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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출발

우울증 극복하고 ‘제2의 노래 인생’시작한 혜은이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잔디와 소나무

입력 2007.02.20 14:56:00

70~8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혜은이. 그가 1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그동안 남편 김동현의 사업실패, 어머니 작고, 자궁적출수술 등의 시련을 겪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그에게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가족이야기 & 우울증 극복기를 들었다.
우울증 극복하고 ‘제2의 노래 인생’시작한 혜은이

혜은이(53)가 1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번 음반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그의 팬클럽 회원들이 직접 작곡가에게 곡을 사서 선물했기 때문. 그는 지난 2002년 봄 인터넷 팬클럽 ‘열정’을 창단, 온·오프라인상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회원들이 어느 날 그가 운영하던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 찾아오면서 팬카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한다. 팬들은 그에게 몇번이나 음반 발표 제안을 하면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냐’고 물었고 그는 마지못해 요즘 작곡가들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그러자 그가 평소 라틴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팬들은 곧장 작곡가 추가열과 홍진영을 찾아가 노래 세 곡을 받아왔다고 한다. ‘여전히’ ‘난 네가 좋아’ ‘강해야 돼’ 3곡이 그것. 타이틀 곡 ‘강해야 돼’는 그의 바람대로 라틴풍 음악이다.
“지금까지도 저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시다니 그저 감사하죠. 요즘도 회원들끼리 자주 모임을 갖는데, 저도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해요. 그곳에서는 저도 여전히 스타거든요(웃음). 회원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저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책임감도 들어요. ‘이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너무 무책임하게 살았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요.”

우울증 극복하고 ‘제2의 노래 인생’시작한 혜은이

그는 11년 만의 음반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녹음을 마쳤다는 그는 음반이 나오고 활동을 시작하자 드디어 그동안 마음 한켠에 묻어두었던 용기가 다시금 샘솟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그동안 음악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것은 아니다. 새 음반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크고 작은 무대에 꾸준히 서왔고, KBS ‘콘서트 7080’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의 히트곡을 부를 기회가 종종 있었다. 더욱이 그는 2005년까지 3년 동안 경기도 미사리에서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면서 노래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고 한다.

“두려움도 컸지만 새 인생을 시작하는 지금 많이 설레요”
새 앨범을 발표한 요즘 ‘풋풋했던’ 신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는 혜은이. 오랜 공백기가 부담으로 다가온 그에게 많은 용기를 준 사람은 바로 남편 김동현(57)이다. 녹음실을 수시로 찾아와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그에게 몇 번이고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실어줬다고. 현재 KBS 사극 ‘대조영’에 출연하느라 일주일에 사나흘은 집에 들어오지 못하지만 시간이 날 때면 아내의 팬클럽 모임에도 참석할 정도로 외조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저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편 촬영장에 잘 안 가요. 결혼한 지 17년이 지났는데도 남편이 나오는 드라마는 여전히 쑥스러워서 둘이 같이 못 봐요(웃음). 이런 저와 달리 남편은 성격이 화통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저를 잘 이끌어줘요.”
10년 이상 동료 연예인으로 알고 지내다 결혼한 두 사람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큰 소리 내며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김동현이 영화제작을 하다 큰 빚을 져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혜은이 또한 빚보증을 잘못 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의 어려움이 있었기에 부부 사이의 믿음이 더욱 단단해진 것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갑작스레 닥친 어려움에 남편을 원망하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지만 그때마다 남편이 그의 어떤 모진 말도 다 받아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주었다고.
“제 경험에 비춰보면 부부간의 믿음과 사랑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남편이라면, 아내라면 하고 한 번만 생각한다면 싸울 일이 없거든요. 그동안 제가 남편에게 부렸던 온갖 짜증과 불만을 남편도 똑같은 방법으로 저한테 되돌려줬다면 아마 저희 부부에게도 큰 위기가 찾아왔을 거예요. 다행히 남편이 고비마다 현명하게 대처해줬고 저 역시 그런 남편을 보면서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배울 수 있었죠.”

우울한 기분들 땐 극장 매표소, 재래시장 찾아다니며 기분전환
그동안 두 사람에게 불어닥친 시련은 비단 사업실패만이 아니었다. 빚을 다 갚고 겨우 한숨을 돌릴 무렵인 2003년 초 그의 친정어머니가 오랜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등진 것. 그는 어머니를 잃고 큰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그가 가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때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 항상 몸이 안 좋아 병석에 누워있던 어머니기에 더욱 허망하고 애달팠다고. 살아계실 때 해외여행 한번 시켜드리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는 그는 요즘도 백발의 노인을 보면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을 글썽거린다고 한다.

우울증 극복하고 ‘제2의 노래 인생’시작한 혜은이

혜은이의 든든한 ‘두 남자’ 남편 김동현, 아들 민석이와 함께 여행 중 찍은 사진. 2004년에는 앙코르와트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치렀다.


“지금도 어머니의 은빛 머리카락이 눈앞에 선하고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져요. 어머니는 작은 체구에 얼굴이 곱고 여자다운 분이셨어요. 친정아버지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셨는데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 병수발을 들다가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뒤에 당신도 병을 얻어 결국 좋은 구경 한번 못하셨어요. 원인은 뇌경색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찾아온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 그의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 아들 민석이(16)를 낳을 때 발견된 자궁의 혹이 10년 동안 계속 커왔던 것. 당시 자꾸 체중이 늘고 임신했을 때처럼 먹을 것이 당겼다는 그는 우연히 사우나에 갔다가 배에 뭔가 잡히는 게 느껴져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동안 건강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그는 3kg이 넘는 혹을 제거하기 위해 결국 자궁적출수술을 받아야 했다. 둘째 아이를 낳지 않을 바에야 안전하게 자궁 전체를 제거하는 게 낫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서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금세 건강도 회복됐지만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많은 주부가 갱년기를 전후해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저도 많이 힘들었어요. 운전을 하고 가다가 갑자기 차를 박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죠. 자꾸만 무너져가는 저 자신이 너무 낯설고 무서워서 빨리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뒤로는 스스로 기분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했고요. 우울한 기분이 찾아든다 싶으면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버스터미널이나 극장 매표소, 재래시장을 찾아다니면서 기분전환을 했죠. 무엇보다도 남편과 아이 덕분에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온갖 짜증을 다 부렸는데도 남편은 묵묵히 저를 감싸줬고, 옆에서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지켜본 아들도 제가 친정어머니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면 ‘엄마 이리와’ 하고는 저를 안아줬어요. 우울증을 겪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민석이는 온화한 성격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공부 쪽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뭐든 아이가 원하는 걸 하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가 거짓말하지 않고 마음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한다.
민석이가 밝고 따뜻한 성품의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건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덕분이라고. 남편의 사업실패 후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이 시집에 들어가 살았는데 그 덕분에 아이 인성교육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어머니가 석 달 전 고혈압과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머니께 죄송한 점이 참 많아요. 그동안 며느리 노릇을 잘 못했거든요. 살림에 영 소질이 없어서 어머니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셨고, 민석이도 다 키워주셨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마음이 허전하고 집안이 텅 빈 느낌이에요. 남편 역시 표현은 잘 안 하지만 제가 친정어머니를 잃었을 때처럼 많이 힘들 거예요. 누구보다도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죠. 많은 사람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 땅을 치며 후회하는데, 그걸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께 잘하세요.”



“걷기와 등산으로 건강관리하고 있어요”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껏 잘 견딘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혜은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가수로서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는 지금, 모든 것이 희망적이라는 그는 올해 많은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가수 데뷔 35주년을 맞아 5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 예정이고, 그동안의 히트곡을 모아 기념 앨범집도 낼 생각이다. 또한 연말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디너쇼를 구상하고 있다. 이 모든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할 터. 그는 평소 걷기로 운동을 대신해오고 있는데, 웬만한 거리는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집 근처 산에 오르며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이제는 우울증에서 완전히 해방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새해 소망으로 가족의 건강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인생에 있어 최고의 전성기와 슬럼프를 모두 경험한 그가 깨달은 ‘삶의 원천’은 바로 가족이라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한 번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한 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여성동아 2007년 2월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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