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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연상 시인과 결혼, ‘스펀지’ 새 진행자 고민정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2.20 11:38:00

지난 1월 초부터 KBS ‘스펀지’ 진행을 맡은 고민정 아나운서. 2년 전 열한 살 연상의 시인 조기영씨와 결혼,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를 만나 시인과 아나운서의 러브스토리, 달콤한 결혼생활에 대해 들었다.
열한 살 연상 시인과 결혼, ‘스펀지’ 새 진행자 고민정

2005년 결혼한 고민정 아나운서는 “자신을 통해 기혼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한다.


#1 ‘스펀지’의 새MC 고민정, 꿈속에서 □□ 두 마리를 보다 ( 답 : 돼지 )

“지난해 말에 돼지꿈을 꿨어요. 건물 안에서 흰 돼지를 보고 건물 밖에서 다시 멧돼지를 봤거든요. 복권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돼지들이 (‘스펀지’ 공동 MC인) 이휘재씨와 이혁재씨를 말하는 거였나봐요(웃음).”
KBS ‘스펀지’의 새 MC 고민정 아나운서(28). 그는 지인들에게 축하인사를 듣고는 잠시 얼떨떨했다고 한다.
“저도 인터넷 보고 알았어요. 휴일에 라디오 녹음하고 있는데 친구들한테 축하한다고 문자가 오더라고요. 그 소식을 들었던 때가 연말이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죠.”
2004년 KBS에 입사한 후 ‘청춘 신고합니다’ ‘누가누가 잘하나’ 등을 맡아온 그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강수정에 이어 지난해 11월 ‘무한지대 큐’ MC를 맡게 된 데 이어 ‘9시 뉴스’ 앵커가 된 김경란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스펀지’ 새 MC를 맡았다. 선임 진행자들이 모두 스타급 아나운서였던 만큼 부담도 클 터.

열한 살 연상 시인과 결혼, ‘스펀지’ 새 진행자 고민정

“방송 시작 전 좀 긴장을 했어요.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막상 방송에 들어갔을 때는 다른 분들이 다 편하게 잘해주신 덕분에 방송이란 느낌 없이 편안하게 할 수 있었어요.”
함께 MC를 맡고 있는 이휘재가 “‘롱다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시절 팬이었다”고 하는 고민정은 이미 2년 전 결혼한 주부다. 이전 진행자와 다른 점에 대해 묻자 먼저 결혼 사실을 꼽는다. 아직까지 여자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으로 보는 풍토에서 결혼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손해 본 적은 없었을까.
“물론 결혼을 하게 되면 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폭이 좁아지는 면이 있어요. 짝짓기 프로그램처럼 여성 MC의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진행하기 어렵죠. 하지만 반대로 결혼생활 경험이 좋은 밑거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혼여성에 대한 편견이 깨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에 좋은 프로그램들을 맡게 된 게 즐겁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깨가 무거워요. 제가 잘 못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결혼과 방송이란 두 마리의 토끼 중 뭘 먼저 잡을지 고민하게 될 테니까요. 제 작은 힘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정말 잘해야 할 것 같아요.”

#2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준 고민정의 남편은 □□ 이다 ( 답 : 시인 )

(미혼인 기자에게)“결혼, 안 하셨나요? 언제가 되든 결혼은 하세요. 정말 좋아요.”
고민정 아나운서는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시인과 결혼한 아나운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남편은 지난 2000년 ‘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는다’라는 시집을 낸 시인 조기영씨(39). 경희대 중어중문과 동문인 두 사람은 고민정이 대학 1학년 때 학내 노래패 선후배 사이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남편이 과 선배예요. 당시 남편은 졸업했지만 저희 동아리와 친해서 자주 놀러왔어요. 전 남편한테 첫눈에 반한 것 같진 않은데 남편은 저한테 반한 것 같아요(웃음). 다만 저 역시 몰래 흠모하긴 했죠. 동아리방 방명록에 써놓고 간 글을 보고 ‘이 사람이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까 서로를 이성으로 볼 수가 없었어요. 저는 당시 남편이 너무나 대선배였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서로에게 품은 호감’을 숨긴 채 1년을 보낸 두 사람은 고민정 아나운서가 동아리 회장을 맡게 되면서 힘들어하던 시기에 조기영씨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다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됐다고 한다.
“사귀자는 말도 없이 만나다가 문득 남편이 ‘우리 1년은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죠. 저는 위에 오빠가 둘이라 남자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주변 남자들과 잘 지내다가도 누군가가 제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면 참 불편하고 그 사람이 싫어졌어요. 그런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어요.”



열한 살 연상 시인과 결혼, ‘스펀지’ 새 진행자 고민정

‘스펀지’ MC가 된 것을 자신보다 더 기뻐했다는 남편 조기영 시인(오른쪽 사진의 왼쪽)은 고민정 아나운서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몇 백 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근처에 바람 쐬러 다니며 데이트를 즐겼다는 고민정은 남편 조기영씨에 대해 “인생의 방향과 생각의 흐름에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아나운서의 꿈을 꾸게 만들어준 이도 남편 조기영씨였다.
“대학 3학년 때까진 직업에 대한 고민 없이 열심히 동아리 활동만 하면서 그저 막연하게 돈벌이로 일하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힘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4학년이 됐는데 남편이 ‘아나운서가 돼보면 어떻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리고 ‘너는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한번은 남편이 광화문에서 전광판을 보면서 ‘우리 결혼할 때도 아나운서 고민정과 시인 조기영이 결혼한다고 뜨겠다’고 농담을 했는데 그땐 너무나 꿈같은 말이라 어이가 없어서 웃었어요.”
처음 사귈 때부터 고민정은 조기영씨와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30대 중반이던 조씨는 결혼을 조르는 어린 애인에게 ‘대학 졸업한 후’ ‘아나운서가 된 후’로 조건을 붙였다.
“나이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처음에 사귈 때부터 결혼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그 때문에 거의 한 달을 고민한 것 같아요. 게다가 남편은 그때도 가난한 시인이었으니까 그 모든 걸 제가 다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제 취미가 계획하기인데(웃음), ‘결혼해 함께 살려면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벌면 되겠다’식으로 어림잡아 계획해보니까 (결혼해도) 괜찮겠더라고요(웃음). 그땐 어려서 그런지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붙인 조건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한 케이블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도 남편은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았어요.”
케이블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된 그에게 “이게 정말 네 꿈을 이룬 거냐”면서 반문했다는 남편 덕분에 그는 공중파 방송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6개월 준비 끝에 KBS에 합격했고, 드디어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됐다고. 혹시 하나뿐인 딸을 나이 많은 가난한 시인에게 시집보내는 데 대해 반대는 없었을까.
“하나뿐인 딸이지만, 저희 부모님은 딸이라고 챙겨주는 분들이 아니에요. 그냥 막 컸어요(웃음). 딸을 가진 부모라면 어떤 집안이든지 적어도 한번은 결혼을 반대한다고 들었는데 저희 집은 그러지 않았어요. 저희 부모님은 돈이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에요. 때문에 저한테 ‘네가 아나운서가 됐다고 돈 많은 집에 시집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하셨죠. 남편을 첫선 보일 때도 안 좋은 표정을 짓거나 그러지 않으셨어요. 다만 저희 아버지가 사회초년생이니까 1년 정도는 더 생각을 해보자고 하셔서 1년을 더 기다렸죠. 1년 후에 다시 ‘전 변함이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두 분 모두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고 허락해주셨어요. 절 믿어주셨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죠.”

하지만 부모님의 승낙을 얻은 후에도 이들이 결혼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모님만 허락하면 바로 결혼식을 올릴 줄 알았는데, 양가 부모님의 허락 후에도 남편 조기영씨가 좀 더 생각해보자고 제동을 걸어 몇 개월을 더 미뤄야 했던 것. “일찍 결혼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하려는 남편의 배려라는 걸 알지만 내심 야속했다”는 그에게 그토록 결혼을 서두른 이유를 묻자 “당시에는 결혼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는 남자인데 당연히 결혼을 해야죠. 오랫동안 연애를 했으니 얼마나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겠어요(웃음). 입사를 하자마자 결혼하려고 했는데 두 번이나 미룬 거잖아요. 저는 한 가지에 푹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에요. 심지어 콩나물을 다듬을 때조차도 눈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한 번에 끝까지 다 해요(웃음). 결혼한 건 잘한 것 같아요. 지금도 남편을 보면 참 좋거든요. 쳐다만 봐도 좋아요(웃음). 물론 싸울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지만 좋은 것들이 훨씬 많아요.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갈 때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고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욕해도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돼요. 아나운서는 방송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힘든데 그럴 때마다 가감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전 다른 사람에게 결혼을 빨리 혹은 늦게 하라고 권하지 않아요.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정말 결혼하고 싶을 때, 내가 결정해서, 내가 좋아서 해야죠.”

#3 고민정은 □과 같은 삶을 꿈꾼다 ( 답 : 물 )

…수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그대에게 별빛이 되고/나로 인해 흘려야 했던 그대의 눈물이/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가을을 감동으로 몰고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을 모아,/내 눈빛이/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그대의 마음속으로 숨어버린 그날 이후,/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중략)
(조기영, ‘청혼’ 중)
아나운서와 시인의 결혼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2005년 가을 결혼해 아직 신혼인 두 사람은 여느 부부처럼 평범하게, 그러나 바쁜 와중에도 사랑하면서 지낸다고 한다.
“왠지 로맨틱하게 살 것 같지만 시를 주고받거나 그렇진 않아요(웃음). 청혼이라는 시를 받은 이후에 시를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웃음). 저희도 평범하게 살아요. 정말 별것도 아닌 시시껄렁한 것 갖고 싸우고요. 요즘 바빠져서 남편한테 좀 미안한데, 서운하지 않냐고 물어보니까 말로는 전혀 아니라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여전히 남편은 그의 든든한 후원자다. ‘스펀지’를 비롯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게 될 때마다 자신보다 남편이 더 많이 좋아한다고.
“결혼 때문에 프로그램을 맡는 데 손해볼까봐 남편이 걱정을 많이 걱정했어요. 새 프로그램이 생길 때마다 ‘우리 민정이가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스펀지’ MC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야 한숨 놓겠다. 나도 내 일 열심히 해야겠다’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시시콜콜 남편에게 털어놓는 자신과 달리 남편 조기영씨는 혼자 담아놓고 있는 타입이라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응원해준 남편인 만큼 자신의 도움을 통해 남편의 꿈을 이루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친다.
“호수가 있고 산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지금은 아나운서라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살아야 하지만 시인에게는 그런 자연환경이 좋잖아요. 열심히 일한 뒤 나중에 한적한 시골마을에 살고 싶어요.”
방송인으로 좀 더 경륜을 쌓은 후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고민정 아나운서는 “방송일에 몰두하고자 아이 갖는 일은 당분간 미룰 예정”이라고 한다. 시종일관 잔잔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준 그에게,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해 물었다.
“저는 인생에서 돈보다는 행복, 사랑이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테레사 수녀님이 ‘이 세상엔 빵 한 조각이 없어서 굶어죽는 아이들도 있지만 사랑을 못 받아서 죽는 아이들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참 공감했어요. 부부 간이든 연인 간이든 돈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가만 돌이켜보면 관심, 사랑 때문에 싸울 때가 더 힘들거든요. 물론 돈이 없으면 안 되겠지만, 돈은 지금 제가 회사에서 벌고 있으니까 이 정도만 있어도 괜찮아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없어지면 그건 안 될 거 같아요. 사실 살다 보면 돈보다 중요한 게 많잖아요.”
고민정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는 ‘상선약수(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낮음을 지향하는 삶. 늘 겸손한 태도로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삶을 아름답게 꾸려나가는 그 모습과 상선약수라는 성어는 무척 잘 어울리는 듯하다. 물과 같은 삶을 지향하는 그가 보여줄 최상의 방송을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7년 2월 5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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