귀여워”라고 말하고, 다시 처음 사람은 상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당신 정말 깜찍해”라고 하는 방식. 계속 서로를 만지며 칭찬거리를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함께 웃게 된다.
상하좌우 박수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서 노래를 부르며 한 사람은 상하로, 다른 사람은 좌우로 박수를 친다. 사회자가 노래 도중 ‘바꿔’라고 외치면 상하로 치던 사람은 좌우로, 좌우로 치던 사람은 상하로 동작을 바꾼다. 한쪽이 틀릴 때까지 템포를 조절해가며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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