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명희 기자 / 사진·문형일‘프리랜서’
입력 2007.02.20 11:13:00
이경실의 결혼 소식만큼이나 가수 조영남이 그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사실이 화제가 됐다. 결혼에 두 번 실패한 자신이 주례를 맡으면 사람들이 웃지 않을까 고민도 됐지만, 반듯한 가정을 꾸린 사람만이 주례를 설 수 있다는 통념을 깨는 것 또한 의미 있다는 생각에 주례를 수락했다는 그를 만나 이경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결혼축하 메시지와 당부를 들었다.

“주례를 부탁했더니 깜짝 놀라며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일주일이 지나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대단한 주례사를 준비하고 있는 눈치였어요. 제 결혼식을 계기로 ‘주례 전문가’로 나설 생각인지, 흥행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더라고요(웃음).”(이경실)
“일주일쯤 끌면 다른 사람을 구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내가 주례로 발표될지는 몰랐어요.”(조영남)
“이경실이 언론에 발표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주례를 맡게 됐다는 조영남(62). 이경실의 결혼 발표 후 그의 휴대전화는 부쩍 통화량이 늘었다고 한다.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사람들도 안부전화를 핑계로 “주례를 맡은 게 사실이냐, 결혼식에서 어떤 말을 할 거냐”를 물었기 때문이다. 이경실의 재혼 소식 못지않게 두 번 이혼한 조영남이 결혼식 주례를 본다는 것 역시 장안의 화제가 됐던 것.
그런 관심을 의식한 듯, 그는 “주례를 서기 전에 나도 간략하게나마 형편 닿는 대로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내 두 번째 결혼식 때 경실이가 사회를 봤죠. 아마 연예인 결혼식 중 여자가 사회를 본 건 처음일 것 같은데… 아마 경실이가 그걸 갚으라고 하는 것 같아요. 두 번 이혼한 내가 주례를 맡으면 사람들이 웃지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혼 경험이 없는 사람보단 내가 낫지.”
사실 조영남이 주례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3년 전에도 결혼식 주례를 맡아 “사랑할 때까지만 같이 살라”는 파격적인 주례사를 한 적이 있다.
“나는 기억을 못하는데 그 부부는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하더군요. 치열하게 사랑하고 사랑이 끝나면 헤어지는 거였는데 그게 좀 이상한가? 내 말 뜻은, 결혼할 때 불타는 사랑을 해도 몇 년 지나면 그 느낌이 없어지잖아요. 거기다 아이까지 생기면 그냥 관성에 따라 살고… 그런 걸 경계하라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주례를 할 수가 없어요. 경실이 경우는 좀 달라요. 둘 다 두 번째거든.”
어렵게 재혼을 결심한 부부에게 “사랑이 식으면 헤어지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살라”고 말하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 신랑 신부 머리엔 이미 흰머리가 듬성듬성하더라는 것.
“한국 사회에서 두 번째 결혼을 하는 건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경실이 경우엔 더군다나 공인이기 때문에 이혼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힘든 부분도 있었고… ‘과연 잘 살까’ 하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이겨내는 게 숙명적인 숙제죠.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잘 사는 게 이기는 거’라는 거지. 원래 라틴어 속담에 ‘잘 사는 게 복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좀 바꿨어요.”
그는 또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한다. 두 번째니까 또 다시 실패할 게 두려워 참고 산다든가, 또는 두 번은 했는데 세 번, 네 번은 못하랴 하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이후로 이경실이 다시는 자신에게 주례를 부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그럴 경우가 되도 내가 안 할 사람은 아니지만. 나도 나를 모르거든요. 하하하”
여성동아 2007년 2월 5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