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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영혼의 빛과 그림자 담아낸 ‘밧세바’

2007. 02. 13

영혼의 빛과 그림자 담아낸 ‘밧세바’

렘브란트, 밧세바, 1654, 캔버스에 유채, 142×142cm, 파리 루브르박물관


서양미술사에서 렘브란트는 ‘빛의 마술사’로 불립니다. 그가 그린 빛들이 우리의 시선뿐 아니라 영혼까지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찬란한 빛을 그릴 수 있었던 그는 진정 위대한 천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빛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자도 그려야 합니다. 빛과 그림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입니다. 인생에는 빛과 같은 기쁨과 행복, 그림자와 같은 슬픔과 고통이 함께 있습니다.
렘브란트가 1654년에 그린 ‘밧세바’는 빛보다는 그림자, 기쁨보다는 슬픔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면 벌거벗은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있습니다. 멍한 표정으로 보아 뭔가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나 봅니다. 손에 들린 편지에 나쁜 소식이라도 쓰여 있는 걸까요?
그림 속의 벌거벗은 여인은 밧세바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 왕의 군인 우리아의 아내입니다. 어느 날 밤 다윗 왕은 우연히 밧세바가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아름다움에 반한 왕은 밧세바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그림 속 밧세바가 들고 있는 편지는 다윗 왕으로부터 온 것이지요. 남편이 있는 여자가 왕으로부터 사랑의 편지를 받았으니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입니까? 옛날 왕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힘이 있는데, 도대체 밧세바의 운명을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성경에 보면 다윗 왕은 밧세바의 남편을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전장에 보내고 밧세바를 자신의 아내로 맞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그렇게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밧세바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이로 인해 하느님은 다윗 왕에게 아들을 낳자마자 죽게 하는 저주를 내립니다.
이렇듯 잘못된 사랑은 빛이 아니라 어두운 그림자로 남습니다. 렘브란트는 밧세바의 몸에 밝은 빛을 내리는 한편, 주변을 어둡게 처리해 여인의 아름다움과 그가 맞닥뜨리게 된 고통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빛과 그림자의 대립에는 다윗 왕의 영광과 어리석음이 함께 어려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네덜란드는 인구 1천6백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입니다. 흔히 풍차와 튤립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미술의 나라로 유명합니다. 이탈리아, 프랑스와 더불어 중요한 유럽 미술의 중심 무대였답니다. 렘브란트뿐 아니라 베르메르, 반 고흐, 몬드리안 등 거장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하르멘스 반 라인 렘브란트 (Harmensz van Rijn Rembrandt, 1606~69)
렘브란트는 17세기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 최고의 화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넉넉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부잣집 딸과 결혼했고 한창 때 최고의 명성을 누려 상당한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내리 세 자녀를 잃고 뒤에 낳은 아들마저 먼저 보냈는가 하면, 첫째·둘째 부인과 사별하고 마침내는 파산해 비참한 말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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