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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꼭 알아두세요!

거짓 전화사기 주의보

세금·보험료 환급, 검·경찰 사칭, 자녀납치 협박…

글·구가인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7. 02. 15

10년 전 대만에서 유행했다는 거짓전화 사기가 한국에까지 번지고 있다. 세금이나 보험료를 돌려주겠다며 은행 현금입출기(ATM)로 불러내 계좌이체를 하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아이가 위험하다는 협박전화로 거액을 요구하는 수법이 그것. 거짓 전화 유형과 전화사기 방지법에 대해 알아보자.

사례 1 “수사에 협조 바랍니다”
거짓 전화사기 주의보

40대 A씨는 지난 1월 초 ‘서대문구 경제팀 강민호 형사’라는 남자로부터 “금융감독원에서 곧 전화가 갈 텐데 잘 협조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실제 통화 직후 금감원이라고 밝힌 곳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A씨는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고를 통장 하나에 모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시키는 대로 은행 ATM으로 특정 통장으로 총 3천7백만원을 계좌이체한 A씨. 그러나 잠시 뒤 자신이 이체한 계좌번호가 자신도 전혀 모르는 통장인 것을 깨닫고 은행에 연락을 취했지만 돈은 이미 빠져나간 상태였다.

사례 2 “세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
30대 B주부는 지난해 12월 “국세청에서 과잉 징수된 세금을 환급해주겠다”는 내용의 ARS 음성전화를 받았다. 이후 연결된 상담원은 “전산장애로 계좌이체가 안되니 통장을 가지고 가까운 은행 ATM으로 가라”고 지시했고, B씨는 그의 말에 따라 ATM으로 가 휴대전화 너머 상담원이 안내하는 대로 통장을 넣고 계좌이체 버튼과 비밀번호를 누른 뒤, 인증번호를 따라 눌렀다. 그러나 전화를 끊고 통장을 확인한 B씨는 곧 환급은커녕 자신의 돈 4백여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인증번호로 알고 누른 숫자는 출금액과 상대의 계좌번호였다.

전화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05년 말부터 시작된 거짓전화 사기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러한 거짓전화 사기는 3, 4년 전까지 대만에서 유행했던 수법이라고 한다. 대만 현지에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이런 사기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으로 옮아온 것. “금융체계가 중국과 비슷하고 은행계좌를 만들거나 휴대전화에 가입하는 게 쉬운 데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재중동포가 많아 한국인이 범행의 표적이 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세청·보험관리공단 사칭부터 자녀납치 협박까지 수법도 다양
초기에는 국세청이나 보험관리공단이라고 속인 뒤 세금이나 보험료를 돌려준다며 접근한 사기가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검·경찰 혹은 카드회사 직원 등을 사칭해 금융정보가 빠져나가고 있다며 수사상 협조를 요청하거나 자녀가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거짓말을 한 뒤 돈을 요구하는 것까지 다양한 수법의 사기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유사점이 있다면 은행 계좌이체를 통한 송금방식이다. 특히 ATM 으로 가서 휴대전화 너머 상대가 불러주는 ‘인증번호’를 따라 누르다 보면 순간적인 착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좌이체를 하게 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송금된 즉시 돈을 빼내가며, 대포휴대전화와 대포통장을 만들어 활동하기 때문에 한 번 송금한 후에는 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은 경우, 조급함 혹은 불안한 마음에 성급하게 대처하지 말고 관련기관이나 경찰에 문의하는 게 우선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은 ‘걸려들면 좋고 실패해도 본전’이란 생각으로 무차별 전화 공세를 벌이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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